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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12월 2일] 뿔호반새

by 두루별 2024. 12. 12.

갑자기 뜬금없이 뿔호반새라는 처음 들어 보는 새에 대한 소식이 들렸다.
1949년 서울에서 채집된 게 마지막이라는 뿔호반새. 국내에서는 75년 만에 새로 발견된 거라고...
이 귀한 분을 만나러 저 멀리 남쪽 지리산 끝자락을 다녀왔다.

새벽 4시. 올림픽공원 정문 앞에서 함께 갈 선생님들과 만나기로 했는데 올림픽공원을 그렇게 다녔지만 정문은 처음 봄.

가는 내내 안개가 심해서 운전하는 분은 바짝 긴장을 해야 했는데 도착해서도 오전이 다 지나도록 안개가 걷히지 않았다.

건너편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해서 백로도 간신히 보일 정도. 이 상태로 뿔호반새를 보는 건 무리다.

안개 때문에 백로도 간신히 보임...

뿔호반새를 보러 온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수십대의 차량이 좁은 시골길에 줄지어 주차되어 있었고, 하천변에 줄지어 서서 뿔호반새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인 건 하천 폭이 굉장히 넓어서 사람이 접근할 수 없다는 거...

상류 쪽에서는 뿔호반새 소리가 계속 들리고 있었는데, 좀 의심스럽던 게 소리가 건너편 산에 반사되어 들리는 느낌... 그리고 몇 시간 동안 계속 울어대는 것도 이상하고... 누가 소리 튼 거 아니냐고 농담을 했는데 그게 사실이었...

오후가 되면서 안개가 걷히자 하천의 풀숲에서 웬 아줌마가 나왔는데, 사람들이 혹시 스피커로 소리 틀었냐고 물어보니까 그랬다고 당당하게 말함...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 밖에는... 정말 가지가지한다...

하천까지 내려가서 자리잡고 있던 인간들도 있었음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뿔호반새는 볼 수 없었는데, 우리는 일단 해가 질 때까지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검은등할미새(참새목 / 할미새과)
비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더럽게 시끄럽던 산림청 헬기
황조롱이(매목 / 매과)
각시메뚜기(메뚜기목 / 메뚜기과)
흰꼬리수리(메목 / 수리과)
말똥가리(매목 / 수리과)
참매(매목 / 수리과)

산에 둘러싸인 곳이라 4시가 넘자 벌써 해는 산 너머로 넘어가고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바람도 거세졌다.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지만 우리는 꿋꿋이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이제 촬영은 무리다 싶던 그때 상류 쪽에서 '뿔호반새'라는 외침이!!

뿔호반새(파랑새목 / 물총새과)

어둑해진 하천을 따라 하얀 물체가 쏜살같이 날아갔다. 순간의 만남. 이렇게 뿔호반새와의 짧은 만남은 끝.

아주 먼 거리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이 잠깐 보였지만 촬영은 포기. 필드스코프로 관찰하던 분께 눈동냥으로 잠시 관찰한 게 전부였다. 그래도 만났으니 됐다. 알아는 볼 만큼 촬영도 됐으니 이 정도면 대만족.

잠자러 다시 상류로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다시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많이 어두워진 상태. 그때 또 상류로 쏜살같이 날아가는 뿔호반새를 발견!

그냥 확인이 되는 수준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하루종일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귀한 진객을 왕복 7시간의 여정 끝에 만날 수 있었지만 만남의 시간은 3초 정도. 그래도 귀한 녀석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마저도 못 본 사람들이 많았고, 현장에 있었지만 촬영 못한 분들도 많았으니 나는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 듯.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