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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8월 1일] 제주도 탐조 여행 - 1일차 (동백동산, 종달리 해변)

by 두루별 2023. 8. 5.

제주도 애월 어딘가...

8월 1일부터 4일까지 제주도로 휴가 겸 탐조 여행을 다녀왔다. 예보와 달리 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하다 멈춰있는 바람에 여행기간 내내 청명한 날이 이어졌다. 남들과 다른 루트로 다닌 제주도 탐조 여행기를 일자별로 간단히 정리해보려 한다.

출발 전에 열심히 제주도 탐조에 대해 알아봤지만 한여름 탐조가 그렇듯 제주도도 탐조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거기다 마라도가 태풍의 영향으로 모든 배편이 취소되는 바람에 마라도 탐조도 포기해야 했다. 탐조하기 정말 안 좋은 시기다. 일정을 변경할 수도 없으니 일단 생태공원 위주로 다니면서 해안가를 따라 흑로와 물새를 찾는 방식으로 탐조를 하기로 하고 아침 일찍 제주도로 출발했다.

제주공항에 도착했는데 서울보다 시원했다. 개꿀.
렌터카의 관문 Gate 3. 렌트하려면 누구나 이 문을 지나야 한다.
진짜 오랜만에 소나타를 타본다. 그런데 그동안 바뀐 거라고는 오른 가격밖에 없구나...

렌터카는 차 상태가 엉망이라 신차를 받는 게 아닌 이상 고급차를 렌트하는 건 돈 낭비다. 그래서 저렴하게 아반떼를 신청했는데 소나타를 줌. 추가 비용 없으니까 그냥 타란다. 잠깐 고민하다가 중형 차니까 좀 낫겠지 싶어 그냥 받았는데 승차감은 참을 만했지만 차가 저속에서 너무 힘이 없었다. 그냥 아반떼 받을 걸... 기름만 더 먹는 애물단지다.

숙소와 주요 탐조 예정지 (출처: 카카오맵)

이번 여행의 숙소는 처남이 잡아주었는데 제주도 서쪽에 위치해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탐조 장소가 제주도 동쪽 끝부분이라는 건데, 도착해서 내비게이션으로 확인해 보니까 탐조지에서 숙소까지 1시간 30분이 걸린다고 나온다.(헙...) 제주도가 생각보다 크고 도로가 협소해서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걸 생각 못 했다. 뜨거운 낮에는 숙소에 들러서 쉴 생각이었는데 왕복 3시간을 이동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제 새벽같이 나가면 저녁까지 밖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 

남들은 여행 전에 열심히 계획을 짜던데 우리 부부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이런 거에 서툴다. 할 수 없다 일단 렛츠고!

점심 먹으러 들른 성산읍. 온 김에 일출봉도 슬쩍...(사진만 찍고 이동함)

제주도도 식후경인데 일단 성산읍에서 점심을 대충 먹고는 첫 탐조 장소인 '동백동산습지센터'를 방문했다.

동백동산습지센터

주차장이 엄청 넓다. 단체 여행객을 위한 버스 주차장도 있고 전기차 충전소도 있다. 화장실도 아주 깨끗하고 굿!
날이 타 죽을 날씨라 입구에서 멀지만 그늘에 주차를 하고 모기 기피제를 온몸에 도포한 후 탐방로 입구로 향했다.

동백동산은 일단 사람이 없다. 너무 좋다. 휴가철인데도 이렇게 사람이 없다니 너무 좋은 곳이다. 

동백동산 탐방로 입구. 아내는 영화 쥬만지가 생각 난다고...
참새(참새목 / 참새과, 텃새)
동백동산 주차장에 참새가 떼로 날아다녔다.

동백동산은 입구부터 참새, 곤줄박이, 동박새, 직박구리를 볼 수 있을 만큼 기본적으로 새가 많았다. 조금만 들어가도 섬휘파람새의 노랫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릴 만큼 자연환경은 최고. 하지만...

동백동산은 탐방로가 좁고 나무가 울창해서 한낮에도 어둡다.
숲이 너무 울창해서 새를 찾는 게 보통일이 아니다.

숲이 너무 울창해서 탐방로가 내내 어두컴컴하고 좁은 탐방로를 벗어날 수 없어서(유혈목이가 있다고 함 ㄷㄷㄷ) 소리는 여기저기서 들리지만 새를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봄, 겨울에는 훨씬 수월하겠지만 한여름에는 엄청난 습기와 모기떼의 습격을 견디며 탐조를 해야 하는데 고생만큼 얻을 수 있는 게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자연을 즐기며 걷는 목적이라면 정말 최고의 환경이다.(탐조지로는 꽝이란 얘기를 길게 쓴 거...)

직박구리(참새목 / 직박구리과, 텃새)

숲속은 온통 직박구리 천지였다. 너무 시끄러워서 다른 새의 소리가 하나도 안 들릴 정도다. 이렇게 직박구리가 대량으로 번식하는 곳은 처음인 거 같다. 보통 까치나 물까치와 영역을 나누거나 숲의 일부에 서식하는 모습을 봐왔는데 제주도는 모든 곳을 직박구리가 점령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까치가 하는 짓을 여기서는 직박구리가 하고 있을 정도...

동백동산 설명. 이런 설명을 읽는 것도 재밌다.

'먼물깍'까지 가는 탐방로를 이동하면서 다른 곳에 물린 곳을 빼고도 어깨만 모기에게 7방을 물렸다. 너무 가려워서 정신이 혼미할 정도... 기피제가 안 뿌려진 곳만 골라서 무는 모기 놈들의 스킬... 모기 물렸을 때 바르는 약을 들고 다니며 발라도 숲 모기라 너무 가려웠다. 그 바람에 새는 찾는 둥 마는 둥 하면서(어차피 보이지도 않는다) 서둘러 습지인 '먼물깍'으로 이동했다. 길도 울퉁불퉁 험해서 생각보다 쉽지 않은 코스였다.

먼물깍

우거진 숲을 통과해서 나오면  만나게 되는 탁 트인 '먼물깍'은 작은 호수 형태의 습지였다. 먹을 수 있는 물이라는 뜻이라고 하며 「람사르습지」이자 「제주도기념물 제10호」라고 한다. 아내는 이런 자연 연못이나 호수를 아주 좋아하는데, 숲길 걸으면서 다 죽어 가던 사람이 먼물깍을 보더니 너무 예쁘다고 떠날 생각을 안 한다.

먼물깍 주변 관목에는 붉은머리오목눈이들이 잔뜩 있었는데 부끄럼이 많아서 촬영은 실패. 눈으로만 담고 입구로 출발했다.

다행히 다른 코스는 넓은 평지를 걷는 길이었다. 길이 넓으니까 하늘도 보이고 햇볕도 내리쬔다. 뜨거워서 피하기만 했던 햇볕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뜨거운 햇볕 때문에 망할 모기도 싹 사라졌다. 온몸이 근질근질했는데 속이다 후련했다.

개구리밥이 가득 덮고 있던 새로판물의 설명. 주변에 노루 발자국도 보였다.
동박새(참새목 / 동박새과, 텃새)
처음 보는 동박새 돈고. 제주도라 참새처럼 동박새들이 떼로 날아다닌다.
곤줄박이(참새목 / 박새과, 텃새)
동백동산 입구에서 새를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탐방로는 찾기 힘듬.

동백동산을 한 바퀴 돌고 나자 머리가 띵하다. 아내도 지친 기색이다. 성산읍 편의점에서 산 얼린 생수가 우리를 살렸다. 서울에서 탐조 다닐 때는 얼음팩을 보냉 가방에 넣고 다녔는데 물을 얼려서 가지고 다니는 게 더 낫다는 것도 이번에 배웠다. 

오후에 움직여서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다. 첫날이니까 종달리 해변에서 흑로를 찾아 보고 바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종달리 전망대'는 미리 로드뷰로 주차할 자리를 봐 놨기에 망정이지 해안 도로라 아무 데나 주차할 수가 없었다. 모래사장이 있는 해안이 아니라 용암 바위로 뒤덮인 해안이라 일단 사람이 없어서 좋다.(우리는 한적한 걸 제일 좋아함.)

귀여운 갯강구(등각목 / 갯강구과). 아내가 얘를 보고 기절할 뻔 함.

해안 산책로 주변에는 온통 갯강구다. 아내는 처음엔 '저게 뭐지?'라는 표정이었는데 바다 바퀴벌레라고 설명해 주자 기겁을 했다. 다리가 많아서 징그러울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귀엽고 예쁜 녀석이다. 

종달리 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마님.
종달리 전망대에서 발견한 노랑발도요(도요목 / 도요과, 나그네새)
떼로 날아가는 검은 새들
확대해 보니 가마우지(사다새목 / 가마우지과, 텃새)들이다.
성산포항 쪽으로 떼로 날아간다.
종달리 해안 도로를 걷다가 또 발견한 노랑발도요.
5마리가 무리를 지어 다니고 있었다.
흑로는 못 봤지만 귀여운 노랑발도요를 봐서 좋았다. 아내는 인형 같다고 한다.
예수상인 줄... 젖은 깃털을 말리고 있는 가마우지.
해도 저물어 가는데 언제 말리려고... 멀리 보이는 곳은 우도.
깃털 색이 금속 광택의 짙은 녹색이라 멋있다.
다른 무리의 노랑발도요. 의외로 많은 개체가 있었다.
제주도는 하와이 처럼 화산섬이라 해안의 느낌이 비슷하다.
막 물에서 나온 가마우지를 만났다.
부르르 깃털을 털어서 물기를 턴다.

종달리 전망대에는 쌍안경이 있는데 무료다. 선명하지는 않지만 제법 배율이 있어서 멀리까지 보였는데 꼬마 아가씨들이 눈을 못 떼고 있었다. 전망대에 올라 혹시나 있을 흑로를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있었다 하더라도 용암석과 깃털 색이 비슷해서 찾기 힘들었을 거 같다. 아직은 여유가 있으니 다음 날부터 본격적으로 종달리 해안 도로를 따라 흑로를 찾을 계획.

보고 싶던 흑로는 못 봤지만 노랑발도요랑 가마우지를 만나서 좋았다. 가마우지는 민물가마우지 보다 확실히 작아 보인다. 언뜻 보면 가마우지와 민물가마우지를 구분하기 힘들 거 같지만 가마우지는 얼굴 뺨이 하얗고 부리의 노란 부분이 넓지 않아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벌써 저녁 6시가 넘었다. 이제 숙소로 가야한다. 1시간 반이나 걸림...

핀크스비오토피아 방문자 센터. (키 받으러 가는 아내가 보인다.)

공항에서 바로 탐조를 가는 바람에 8시가 다 돼서 체크인을 했다. 숙소는 핀크스비오토피아 타운하우스다.
시설이 좋기는 했는데 둘이 지내기에는 쓸데없이 넓었다. 거기다 오지도 이런 오지가 없다. 24시간 편의점은 다행히 옆 호텔에 있었지만 식당은 차로 20분은 나가야 한다. 동선을 잘 짜서 저녁까지 깔끔하게 먹고 들어오는 게 여러모로 편하다. 

저녁은 중문에 있는 '퍼랭'이라는 횟집. 정한 게 없어서 급하게 검색해서 찾은 곳이었지만 아내가 아주 마음에 들어했다.

중문에 있는 '퍼랭'. 이름대로 온통 퍼렇다.
세트를 시키면 코스 처럼 계속 요리가 나온다.

올 초에 강릉에서 먹었던 훨씬 비싸고 맛없던 회에 비하면 이곳 퍼랭에서 먹은 회는 더 저렴한데도 퀄리티가 높고 신선하고 맛있었다. 이런 로컬 식당을 좋아하는 아내 덕에 분위기 잡을 필요도 없으니 아주 편하다. 친절한 직원들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첫날은 큰 소득 없이 마무리. 다음날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더위 때문에 새들이 활동할 이른 시간에 나가볼 생각인데 서울처럼 탐조 포인트가 있는 게 아니라서 새를 찾는 게 쉽지 않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