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7 22:57(KST), 강원도 철원
Takahashi Epsilon-160ED(f/3.3), RainbowAstro RST-135E
Askar FMA135, ZWO ASI290MM Mini, ASIAIR Pro
ASI6200MC 180x30sec(gain 100, temp -10℃), 30 bias, 30 flat, no dark
Pixinsight 1.8.9-1, Photoshop CC 2023
20.13 MPSAS, 온도 최저 -18.5°C, 습도 최대 30.6%RH
받은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방치돼 있던 Epsilon-160ED 경통을 사용해서 첫 촬영을 했습니다.
총 촬영 시간이 짧아서 디테일은 많이 떨어지지만 E-160ED의 성능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한 거 같습니다.
원본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성운은 최소한의 이미지 처리만을 했고 별은 크기 수정 없이 색감만 조절했습니다.
별의 크기를 손대지 않았는데도 크기를 줄인 것 처럼 작게 촬영된 게 정말 인상적입니다.
예전에 FSQ-106ED로 촬영했던 M42와 비교해봐도 정말 별이 핀 포인트로 촬영된다는 느낌이 드는 경통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 달이 넘게 출사를 나가지 못했는데, 별을 안 보니까 더 우울해 지기만 하고 좋은 게 없더군요.
이날도 별생각 없이 있다가 문득 날씨가 맑다는 예보를 보고는 즉흥적으로 나간 촬영이라 모든 게 뒤죽박죽이었지만 그럭저럭 첫 촬영을 잘 마쳤습니다. 오랜만에 별빛을 쐬니까 좋았고요.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날이어서 아내는 내심 걱정하는 눈치였는데, 홍천은 초저녁부터 영하 20℃라는 소식이 있었지만
그런 홍천에 비하면 철원의 초저녁 기온은 영하 14℃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는 곳이라 의외로 포근(?)했습니다.
오랜만의 촬영은 항상 뭔가 불안한데 이날은 Wi-Fi가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바람에 아주 애를 먹었습니다.
안 그래도 저녁 먹고 출발해서 도착도 늦었는데 뭐만 하면 ASIAIR Pro의 Wi-Fi가 끊어지니까 시간이 배로 걸렸습니다.
(뇌피셜이지만, 추운 날씨라 아내를 위해 시동을 걸어두는 바람에 차의 Wi-Fi가 켜져 있어서 ASIAIR의 Wi-Fi 신호와 섞여 혼선이 빚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간신히 극축까지 맞추고 나니까 벌써 한 밤중...
이거 저거 생각할 겨를 없이 눈에 들어온 오리온 대성운을 촬영하기로 하고 거의 밤 11시가 다 돼서 촬영 시작!
초점은 초점 마스크를 안 가져와서 스파이더의 회절상을 보면서 적당히... 이 정도면 맞았을 거 같을 때 스톱~
이렇게 대충 힘들게 촬영한 첫 번째 이미지를 보는데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두둥...
정말 작게 촬영된 별들... 풀 프레임의 주변부까지 동글동글한 별상...
지금까지 사용하던 망원경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왜 몇 년씩 기다려 가면서 까지 이 경통을 사려고 하는지 바로 이해가 되더군요.
(지금은 2년 반 이상 대기 예상. 그나마도 이제 제조사에서 주문을 안 받는다고 합니다.)
같은 회사의 굴절 망원경인 FSQ-106ED도 별상이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E-160ED는 다른 차원이었습니다.
한 번 촬영해보고 결론 낼 수 있겠냐 싶지만 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사용해 본 경통 중에서는 가장 별상이 작고 이쁜 망원경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제 굴절은 못 쓸듯...
노랑과 빨강의 조화도 좋고 6인치라 부피도 작고 무겁지 않아서 다루기도 적당합니다.
게다가 다카하시 순정 경통 밴드 대신 K-Astec 경통 밴드를 선택한 건 신의 한 수였습니다.
얇고 가벼워서 경통에 장착한 상태로 보관도 가능하고 Dovetail 방식이라 순정에 비해 탈부착도 간편하고요.
문제는 모든 다카하시의 보정렌즈가 그렇듯 56.2mm의 백 포커스(Back focus) 때문에 시중에 나와있는 많은 부품들을 조합하기가 참 거시기합니다. 대부분 55mm 백 포커스를 기준으로 나와 있으니까요.
ZWO사의 ASI 카메라와 전용 OAG(Off-Axis Guider, 비축가이더) 그리고 필터 휠을 사용하려면 1.2mm가 부족해서 별도로 어댑터를 가공해야 합니다. (일본 스타베이스에서 어댑터를 판매하기는 합니다. 단, M54-M48 어댑터라는 거...)
다행히 요즘은 중국에서 다양한 어댑터들을 제작해서 팔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그래도 좀 나은 상황입니다.
Epsilon 시리즈 용 플랜지 링이라고 판매하는 아래의 제품만 봐도 고민을 많이 덜어 주니까요.
여담으로... 이 플랜지 링이나 스타베이스의 어댑터를 사용하면 Epsilon 시리즈는 문제없겠지만 FSQ-106ED에는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OAG의 헬리컬 포커서가 '2종 어댑터(CCA-250) [KP86003]'라고 부르는 경통 끝 부분의 어댑터에 걸렸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연결부를 좀 갸름하게 만들지 다카하시...
혹시라도 구입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미리 경통과 간섭이 없는지 확인해보시고 구입하세요.
다카하시의 전용 와이드 마운트(T-Mount DX-WR)와 ZWO 카메라 어댑터의 조합이 가장 간편하지만, 카메라 어댑터는 연결부에 유격이 발생할 수 있어서 저는 연결 어댑터(M54-M54)를 가공해서 아래와 같이 연결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M54-M54 어댑터(18.7mm) + ZWO 2" 필터서랍(20mm) + ZWO 카메라 Tilt 어댑터(5mm) + ZWO 카메라 플랜지 백(12.5mm)
이렇게 연결하면 다카하시 보정렌즈의 백 포커서인 56.2mm가 됩니다. 필터를 사용할 때는 필터 두께에 맞는 스페이서 링을 사이에 추가하면 되고요. 저는 필터휠이 부피도 크고 오히려 불편해서 떼어 버리고 필터서랍을 사용 중인데, OAG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이렇게 연결하면 유격 걱정도 없고 모든 다카하시 망원경에 사용할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다카하시 망원경이 처음인 분들은 구입 전에 미리 매뉴얼이나 시스템 차트를 참고해서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세요.
E-160ED 매뉴얼 링크: https://teleskop-austria.at/information/pdf/Epsilon160ED_Manual
그리고 이 경통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접안부의 윤활제가 영하 10℃만 넘어가면 얼어서 엄청 뻑뻑해집니다.
회전장치도 얼어 버려서 돌리기도 힘든 상태가 되는데 다카하시의 모든 경통이 다 그런 거 같습니다.
중국산도 이 정도는 아닌 거 같던데... 명색이 다카하시인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밖에 눈에 띄는 단점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반대로 장점이 하나 눈에 띄었는데,
E-160ED는 FSQ-106ED에 비해 온도 변화에 따라 초점이 민감하게 변하지 않는 거 같았습니다.
물론 따뜻한 차에서 꺼낸 후 Wi-Fi가 말썽을 부려서 의도치 않게 1시간 이상 냉각시키고 촬영을 시작한 것도 있지만...
촬영하는 동안 기온이 10도 가까이 더 떨어졌는데도 처음에 맞춰 놓은 초점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접안부에 모터를 장착할 생각이 없어서 자동 초점은 포기했는데 이 부분은 충분히 장점이 될 거 같습니다.
그래도 몇 번 더 테스트를 해 보고 결론을 내야겠죠...
최근에 개인적으로 일이 좀 있어서 광축 점검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 상태였지만,
이번에 촬영을 해보니까 특별히 광축이 틀어졌다는 느낌은 없어서 당분간은 순정상태 그대로 사용할 생각입니다.
아직은 손 볼 것이 좀 있지만 오랜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경통이 생겨서 피곤한 요즘 살짝 기분이 좋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