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뜬금없이 뿔호반새라는 처음 들어 보는 새에 대한 소식이 들렸다.
1949년 서울에서 채집된 게 마지막이라는 뿔호반새. 국내에서는 75년 만에 새로 발견된 거라고...
이 귀한 분을 만나러 저 멀리 남쪽 지리산 끝자락을 다녀왔다.
새벽 4시. 올림픽공원 정문 앞에서 함께 갈 선생님들과 만나기로 했는데 올림픽공원을 그렇게 다녔지만 정문은 처음 봄.
가는 내내 안개가 심해서 운전하는 분은 바짝 긴장을 해야 했는데 도착해서도 오전이 다 지나도록 안개가 걷히지 않았다.
건너편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해서 백로도 간신히 보일 정도. 이 상태로 뿔호반새를 보는 건 무리다.
뿔호반새를 보러 온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수십대의 차량이 좁은 시골길에 줄지어 주차되어 있었고, 하천변에 줄지어 서서 뿔호반새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인 건 하천 폭이 굉장히 넓어서 사람이 접근할 수 없다는 거...
상류 쪽에서는 뿔호반새 소리가 계속 들리고 있었는데, 좀 의심스럽던 게 소리가 건너편 산에 반사되어 들리는 느낌... 그리고 몇 시간 동안 계속 울어대는 것도 이상하고... 누가 소리 튼 거 아니냐고 농담을 했는데 그게 사실이었...
오후가 되면서 안개가 걷히자 하천의 풀숲에서 웬 아줌마가 나왔는데, 사람들이 혹시 스피커로 소리 틀었냐고 물어보니까 그랬다고 당당하게 말함...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 밖에는... 정말 가지가지한다...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뿔호반새는 볼 수 없었는데, 우리는 일단 해가 질 때까지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산에 둘러싸인 곳이라 4시가 넘자 벌써 해는 산 너머로 넘어가고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바람도 거세졌다.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지만 우리는 꿋꿋이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이제 촬영은 무리다 싶던 그때 상류 쪽에서 '뿔호반새'라는 외침이!!
어둑해진 하천을 따라 하얀 물체가 쏜살같이 날아갔다. 순간의 만남. 이렇게 뿔호반새와의 짧은 만남은 끝.
아주 먼 거리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이 잠깐 보였지만 촬영은 포기. 필드스코프로 관찰하던 분께 눈동냥으로 잠시 관찰한 게 전부였다. 그래도 만났으니 됐다. 알아는 볼 만큼 촬영도 됐으니 이 정도면 대만족.
잠자러 다시 상류로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다시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많이 어두워진 상태. 그때 또 상류로 쏜살같이 날아가는 뿔호반새를 발견!
그냥 확인이 되는 수준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하루종일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귀한 진객을 왕복 7시간의 여정 끝에 만날 수 있었지만 만남의 시간은 3초 정도. 그래도 귀한 녀석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마저도 못 본 사람들이 많았고, 현장에 있었지만 촬영 못한 분들도 많았으니 나는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 듯.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