어제 낮부터 오늘 새벽까지 폭우가 쏟아졌다. 원래는 푸른수목원을 짹이아빠님과 가기로 했었는데, 구로 쪽에 물난리가 났다고 하여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모처럼 비가 그쳤는데 그냥 보낼 수 없어서 혼자 올림픽공원의 새들이 잘 있나 보러 다녀왔다.
비가 그렇게 왔는데도 비둘기 녀석은 말쑥한 모습이다. 깃털이 방수가 잘되나? 아니면 비를 잘 피했거나...
비둘기들이야 다리 밑에서도 잘 자니까 비를 잘 피했겠지만 대륙검은지빠귀들이 안전한지 궁금했다.
대륙검은지빠귀들이 자주 보이는 곳을 둘러보는데 눈에 안 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려는데 드디어 한 마리 발견!
바닥도, 나무도 모두 젖었는데 다행히 녀석은 괜찮아 보였다.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먹이를 찾는 걸 보니 다행이다.
비가 많이 온 탓인지 흙이 많이 씻겨 나간 곳도 있었다. 그래도 나무가 울창한 숲은 피해가 덜한 거 같다.
대륙검은지빠귀들은 괜찮은 거 같았다. 역시 괜한 걱정이었어... 야생에 사는 애들이 나약할리가 없다...
날이 흐려서 그런가 탐조 시작 10분 만에 모기에게 두 방이나 물렸다. 오늘 각오해야 할 듯...
공원 이곳저곳에서 제초를 하니까 새소리도 잘 안 들린다. 비가 그치니까 얼른 제초를 하는 거 같다.
한 참을 돌아다니다 숲 속에서 열심히 노래하는 대륙검은지빠귀를 발견했다.
대륙검은지빠귀는 이제 텃새가 될 거 같은 느낌. 번식도 잘하고 이곳에 적응해서 잘 살고 있다.
올림픽공원은 폭우의 흔적이 곳곳에 있었다. 흘러내려간 토사도 곳곳에 있었고 산속 산책로는 깊게 파여있었다.
허리가 안 좋은 나는 조심조심 걷는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계속 나무 위도 스캔해야 하고 아주 바쁘다.
오늘은 물까치가 안 보이고 어치가 돌아다닌다. 어치는 올림픽공원에서는 처음 본다.
꾀꼬리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서 노랫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다녔지만 꾀꼬리는 만나지 못했다.
아내는 청설모 사진만 봐도 기겁한다. 쥐라고 더럽다고... 청설모야 미안하다 내가 대신 사과할 게...
출현 시기에 따라 봄형과 여름형이 있다는 흑백알락나비. 봄에 나오는 애들은 유백색이고 여름에 나오는 여름형은 위 사진처럼 검은 바탕에 흰 무늬다. 남쪽에서는 보기 힘들고 경기 일부 지역과 중부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나비라고 한다.
따뜻한 도로에 몸을 지지고 있던 집비둘기들. 일광욕을 좋아하나 보다.
그 옆 나무에는 박새들이 바글바글하다. 왜 여기에 이렇게 잔뜩 모여있나 궁금해서 지켜보니까 비가 와서 물이 고인 얕은 웅덩이에서 열심히 목욕을 하고 있었다. 어제 비를 안 맞았나?
귀요미들이 잔뜩 모여서는 부산을 떨고 있는 게 재밌어서 한참을 구경했다.
그때 박새들의 짹짹 소리가 소란스러운 와중에 찌이익~ 하는 쇠딱따구리 소리가 들린다!! 바로 옆 나무였다!
쇠딱따구리가 열심히 나무를 파고 있는데 갑자기 아물쇠딱따구리가 날아와서는 쇠딱따구리를 쫓아버렸다.
아물쇠딱따구리가 쇠딱따구리보다 50%는 커 보인다. 같이 있는 모습을 보니까 크기 차이가 실감이 났다.
쇠딱따구리가 떠나자 소란스럽던 박새들의 목욕도 끝났다.
꽃밭은 이미 풀베기가 끝나 버려서 새를 찾기는 힘들 거 같아 88 호수로 이동해서 파랑새나 물총새를 찾아봐야겠다.
숲길을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새소리만 들릴 뿐 새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못 찾은 거겠지만...
되지빠귀도 보이 지를 않아서 지난주 딱따구리가 많이 보이던 곳으로 이동했지만 까치 말고는 딱히 새가 없다.
다시 숲길을 한 바퀴 돌고 있는데 사진을 촬영하고 있던 탐조인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네고는 많이 보셨냐고 물어보니 동고비, 청딱따구리 등등 많이 보셨단다. 부럽다 ㅠㅠ... 탐조인을 만나는 건 언제나 반갑다. 한참을 서서 얘기를 하다가 약속시간이 다 돼서 부지런히 입구로 출발했다.
약속 시간에 늦어서 헐레벌떡 입구로 가면서도 대륙검은지빠귀도 보고 물까치도 구경하다가 약속에 늦어버렸다...
폭우가 쏟아진 다음날의 올림픽공원은 질퍽하고 축축했지만 새들은 잘 있는 거 같아 다행이다. 당분간은 계속 비가 올 텐데 날이 개면 또 찾아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