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내내 달리는 바람에 하루 쉴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경안천생태습지공원에 붉은가슴흰죽지가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흰눈썹울새 때문에 한 번 가긴 가야 하는데... 고민고민하다 일단 가보기로 하고 장비를 챙겨 출발.
공원엔 사람들이 바글바글... 입구 쪽에서 열심히 촬영하고 있던 분에게 붉은가슴흰죽지 봤냐고 물었더니 그게 뭐예요?라는 반응. 아... 노인네들은 모르나 보구나... 관심도 없는 듯. 다들 열심히 뭐를 찍고 있던데 아마 고니를 찍는 모양.
사람들이 많아서 쉽게 보겠구나 했는데 갑자기 셀프 탐색이 되어 버림. 다행히 오늘은 쌍안경을 가지고 왔다. 그렇게 천천히 둘러보다가 금방 눈에 띄는 녀석 발견!
거리가 좀 있어서 좋은 화질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 그냥 봤다는 증거만 남기고 끝.
이제 흰눈썹울새를 찾아야 하는데, 전에 함께 탐조하던 선생님이 흰눈썹울새를 좀 전까지 봤다고 알려주심.
멀리 회색기러기와 고니가 있다는데 나의 관심사는 오로지 흰눈썹울새. 오늘은 꼭 보고 갈 생각으로 열심히 뒤졌다...는 구라고... 다른 녀석들이 자꾸 나타나서 정신을 빼앗김...
경안천에는 진짜 다양한 새들이 있었는데, 물총새도 휙 날아가고 난리도 아니었다.
아오... 고만 좀 나타나라... 이제 흰눈썹울새를 찾아야 해...
작은 보온병에 담아 온 뜨끈한 커피도 한 잔 하면서 본격적으로 흰눈썹울새를 찾아보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갈대 더미에서 작은 녀석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이전에는 이거보다 더 멀어서 아예 촬영은 포기했었는데, 오늘은 형태와 색이 충분히 보일 정도의 거리. 만족하고 집에 가려는데 이 녀석 총총걸음으로 계속 내 쪽으로 달려옴.
얼음 땡을 반복하다 보니 거의 코 앞까지 다가온 녀석. 나는 나무에 기대서 숨도 못 쉬고 바라보고 있었다.
우어 대박이다... 한참을 요리조리 움직이던 녀석은 갈대 더미 속으로 사라졌는데 아마 거기가 집인가 보다. 오늘 목표 달성. 회색기러기나 고니는 안 봐도 됨. 빠르게 퇴근.
입구로 가다가 아까 만났던 선생님을 다시 만났다. 잠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새들이 자꾸 나타남.
선생님과 헤어져서 입구로 이동 중에 잠깐 둘러보다 고니 발견. 바로 앞에 있었다.
세 마린가 있다던데 이 녀석은 혼자 있었다.
갑자기 회색기러기도 볼까 싶었는데 멀리 있다는 말을 듣고는 빠르게 포기.
온통 큰고니와 기러기들의 울음소리로 시끌시끌했던 경안천. 이제 당분간은 올 필요 없겠다. 그래도 정말 많은 새를 볼 수 있는 곳이라 기억에 남을 듯.
길고 긴 악연을 끊고 흰눈썹울새를 코 앞에서 만난 행운을 얻었던 날. 다음엔 또 어떤 녀석이 등장할지 기대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