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사용기] 삼성 시리즈7 슬레이트 PC(Series 7 Slate PC) 잠깐 사용기

두루별 2011. 11. 30. 14:35

발매 전 부터 구매욕을 자극하던 삼성의 슬레이트 PC.
해외 전시회에 소개되면서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 한 장으로도 충분한 구매욕을 자극했었습니다. 

위의 사진 한 장으로도 어떤 제품일지 기대가 엄청났었죠. ㅋ

독(Dock)에 올려 놓으면 별매품인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해서 PC처럼 사용한다는 컨셉! 
아이패드니 갤탭이니 타블렛 PC를 저도 사용하고 있었지만 아쉬움은 늘 남았었죠. 그런데 타블렛 PC처럼 가볍고 배터리도 오래 가면서 무엇보다 윈도우7(Windows7)을 OS로 사용한다니... 이건 혁신이었습니다.

물론 삼성 전자가 최초로 만든건 아니죠. ASUS에서 만든 제품도 있었고요.  하지만 구매욕을 자극할 만한 그 무언가는 없었습니다. 슬레이트 PC는 디자인 하나만으로도 저에게는 구매 의사가 충분했었습니다. 무게와 두께도 가볍고 얇죠. 노트북을 한 대 구입 할까 하던 중 이 녀석의 국내 발매만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국내 발매는 시작됐지만 이랜... 가격이 너무 하는군요. 180만원 이라는...  
인터넷 오픈 마켓들에서는 150만원 정도 까지 구매가 가능했습니다만 무선 키보드, 마우스, Dock까지 하면 가격은 180만원이 되겠네요.

사양도 나쁘지 않은 사양입니다만 용도에 비해 선뜻 구매하기 힘든 가격이네요. 구매 의사는 있었지만 먼저 사용해 보고 결정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아는 분이 구입했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구경을 해 봤습니다. 

박스는 간결합니다. 친환경 머 그런거는 아닌거 같고요. 암튼 평범한 박스입니다. 

내용물은 시스템 DVD 2장에 설명서와 디지타이저용 펜 그리고 충전 어댑터가 전부고요. 내부 포장도 그냥 평범하네요. 가격도 거시기 한데 Dock 정도는 기본으로 줘도 좋지 않을까요...

어째 전부 영어다 싶었는데 미국 모델이었습니다. 국내 모델은 제품명이 XQ로 시작하는데 XE700T1A라고 되어 있네요. 국내 가격이 너무 비싸게 발매돼서 미국 아마존에서 직접 구매해서 배송 받으셨다고 하는군요. 운송료, 부가세 모두 포함해서 135만원 정도 들었다고 합니다. 가격은 나쁘지 않네요. 

A/S가 문제인데 월드 워런티는 아니군요. 국내에서도 수리는 해 준다고 하는데요. 무상은 안된다고 합니다. 혹시 해외에서 구입 하실 분들은 참고를...

디자인은 깔끔하니 좋습니다. 갤탭하고 똑같이 생겼어요. 저 윈도우 버튼만 없으면 갤탭이라고 우겨도 모를겁니다.ㅋ
두께는 정말 얇습니다. 무게는 860g이라고 하는데 들어봤을때 크게 무겁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 손으로 들고 오래 사용하기는 힘든 무게죠. 

모서리 쪽에 라운드를 줘서 시각적으로 더 얇아 보입니다. 실제로도 굉장히 얇고요. 터치감도 굉장히 부드럽고 좋더군요. 특히 디지타이저용 펜을 사용하면 압력 감지까지 되니까 간단한 액정 타블렛으로도 사용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전체적인 완성도는 좋아 보였습니다. 

갤탭 10.1과 비교해서 크기 차이도 많이 나지 않습니다. 두께는 더 두껍고요. 무게는 당근 더 많이 나갑니다. 하지만 갤탭보다 많이 크다는 느낌 보다는 좀 크단 느낌이 드네요.

기본으로 키보드나 마우스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키보드는 화면 키보드를 사용해야 합니다. 터치감이나 반응은 굉장히 빠른 편이더군요. 마이크로 USB 포트가 본체에 한 개가 있긴 한데 일반 마우스나 키보드를 본체에 붙여서 사용하려면 변환 어댑터가 있어야 겠네요.  

인텔 i5 CPU라 사용 하는데 부족함이 없어보입니다. 열이 나면 성능을 줄이게 설계됐다느니 이런저런 얘기들이 있었지만 용도를 생각하면 고성능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한건 아니니 저의 경우는 특별한 단점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OS는 Windows7 Home 버젼이 깔려있었고요. 

신기하게도 전원 어댑터에 윈도우 시리얼이 붙어 있군요. ㅋ

윈도우에서도 화면 키보드로 입력을 해야 합니다. 필기 인식이 지원되던데 영문 윈도우라 그런지 사용법을 몰라서 한글 입력이 잘 안됐습니다. 하지만 필기감은 정말 좋았습니다. 부드럽고 빠르고...

본체 두께가 워낙 얇다보니 펜을 내부에 수납할 수가 없었나 봅니다. 펜은 별도로 들고 다녀야 합니다. Wacom 디지타이져용 펜이 꽤 비싼데 저거 잃어 버리면 낭패겠습니다. 

뒷면은 크게 삼성 로고가... 전면과 후면에 각각 카메라가 있었고요. 카메라는 좀 동작이 느리고 어플도 뭔가 좀 맹~ 하더군요. 그냥 카메라가 있고 쓸 수 있다는 정도였습니다. 화질도 그냥저냥... 

이걸 구입한 분이 그림 그리는 분이었는데요. 포토샵을 이용해서 이동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꿈을 꾸며 구입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딸랑 구입하고 포토샵 하나 깔아 두셨더군요. ㅋ

근데 문제는 포토샵에서는 압력 감지가 되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삼성 전자 서비스에 문의해 보니 아직 Wacom에서 드라이버를 제작중이라고 하는군요. 12월 초에 제공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삼성 전자가 하는 행동이 좀 못 마땅하더군요. 12월에 드라이버가 준비되면 그때 발매를 하던가 할 것이지 구매를 했는데 아직 드라이버가 없으니 당분간 사용하지 말라는 얘기나 하고 있으니 한심 스럽습니다. 잘 만든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가 받혀주지를 못하니 높은 가격도 문젠데 과연 성공할까 싶더군요.

인터넷을 뒤져서 Asus의 타블렛 PC인 EP121용 Wacom 드라이버를 설치했더니 일단 정상적으로 작동은 했습니다.
서비스 센터에 강하게 얘기를 하니 동일한 드라이버를 찾아서 보내 주더군요. 일단 팔고 보자는 생각이 점점 신뢰를 잃어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만간 가격이 100만원 초반대로 떨어질거라는 얘기도 틀린 말이 아니죠. 삼성은 늘 새로운 기기를 발표하고 지원은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다음 신제품 출시만 신경을 써 왔으니 말이죠. 

어쨌든 구입한 분 대신 윈도우 설정도 해주고 이런저런 작업을 해 보면서 신기한 물건이긴 하지만 Windows라는 OS 자체가 키보드마우스가 없으면 정말 사용하기 불편한 운영체제라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한마디로 환상이 깨진거죠.

최대 사용시간도 실제 사용시간은 2시간 정도. 최소 사양으로 사용하면 4시간이라고 하니 일반 노트북과 비교해서 가격 차이 만큼의 이득은 없어 보였습니다. 간편하게 들고 다니면서 윈도우의 모든 기능을 다 쓸 수 있다는건 정말 매력적이긴 하지만 미니 노트북과 비교해도 큰 이점은 아니란 생각이 드는군요. 

내년에 Windows8이 발표된다면 슬레이트 PC의 활용도는 더 높아 질거라 생각되지만 현재의 Windows7이 설치된 슬레이트 PC는 그냥 불편할 뿐이었습니다. 조금 아쉽네요.  

노트북을 대신해서 사용해 볼 생각으로 구입을 하신다면 말리고 싶더군요. 분명히 사용 용도가 정해져 있는 제품 같습니다. 이번에 구입한 분 처럼 포토샵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용도라면 굉장히 활용도가 높겠습니다. 하지만 문서 위주의 작업이라면 노트북이 좋겠네요. 영화 감상용으로 구입하기엔 가격도 비싸고 갤탭도 영화는 잘 돌아가니까요.  

실제 사용 후 저는 구매 의사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래서 써보고 사야 해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