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고도 무려 8주가 지난 후에 도착한 독일 Gerd Neumann 社의 CTU(Camera Tilting Unit)입니다.
첫인상은 역시 독일제구나! 가격에 비해 몹시 허접한 데다 새 제품인데 조립 상처도 있고...
이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고 예전의 높은 품질과 정교한 맛은 이제 독일 제품에서 찾기 힘듭니다.
그건 그렇고, 이 CTU(Camera Tilting Unit)가 뭐에 쓰는 물건이냐면...
카메라는 보통 제조사에서 제조 시에 센서의 수평과 평면을 잘 맞춰서 출고됩니다.
이게 생각보다 아주 중요한 공정으로... 렌즈와 센서가 완벽한 평면을 이뤄야 상이 왜곡되지 않겠죠?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중국산 카메라는 이 작업이 좀 대충 되어 있습니다.
사실 정렬 작업을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저처럼 잘 못 뽑으면 촬영 결과물의 주변부 별들이 늘어져 버리고 맙니다.
반대로 카메라의 센서 정렬은 완벽하지만 별이 늘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망원경의 접안부가 처진다던가,
광축이 살짝 나갔다든가 등등의 이유로 광로가 기울어지면 센서가 기울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카메라의 기울기를 조절하여 망원경의 광로와 일치시키면 해결되는데,
이런 작업을 편하게 해주는 장비가 바로 CTU와 같은 센서 기울기 조절 어댑터(Sensor Tilt Adapter)입니다.
기존의 센서 기울기 조절 어댑터(Sensor Tilt Adapter)는 반사 망원경의 광축을 맞추는 방식과 동일하게,
밀고 당기는 두 개의 조절 볼트가 한 쌍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조절 볼트가 120도 간격으로 총 3군데에 위치해 있어서 이 볼트들을 밀고 당겨서 맞춰야 하는데,
저도 실제로 해보지는 않았지만 작업이 은근히 어렵고 짜증 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 CTU는 측면에 있는 세 개의 볼트로만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렬 시간이 훨씬 줄어들 거라 기대합니다.
CCDInspector와 함께 사용하면 더 쉽고 편하다는데
헐... 20만원이 넘는군요... 포기는 빠르게...
참고로 카메라의 기울기를 조절하는 것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은 아래 사이트를 방문해 보시길.
제가 주로 사용하는 FSQ-106ED 경통은 감속기(Reducer)를 사용하지 않으면 구경비가 f/5.0이고,
645 Reducer QE 0.72X 감속기를 사용하면 f/3.6입니다. 구경비 f/5.0에서는 아주 살짝 좌측 하단의 별이 늘어졌습니다만,
f/3.6의 단초점이 되면 사방의 별들이 아주 난리가 납니다. 광시야는 거의 f/3.6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이 CTU란 녀석이 마법을 부려서 모서리 구석까지 동그란 별상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제가 구매한 CTU는 M68x1mm 제품입니다.
더 작은 M48x0.75mm 제품도 있었지만 변환 어댑터까지 사용하면 비네팅이 생길 거 같아 큼지막한 M68을 선택!
뭐 부족한 거 보다는 남는 게 낫죠.(부피와 무게는 덤)
문제는 제 장비들이 전부 M54x0.75mm로 연결되기 때문에 변환 어댑터가 꼭 필요하다는 점.
제가 이 단계에서 살짝 망설이자 주인장 Gerd가 변환 어댑터 2개를 제작해 줄 수 있답니다. 저렴하게...(솔깃!!)
변환 어댑터 가격은 정말 생각보다 저렴했지만 무슨 아노다이징 하는데 4주나 걸린다고...
당시에는 비만 오던 긴긴 장마 기간이어서 딱히 급하지도 않으니 두 눈 딱 감고 일단 주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4주는 개뿔...
8주가 지나도록 연락이 없어서 슬슬 짜증이 올라오는데...
눈치 없는 주인장 Gerd가 기쁜 소식을 전하게 되어 기쁘다면서 드디어 발송을 했다는 메일이 오더군요.
그렇게 모든 것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갈 무렵...
FedEx가 던지고 간 봉투에는 CTU와 함께 있어야 할 변환 어댑터가 1개만 들어있는 것이었습니다.
8주를 기다렸는데 고작 포장하나 제대로 못해서 물건 하나를 누락하다니... 기가 차서...
시간을 확인해 보니 다행히 독일은 한 낮.
방금 FedEx 봉투를 열었는데 변환 어댑터가 1개밖에 안 들어 있으니까 확인 좀 해 달라고 메일을 보냈더니
10분도 안돼서 쏜살같이 답장이 날아옵니다. '그럴 리 없으니까 봉투 안에 잘 뒤져봐' 라고...
아니 박스도 아니고 A4 용지 만한 봉투에 넣어 보내 놓고는 뭘 더 뒤져... 도라에몽 주머니도 아니고...
내용물 사진을 찍어서 보내니까 이번에는 1시간 정도 후에 답장이 오더군요.
'저기... 미안한데, 지금 사장님이 출장 중이셔서 1주일 후에 돌아오거든? 최대한 빨리 답장 줄 게' 라고요... ㅎㅎㅎ
나랑 좀 전까지 대화하던 Gerd는 어디 가고 갑자기 직원이... 하아....
이놈들 하는 짓을 봐서는 영영 변환 어댑터 받기는 글러 먹은 거 같아서 바로 Aliexpress를 뒤졌습니다.
딱 원하는 어댑터가 있더군요... 심지어 가격도 더 싸...
역시 Aliexpress에는 없는 게 없네요. 처음부터 어댑터는 Aliexpress에서 알아봤어야 했는데... ㅠㅠ
얘기가 길었지만 이런 일들 때문에 이번 주에 나갈지도 모를 출사에 CTU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거죠.
주변까지 동그란 별상을 얻는다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이야...
캐논 DSLR을 사용할 때는 고민한 적도 없던 문제였는데 ZWO 카메라가 속을 썩이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