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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6월 16일] 파주 공릉천에서 뜸부기 찾기 (2)

by 두루별 2024. 6. 16.

뜸부기 찾기 두 번째 시도의 날이 밝음.
오늘은 새벽같이 일어나서 출발했는데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지만 아침 7시인데도 논에서는 아지랑이가 올라왔다. 촬영을 해도 초점이 안 맞아 보임... 거리가 좀 있는 대상은 더 심하게 일렁거렸다... (망했다...)

오늘은 갈현리부터 시작해서 법흥리, 송촌동으로 이동하면서 뜸부기를 찾아볼 생각이다. 아지랑이가 문제지만 어쩔 수 없다. 최대한 빠른 셔터로 많이 찍어서 골라야지... 그렇게 갈현리의 논에서 뜸부기를 찾기 시작했다.

시작하자마자 도로 건너편 논에서 이상한 실루엣을 발견. 너무 역광이라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대충 누군지는 알겠다.

알락꼬리마도요(도요목 / 도요과)
논에서 알락꼬리마도요를 보기는 처음이다.
아직 떠나지 않은 녀석일까? 논에서 열심히 사냥을 하고 있었다.
큰부리까마귀(참새목 / 까마귀과)
우르르 몰려 다니고 있는 저어새(황새목 / 저어새과)들...
원앙 부부. 거리가 좀 있었는데 아지랑이가 사진에서도 보일 정도...
수컷은 번식깃이 빠지고 있어서 볼품이 없었다.
황로(황새목 / 백로과)
벌써 아침 사냥을 마치고 쉬는 중인가?
쇠백로도 연신 깃털을 정리하고 있었다.
언제나 사냥에 진심인 중백로(황새목 / 백로과)

이른 아침인데도 어제보다 더 새가 없었다. 갈현리를 떠나 법흥리로 이동했지만 이곳도 마찬가지...
최대한 두리번거리면서 논길을 이동하고 있었는데 건너편 논두렁에서 시커먼 녀석이 폴짝 뛰어내리는 게 보였다.

엇??? 쇠물닭???
아니다!! 벼슬이 머리위로 솟아 있다!!!
뜸부기(두루미목 / 뜸부기과)다!!!!

드디어 뜸부기를 만났다!!! 아쉽게도 거리가 좀 있었지만 바로 날아가지 않고 한 동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머물러 줬다. 서 있는 뜸부기가 거의 가려질 정도로 벼가 자라 있어서 발견한 건 정말 운이 좋았다고 밖에는...

정말 쇠물닭과 꼭 닮은 외모...
거리가 좀 있었지만 우리가 있는 차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경계심이 강한 녀석... 최대한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는데...
호로록~
저 멀리 다른 논으로 날아가 버림...

이래서 위치를 알아도 소용이 없다는 거... 여기저기 날아다니니까 그냥 다 돌아보는 수밖에 없는 거 같다. 이 녀석이 날아간 논으로 열심히 쫓아갔지만 다신 찾을 수 없었다. 저 시커먼 녀석이 그냥 벼 사이로 사라져 버림...

새끼 두 마리를 데리고 다니던 꼬마물떼새(도요목 / 물떼새과)만 보일 뿐...
어미의 정면 앞 쪽에 귀여운 새끼가 있다. (착한 사람 눈에만 보임)
중백로(황새목 / 백로과)

아쉬운 마음에 주변 논을 샅샅이 뒤졌지만 뜸부기는 찾을 수 없었다. 보여줄 마음이 생겨야 볼 수 있나 보다...

순간 뜸부기를 다시 찾은 줄 알았는데 꼬리깃이 다 빠진 꿩이었다...

탐조 시작 1시간 반 만에 탐조 종료. 운 좋게 2트 만에 뜸부기를 볼 수 있었다. 1~2분 정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뜸부기. 어릴 적 논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녀석을 어렵게 다시 만났지만 금방 헤어지고 말았다. 숫자가 팍팍 늘어서 다시 논에서 언제나 만날 수 있는 뜸부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목표를 달성하면 뒤도 안 돌아 보고 떠나는 우리 부부는 차 막히기 전에 부지런히 집에 돌아와서 점심 먹고 쿨쿨 잤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