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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7월 7일] 경주와 창원 여행 - 물꿩 (2)

by 두루별 2024. 7. 10.

경주 옥산서원에서 호반새의 육추를 보고 물꿩이 있는 창원으로 출발!

경주에서 창원의 동판저수지 까지는 2시간 정도 거리. 새벽부터 강행군이지만 드디어 물꿩을 본다는 기쁨에 신나서 창원으로 달렸다. 아내는 옆에서 곯아떨어짐...

동판저수지에 도착하고 보니 주남저수지와 달리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 없었다. 한참을 뒤져서 저수지가 보이는 곳을 찾았는데 그곳엔 물꿩을 촬영하러 오신 많은 분들이 계셨다. 그래도 잘 찾아온 거 같아 다행...

장비를 설치하고 둘러 본 동판저수지 풍경

동판저수지는 [마름]으로 덮여 있었는데, 크기는 철원의 학저수지랑 비슷해 보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저수지를 둘러볼 수 있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좀 아쉬움...

그렇게 동판저수지를 둘러보다 저 멀리 하얀 물체가 보였는데 그 하얀 물체가 움직였다! 드디어 찾았다 물꿩이다~!!

드디어 만난 물꿩(도요목 / 물꿩과). 종추!!

멀긴 하지만 다행히 날이 흐려서 아지랑이는 심하지 않았다. 두 녀석이었는데 한 녀석은 바로 날아올랐다.

날개가 눈처럼 하얗다... 눈이 부실 정도...

언제 물꿩이 가까이 올진 알 수 없는 일. 물꿩 마음이다. 그냥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음...
옆에 계신 분이 더 멀리 있는 물꿩을 가리키면서 저기가 물꿩 둥지고 지금 포란 중이라고 알려 주셨다. 

포란 중인 물꿩. 둥지는 마름에 가려서 보이지는 않았다.
둥지에서 갑자기 일어나서 성큼성큼 걷기 시작...
마름 줄기를 고르고 있었다. 둥지를 보강하려나?

동판저수지의 물꿩은 4~5마리 정도 되는 거 같았는데, 여기저기 멀리 흩어져 있어서 자세히 볼 수는 없었다. 거기다 물가라 모기가 엄청나게 달려들어서 정신이 혼미해짐. 살아남으려면 모기 기피제와 바람막이는 필수다.

한 녀석이 그나마 가까운 연잎 위로 날아왔다.
엉덩이에 얼굴을 묻고 긁기 시작
얼굴도 벅벅벅...
발가락은 엄청 길지만 물갈퀴는 없었다.
얘도 모기 때문에 간지러운가... 여기저기 마구 긁어댔다.

한참 신나게 물꿩을 관찰하고 있는데 갑자기 차에 있던 아내의 전화. 차를 좀 빼달라고 하는데 자기는 너무 좁아서 겁난다고... 부리나케 달려가서 차를 이동해 주고 돌아왔더니 물꿩이 아주 가까운 곳까지 와 있었다! 우어... 놓칠 뻔...

물에 빠지지도 않고 마름 위를 성큼성큼 걸어 다닌다.
긴 발가락 때문인지 평지를 걷는 것 처럼 편안한 모습.
돈고도 보여주고...
열심히 벌레를 찾는 모양이다.
발가락을 쫙 펴고 걷는 게 재밌다.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오는 녀석들...
우와... 다른 녀석도 가까이 날아왔다...
세 녀석이 근처에서 돌아다니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른 녀석이 다가오자 울기 시작하는 녀석.
좌측의 앉아 있는 녀석이 암컷, 우측의 꼬리 짧고 작은 녀석이 수컷이다.

물꿩은 암컷이 수컷보다 크고 꼬리깃도 더 길다고 한다. 다른 새들하고 반대. 수컷은 작고 꼬리깃도 짧다고...

거리 차이가 있는데도 앞쪽의 수컷이 작은 게 확실히 느껴진다.
물꿩 수컷
물꿩 암컷

거의 20미터도 안 되는 거리까지 와줬던 물꿩들이 갑자기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옴. 다들 흥분해서는 이렇게 가까이 온 건 처음이라고 한마디씩들 하셨다. 오늘 조복 좀 넘치나 보다.

벌써 오후 3시가 다 되어간다. 물꿩을 가까이에서 봤고 목표는 다 이룬 셈.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일단 철수...

저수지 근처에 있는 카페 주남.
간단한 요기와 당충전. 맛은 유원지 음식맛...

하루에 경주와 창원을 모두 들르는 건 확실히 모험이었다. 그래도 가까운 거리에서 물꿩을 본 건 정말 큰 행운. 피곤하지만 즐거웠던 하루였다. 중간에 아내가 운전을 해줘서 코까지 골면서 꿀잠 자며 편하게 서울로 올라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