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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5년 4월 24일] 마라도(2) - 쏙독새, 큰밭종다리, 개개비사촌 등

by 두루별 2025. 5. 19.

마라도 2일 차. 날씨는 좋았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간밤에 아내와 통화를 하며 산책을 했는데, 가로등 하나 없는 마라도는 별이 쏟아졌다. 하지만 등대가 너무 밝아서 별을 촬영하는 건 불가능할 듯... 거기다 발이라도 헛디디면 요단강 충분히 건널 수 있을 거 같았다. 밤에는 안 돌아다니는 게 좋을 거 같음.

아침 일찍부터 새를 찾아다녔지만 눈에 띄는 새는 없었고 낯익은 녀석들만 잔뜩 만날 수 있었다.

너무 일찍 나왔나? 그믐달이 떠 있었다. 

아직 어스름이 남은 시간인데 나 때문에 쉬고 있던 흰뺨검둥오리들이 날아 오름.

꺅도요(Common Snipe)도 날고...
제비(Barn Swallow)는 아직 잠 깨는 중
드디어 해가 뜬다... 동해 물과...
바다직박구리 Blue Rock-Thrush
노랑눈썹솔새 Yellow-browed Warbler
흰이마직박구리 Light-vented Bulbul
작은동박새 Swinhoe's White-eye
떠오르는 해를 보고 있는 되지빠귀(Gray-backed Thrush)
검은댕기해오라기 Striated Heron
뒷부리도요 Terek Sandpiper

돌아다녀도 새가 읎다... 바람 불어서 다 떠났나?

쇠솔딱새 Asian Brown Flycatcher
큰유리새 Blue-and-white Flycatcher
촉새 Black-faced Bunting
흰배멧새 Tristram's Bunting
엥? 상모솔새(Goldcrest)??
다시 만난 되지빠귀
칼새 Pacific Swift

갈대밭에서는 쇠개개비와 개개비사촌 소리가 들렸다. 이때 갈대 위로 쏙 올라온 녀석.

개개비사촌 Zitting Cisticola

쇠개개비는 소리만 들리고 얼굴은 안 보여줘서 포기하려는데 [큰밭종다리]가 있다고 얼른 와보란다.

큰밭종다리 Richard's Pipit

밭종다리 보다 큰지는 모르겠지만 특유의 자세가 눈에 띄었다. 가슴을 펴고 서 있는 모습...

저 멀리 날아가서도 꼿꼿이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솔새사촌 Dusky Warbler

갯바위에서 촐싹거리며 뛰어다니고 있던 솔새사촌. 새가 없어서 그런가 너무 반가웠다.

떼로 제주도 쪽으로 날아가고 있던 쇠부리도요(Little Curlew)
황로 Eastern Cattle-Egret
흰눈썹황금새 Yellow-rumped Flycatcher

어제는 안 보이던 흰눈썹황금새가 보인다. 새로 들어온 모양.

황금새 Narcissus Flycatcher

등대 옆에서 솔새와 황금새들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새가 한 마리 날아왔다. 할미새사촌!
촬영을 하려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내 카메라를 툭 쳐 버렸다. 허둥대는 동안 바로 앞에 앉아 있던 할미새사촌을 이번엔 카메라가 초점을 못 잡는다... 어이가 없어서...

비매너와 멍청한 카메라의 합작으로 2m도 안 되는 거리에 있던 할미새사촌을 촬영하지 못하고 버벅대는 사이 새는 숲으로 날아가 버렸다. 지금껏 멀리서 촬영했던 사진 밖에 없던 할미새사촌을 눈앞에서 날려 버리자 허망했다... 

비매너도 짜증 나고 머리도 식힐 겸 혼자 숲으로 향했는데 혹시나 있을 할미새사촌을 쌍안경으로 찾기 시작. 그런데 찾던 할미새사촌은 아무리 둘러봐도 안 보이고 바로 앞에 이상 놈이 하나 앉아 있었다.

쏙독새 Gray Nightjar

'에이 뭐야 쏙독새? 여기 쏙독새!'라고 사람들에게 외쳐 버리고 다시 할미새사촌을 찾기 시작. 그런데 갑자기 소란해졌다. 내가 [쏙독새]라고 외치니까 사람들이 모여들었는데 아무도 찾지 못하고 있던 상황. 자꾸 쏙독새가 어딨냐고 물어보는 바람에 할미새사촌 찾기는 포기...

근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럴 만도 한 게, 우리가 여기서 한 시간은 새를 보고 있었는데 그동안 쏙독새가 있다는 걸 아무도 알지 못했다는 거... 그 후 할미새사촌 때문에 전투력이 급상승한 바람에 눈에 띈 상황이었다. 생각해 보니 이것도 어이없음...

얼른 정신을 차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쏙독새 위치를 알려주기 시작. 이날 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쏙독새를 볼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 다들 행복해하는 걸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마음도 누그러졌다.

할미새사촌은 날렸지만 쏙독새의 콧구멍과 콧털을 근접 촬영했으니 등가교환의 법칙 성립인가?

마라도의 명물인 매(Peregrine Falcon)

오후가 되자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황금새의 목이 노랗다 못해 시뻘겋게 보였다.

그래도 흰눈썹황금새는 노란색... 

사할린되솔새 Sakhalin Leaf Warbler
산솔새 Eastern Crowned Warbler
큰유리새 암컷
황금새 암컷

이렇게 또 하루가 저물었다. 남들은 마라도 와서 초원멧새도 보던데 나는 쏙독새로 만족해야 하나 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