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마지막날.
다들 귀경길에 올랐을 시각 아내와 나는 도요 성지인 유부도를 가기 위해 군산으로 달렸다.
(반대 차선은 꽉 막히는데 우리 차선은 뻥 뚫려서 너무 좋음.)
중간에 들른 정안 슬라임 휴게소에서 득템을 시도했지만 아내의 철벽 수비로 득템 실패...
이때 이상함을 감지했어야 했는데...
카메라의 설정이 APS-C 모드로 되어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는 바람에 이날 촬영은 죄다 크롭 모드로 촬영됨...
뱃시간은 오후라 오전에는 군산 주변을 돌아볼 생각으로 유명한 수라 갯벌에 먼저 들렀는데,
깨끗했다. 오리 몇 마리 말고는 아예 새가 없음.
아무리 둘러봐도 새가 없어서 좀 당황스러웠다.
수라 갯벌에서 시간을 보내다 배를 탈 생각이었는데 수라 갯벌이 망하니까 할 게 없어짐.
할 수 없이 군산의 유명한 600살 먹은 팽나무를 보러 갔다. (사실 팽나무 종추가 목적)
차 한 대가 간신히 다닐 정도의 좁은 시골 도로를 따라 팽나무를 구경하고 잠깐 주변을 둘러봤다.
다양한 새소리가 들렸지만 바로 옆이 군산 공항이라 전투기 이륙 소리에 묻혀 찾는 건 불가.
할 게 없어서 군산항 근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일찍 선착장에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엄청난 인파가 몰렸는데, 연휴인 데다 물때가 좋아서 그랬던 듯.
다행히 일찍 도착해서 자리를 잡았으니 망정이지 자칫 2열에 서서 관찰할 뻔...
예전에 자주 뵙던 분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서울의새' 선생님들도 오셔서 오랜만에 같이 도요를 관찰했다.
서서히 물이 차오르고 드디어 도요들이 가까이 오기 시작!
부리 모양이나 크기가 비슷해서 민물도요로 착각할 뻔한 붉은갯도요. 다행히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는데, 매형이 나타나는 바람에 날아간 다음 다신 보지 못했다. 잠깐이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
오늘 목표종은 넓적부리도요. 이곳저곳에서 목격담이 들렸다. 하지만 너무 많은 도요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어서 찾기가 아주 힘들었는데, 또 다른 목표종인 큰왕눈물떼새도 찾으려고 정신없이 둘러봤지만 보이는 건 왕눈물떼새뿐...
이때 필드스코프로 나를 향해 정면으로 걸어오는 넓부도(넓적부리도요) 발견!!
우왓! 선명한 다이아몬드 부리. 이제 촬영만 하면...
아까비... 필드스코프로는 정말 선명하게 봤는데 촬영은 실패...
그나마도 못 본 분들이 많았지만 촬영을 해야만 종추로 치는 나는 종추 실패다...
다들 날아올랐으니 또 리셋... 처음부터 다시 찾아야 함. 매형 너무 하네...
얼마나 많은 도요를 본 걸까?
이제 눈이 슬슬 빠져나오려는데 부리가 희한한 녀석이 걸어가는 걸 발견!
필드스코프로 발견하고 후다닥 촬영했는데 촬영도 성공!
한 장 촬영하고 매형 때문에 또 날아오르는 바람에 정면은 촬영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촬영 성공이다! 유후!!
이제 물이 슬슬 빠지기 시작하는데 뒤에서 조용히 기다리던 아내가 갑자기 나를 부르더니 가자고 한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급하게 주변에 인사를 하고 후다닥 장비를 챙겨 배 타고 나왔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같이 온 다른 분들이 가시는 걸 보고 배 못 탈까 봐 그랬다고... 섬에 버려질까 봐 무서웠다고...
그 바람에 좀 일찍 철수하게 됐지만 수많은 도요를 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뭔가 꿈을 꾼 거 같은...
올라오는 길도 막히지 않아서 금방 서울에 도착. 아내는 배 타는 게 무서워서 다신 안 간다는데 나는 벌써 또 가고 싶다. 끝.
총 31종 관찰(식물 7종, 조류 17종, 거미 2, 곤충 5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