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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5년 1월 17일] 경안천생태습지공원 - 흰눈썹울새, 붉은가슴흰죽지 등

by 두루별 2025. 1. 24.

이번 주 내내 달리는 바람에 하루 쉴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경안천생태습지공원에 붉은가슴흰죽지가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흰눈썹울새 때문에 한 번 가긴 가야 하는데... 고민고민하다 일단 가보기로 하고 장비를 챙겨 출발.

공원엔 사람들이 바글바글... 입구 쪽에서 열심히 촬영하고 있던 분에게 붉은가슴흰죽지 봤냐고 물었더니 그게 뭐예요?라는 반응. 아... 노인네들은 모르나 보구나... 관심도 없는 듯. 다들 열심히 뭐를 찍고 있던데 아마 고니를 찍는 모양.

사람들이 많아서 쉽게 보겠구나 했는데 갑자기 셀프 탐색이 되어 버림. 다행히 오늘은 쌍안경을 가지고 왔다. 그렇게 천천히 둘러보다가 금방 눈에 띄는 녀석 발견!

도감도 필요 없겠다. 붉은가슴흰죽지다.
큰고니가 커다란 궁둥이를 하늘로 들고 옆에서 꿀잠 방해.
잠에서 깬 붉은가슴흰죽지(기러기목 / 오리과)

거리가 좀 있어서 좋은 화질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 그냥 봤다는 증거만 남기고 끝. 
이제 흰눈썹울새를 찾아야 하는데, 전에 함께 탐조하던 선생님이 흰눈썹울새를 좀 전까지 봤다고 알려주심. 

큰기러기(기러기목 / 오리과)
딱새(참새목 / 솔딱새과)
목이 일자인 큰고니(기러기목 / 오리과)
청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큰고니만 바글바글...

멀리 회색기러기와 고니가 있다는데 나의 관심사는 오로지 흰눈썹울새. 오늘은 꼭 보고 갈 생각으로 열심히 뒤졌다...는 구라고... 다른 녀석들이 자꾸 나타나서 정신을 빼앗김...

물닭(두루미목 / 뜸부기과)
청머리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밭종다리(참새목 / 할미새과)
큰고니
잿빛개구리매(매목 / 수리과)
청둥오리 머리를 물고온 큰부리까마귀(참새목 / 까마귀과)
마구 깃털을 뽑아 버림
큰부리큰기러기(기러기목 / 오리과)
청머리오리 암컷
흰비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흰비오리 암컷들
쇠물닭(두루미목 / 뜸부기과)
때까치(참새목 / 때까치과)

경안천에는 진짜 다양한 새들이 있었는데, 물총새도 휙 날아가고 난리도 아니었다.

논병아리(논병아리목 / 논병아리과)
큰부리큰기러기들이 대부분
딱새
밭종다리들도 많이 보였다

아오... 고만 좀 나타나라... 이제 흰눈썹울새를 찾아야 해...

작은 보온병에 담아 온 뜨끈한 커피도 한 잔 하면서 본격적으로 흰눈썹울새를 찾아보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갈대 더미에서 작은 녀석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꺄울! 흰눈썹울새(참새목 / 솔딱새과)다!!
멀지만 드디어 만났다!

이전에는 이거보다 더 멀어서 아예 촬영은 포기했었는데, 오늘은 형태와 색이 충분히 보일 정도의 거리. 만족하고 집에 가려는데 이 녀석 총총걸음으로 계속 내 쪽으로 달려옴.

오오 가깝다!
파밧!
얼음!
땡! 도도도도~
또 얼음!
이 녀석 보느라 손이 어는 줄도 몰랐음...
또 땡~ 도도도도도도~
얼음!
땡~

얼음 땡을 반복하다 보니 거의 코 앞까지 다가온 녀석. 나는 나무에 기대서 숨도 못 쉬고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얼음!
땡~ 또로로로로
다시 얼음... ㅋㅋ
얼음 땡, 얼음 땡... 무한 반복
거의 물가 근처까지 온 녀석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이동하더니 또 얼음
마지막엔 물가에 붙어 있는 갈대 더미로 쏙~
들어가는 척 하고 한 번 돌아 보더니 그대로 갈대 속으로 사라짐

우어 대박이다... 한참을 요리조리 움직이던 녀석은 갈대 더미 속으로 사라졌는데 아마 거기가 집인가 보다. 오늘 목표 달성. 회색기러기나 고니는 안 봐도 됨. 빠르게 퇴근.

쇠물닭(두루미목 / 뜸부기과)
다시 찾아 본 붉은가슴흰죽지
혼자 잘 놀고 있었다

입구로 가다가 아까 만났던 선생님을 다시 만났다. 잠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새들이 자꾸 나타남.

흰꼬리수리(매목 / 수리과)
청머리오리 커플
쇠오리(기러기목 / 오리과)들
청머리오리
딱새(참새목 / 솔딱새과)
알락할미새(참새목 / 할미새과)

선생님과 헤어져서 입구로 이동 중에 잠깐 둘러보다 고니 발견. 바로 앞에 있었다.

고니(기러기목 / 오리과)

세 마린가 있다던데 이 녀석은 혼자 있었다.
갑자기 회색기러기도 볼까 싶었는데 멀리 있다는 말을 듣고는 빠르게 포기.

경안천은 새들의 천국

온통 큰고니와 기러기들의 울음소리로 시끌시끌했던 경안천. 이제 당분간은 올 필요 없겠다. 그래도 정말 많은 새를 볼 수 있는 곳이라 기억에 남을 듯.

길고 긴 악연을 끊고 흰눈썹울새를 코 앞에서 만난 행운을 얻었던 날. 다음엔 또 어떤 녀석이 등장할지 기대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