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르던 국립수목원을 다녀왔다. 1시간 거리인데도 왜케 멀게 느껴지는지...
예전엔 광릉수목원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하여간 대충 30년 만에 다시 방문한 수목원은 평일이라 한산했다.
더 추울 때 왔어야 했지만 게으름 때문에 2월 기온이 18도가 넘어가는 날 방문하게 됐다. 겨울철새가 남아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됐지만 입구에는 텃새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일단 오늘의 목표종은 청도요다!
곤줄박이와 박새, 쇠박새들이 하도 성화를 부려서 장비도 못 풀고 땅콩부터 제공. 얘들이 끝도 없이 짹짹거리고 난리를 펴서 하루 종일이라도 있을 기세라 서둘러 하천을 따라 이동하면서 청도요를 찾기로 했다.
하천을 아무리 둘러봐도 청도요는커녕 비슷하게 생긴 돌도 찾을 수가 없었다. 청도요가 은신에 능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은신해서 안 보이는 건지 아니면 여기에 없는 건지 알 수가 없음... 그렇게 돌이 돌로 안 보이기 시작할 즈음 저 멀리 부리 달린 돌 발견! 거리가 멀었지만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 청도요다!!!
부리나케 발견한 장소로 가봤지만 접근이 안 되는 곳이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관목을 헤치고 하천 쪽으로 갔지만 청도요를 찾을 수 없었다. 우와 정말 은신 대박... 포기하고 좀 떨어진 곳에서 다시 찾아보면 또 보이는 신기한 녀석... 멀리서라도 얼굴을 봤으니 만족해야 할 듯...
숲해설가 아저씨가 몇 안 되는 사람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설명을 해주고 있었는데, 슬쩍 귓동냥을 해 보니, 날이 갑자기 따뜻해져서 텃새들은 활발해지고 철새들은 활동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겨울철새 보려면 서둘러야 한다.
별생각 없이 청도요를 찾으려고 풀숲도 헤치고 낙엽도 밝으면서 다니고 있었는데 낙엽 밑에서 개구리가 튀어나왔다. 세상에 설마 밟고 다닌 건 아니겠지??? 이제 개구리도 나와서 활동하는 시기였구나... 벌써 봄이었던 거...
근데 이 녀석 나중에 찾아보니 사연이 좀 있는 개구리였다. 정확한 정보를 찾기는 어려웠지만 구글(네이버는 맛집과 쇼핑에 특화된 검색엔진. 무쓸모)로 검색을 해보면 '한국양서파충류학회(또는 협회)'라는 곳에서 2021년 3월 9일 공지를 통해 북방산개구리를 삭제하고 큰산개구리의 국명과 학명을 새롭게 추가했다는 공지가 검색된다. 하지만 홈페이지는 사라져서 해당 공지의 전문을 확인할 수는 없었는데, 이 단체가 정확하게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도 알 수가 없는 데다 실체도 불분명하다. (정부의 연구기관이 아닌 것은 이름만 봐도 알 수 있고 도메인도 co.kr이다. 회사라는 얘기...)
그런데 큰산개구리 관련 내용이 있는 블로그들을 보면 저 단체에서 이렇게 정했기 때문에 큰산개구리로 부른다고 되어있었다. 심지어 네이처링에서도 북방산개구리라고 올리니까 바로 큰산개구리로 이름 제안이 들어 올 정도. 그렇게 변경하는 근거도 궁금하지만 변경된 게 사실이라면 국립생물자원관은 뭘 하고 있길래 3년이 다 되도록 정보 등록도 안 하는 걸까?
북방산개구리를 큰산개구리로 변경했다면 뭔가 자료가 있어야 할 텐데, 네이버에서 큰산개구리를 검색하면 어떤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 메인으로 뜬다. 블로그의 내용을 사실이라고 믿으라는 건가? 그 블로그에서도 근거로 든 내용이 양서파충류학회에서 그렇게 개정했다고 나온다. 도대체 양서파충류학회는 뭐 하는 곳인지 너무 궁금... 하여간 맛집과 쇼핑 자료는 넘쳐 나지만 개발이나 학술 자료는 검색도 힘든 우리나라의 현실이 씁쓸하다.
이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고 계신 분이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댓글로 좀 알려주시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