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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 촬영 및 관측장비

[2020년 2월 1일] STC Duo-Narrowband Filter

by 두루별 2020. 2. 2.

홍콩의 외눈박이 상점에서 'STC Duo-Narrowband Filter'를 주문한 것이 작년 12월인데, 한 달이 지나도 보낼 생각을 안 하길래 '왜 안보내냐 취소하겠다'라고 메일을 보냈더니 그날 발송을 하더군요. (메일 안 보냈으면 발송 안 했을 듯...) 

처음엔 홍콩 사태 때문에 그런가 싶어서 기다렸었는데, 이곳에서 구매한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원래 가게 주인이 자기 마음대로 한다네요. 보내고 싶을 때 보내는... (대박...)

 

그렇게 한 달 하고도 2주가 지난 후에 STC Duo-Narrowband Filter가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이 필터는 H-Alpha (656.3nm)와 O-III (500.7nm) 두 주요 영역을 10nm로 통과시키는 협대역 필터로 월령이 안 좋을 때도 사용할 수 있다는 리뷰를 보고는 솔깃해서 충동구매 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구매하고 나서 좀 더 알아보니 Optolong L-eNhance 필터가 더 싸고 좋아 보이네요. 혹시 구매하실 분은 잘 알아보시길... 

이 필터가 통과시키는 영역은 위와 같습니다. Duo라고 필터 이름을 지은 이유가 두 곳의 영역만 통과시키기 때문이죠. 이 필터가 서울 한복판에서는 효과가 없겠지만 광해가 좀 있는 외곽에서는 발광 성운(發光星雲) 촬영에 사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월령 6일의 달이 있는 1월 마지막 날에 이 필터를 들고 조경철 천문대로 테스트 촬영을 나갔습니다. 

 

일을 마무리 짓고 출발한 시간이 이미 밤 10시를 넘은 시간이어서 광덕산에 도착하니 그새 날이 지나 2월 1일이었습니다. 하늘은 맑았지만 바람이 좀 강했고 습도가 엄청났는데, 습도가 높으니 역시나 새벽으로 가면서 서리가 엄청나게 내리더군요.  가방이며 어디며 온통 하얗게 서리가 내렸습니다. 다행히 열선밴드는 잘 동작해서 망원경은 무사하더군요.

 

이날 처음 사용하는 다카하시 GT-40 가이드 망원경과 아직 익숙하지 않은 AIRAIR로 가이드 설정을 하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하고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첫 촬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없어 얼라인은 생략하고 바로 이날 촬영 목표였던 외뿔소자리의 '갈매기 성운'(IC 2177)으로 GOTO.

 

ASIAIR가 Plate solve를 잘 해주면 스타 얼라인을 생략할 수 있겠는데 제대로 하지를 못하네요. 무조건 실패입니다. 필터를 껴서 그런가... 아니면 너무 단초점이라 그런가...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시야에 들어왔다고 믿고 그냥 촬영을 시작!

 

테스트 촬영 결과를 보니 '갈매기 성운'은 시직경(Apparent diameter)도 굉장히 크지만 생각보다 밝더군요. ISO-3200에서 3분 노출로도 형태가 잘 보였습니다. 

 

하지만 장비 설치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 탓에 고도가 너무 낮아져서 아쉽게도 테스트 1장 밖에는 촬영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주 나오지를 않으니 항상 이런 문제가 생기네요... 얼라인을 하지 않은 상태라 다른 대상으로 GOTO를 하는데 문제가 없을지 걱정스러웠지만 멀지 않은 곳의 '원숭이 머리 성운'(NGC 2174)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다행히 시야 중앙에 대상을 도입해 주는 RST-150H !! 하지만 바람이 순간순간 강하게 불어서 가이드 그래프도 춤을 추고... 별상은 예상대로 길쭉한 모양이 되어버렸습니다.

 

필터와 가이드 테스트를 위해 온 것인데 가이드는 다음 기회에...

 

이 대상도 고도가 낮아서 30~40분 정도밖에 촬영할 수 없을 거 같아 부지런히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강아지 집을 찾아가 보니 잊지 않고 반겨주더군요. 역시 간식의 힘!! 낑낑 거리며 반갑다고 난리를... 

 

추운 데서 고생이 많은 견공 2마리. 가끔 맛있는 거라도 먹어야 살지 무슨 재미로 살겠나 싶어 강아지용 간식을 잔뜩 챙겨가는 편입니다. 그러니 저를 기억하고 반기는가 봅니다. 요놈들~ 하면서 가면 꼬리 치며 달려 나오는... ^^

 

벌써 오리온이 지평선 아래로 집니다. 이제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는 신호지만 제대로 된 촬영을 하지 못한 저로서는 아쉽네요. 이렇게 고요하고 적막하던 천문대는 날이 풀리면 무개념 어중이떠중이가 몰려와 점령을 할 테니까요. 매너만 있어도 좋겠구먼... 매너도 장착하지 않은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아쉽지만 제가 떠나야죠.

 

바람이 강하게 불긴 했지만 여전히 가이드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촬영이 아니라 하루 날을 잡고 가이드 테스트를 해야겠습니다. 제대로 된 사진을 얻기가 참 힘드네요.

 

이날 촬영한 허접한 결과물입니다.

 

2020-02-01 03:35(KST) @ Hwacheon-gun, Gangwon-do, South Korea 
Takahashi FSQ-106ED + QE 0.73x, Canon EOS 6D Mark II (modded), RainbowAstro RST-150H
STC Duo-Narrowband 
Takahashi GT-40(240mm F/6.0), ZWO ASI290MM Mini, ASIAIR
12x3min @ ISO-3200, F/3.7, DSS 4.1.1, Photoshop CC 2020

 

특별한 처리는 하지 않고 배경의 그라데이션만 정리했습니다. 노출과 매수가 적어서 볼품없는 원숭이 머리 성운이 됐네요. 그래도 STC Duo-Narrowband 필터를 사용한 첫 사진입니다만, 이 정도로는 뭐라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네요. 우선 가이드 문제부터 해결을 하고 난 후 다시 도전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