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포천과 철원으로 곤충과 식물을 보러 다녀왔다. 새는 얼굴 내미는 녀석들만 볼 생각인데 올림픽공원만큼 한 곳에서 다양한 새를 보기는 힘들다. 주변이 온통 자연인데 굳이 공원에 모여 있을 이유가 없어서 그런 듯...
오늘의 목표는 다양한 야생화와 곤충이다. 올림픽공원하고는 다른 식생이 펼쳐질 거라는 기대를 안고 포천으로 출발!
포천은 서울과 상당 부분 겹치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식물과 곤충이 많아서 좋았다. 신나서 땅에 고개를 파묻고 다니는 나를 보고 아내는 한 걱정이다. 이제 허리 디스크가 좀 좋아질 만하니까 이제는 땅을 기어 다니고 있다고...
작은 곤충은 정말 찾기 어렵다. 일일이 다 잎을 뒤집어 볼 수도 없고... 눈이 침침하니 작은 녀석들은 놓치기 일쑤. 그래서 촬영한 식물에 혹시 작은 벌레가 붙어 있나 사진을 확대해서 확인하면서 몇 마리는 건질 수 있었다.
이 버드나무의 씨앗 때문에 온통 눈이 내린 것처럼 바닥이 하얬다. 솜털 같은 씨앗이 날아다니니까 숨쉬기도 힘듦.
생태공원을 둘러보다 너무 더워 차로 피신해서는 최첨단 보냉가방(그냥 은박지 붙어 있는 가방)에서 얼음팩에 숨겨둔 시원한 콜라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산에서 부부~부부~ 하는 벙어리뻐꾸기 소리가 들렸다. 거리가 있어서 찾을 수는 없었지만 소리를 녹음할 수는 있었는데 뻐꾸기들 중에서 가장 먼저 오는 종이 벙어리뻐꾸기라고 하던데 곧 다른 뻐꾸기들도 올 모양이다.
이제 포천을 떠나 철원으로 이동하던 중 근처에 있는 '한탄강 생태경관단지'에 들러봤다. 작년에 탐조를 막 시작했을 무렵 이곳에서 검은딱새를 처음 봤었던 추억이 어린 곳. 작년엔 공사 중이라 횡~했는데 이번에도 공사 중... 가을을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모양은 훨씬 갖춰져 있었음.)
이제 포천을 떠나 철원으로 향했다. 항상 오면 포천을 지나 철원으로 이동하는 코스인데, 소이산 모노레일 주변은 완전 적막했다. 이렇게 새소리가 안 들릴 수 있나 싶을 정도. 그때 물총새 두 마리가 삐비비비비~ 거리면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물총새에 잠시 정신을 팔린 사이 앞에서 들리는 쯥쯥 소리. 멧새류가 있나? 갑자기 아내가 덩굴 쪽을 가리킨다.
새도 없고 식물도 특별할 게 없어서 아내와 국내 최북단 카페인 '오픈더문'에서 커피 한 잔.
커피를 마시고 카페 주변을 둘러보니 심어 놓은 꽃들이 너무 예뻤다.
철원에 온 김에 저녁도 먹고 근처에서 좀 쉬다가 돌아 왔는데, 철원에서도 벙어리뻐꾸기 소리가 들렸다. 해가지고 나면 소쩍새 소리나 녹음할 생각이었는데 이 녀석 딱 두 번 울고 사라짐... 다음 기회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