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호곡리였지만 끝은 천수만이었던 파란만장한 천수만 여행.
천신만고 끝에 먹황새를 봤을 때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천수만 기행기 시작.
평일이라 일찍부터 서둘러 호곡리에 도착. 그런데 문이 잠겨 있었다. 시작부터 폭망의 기운이 스멀스멀...
이때 함께 간 선생님의 지인에게 전화가 왔는데 천수만에서 먹황새를 찾았다고!! 바로 차 돌려 천수만으로 고고!
먹황새 볼 생각에 신나서 달려간 천수만.
연락 주셨던 분이 먹황새를 계속 지켜보셨는데 농기계가 지나가면서 좀 전에 날아갔단다. (항상 이런 건 기분 탓이겠지?)
아쉽지만 돌다 보면 만나겠지. 일단 다른 목표종들도 찾아볼 겸 드넓은 천수만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갑자기 나타나서 간신히 촬영을 할 수 있었던 새매.
맹금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먹황새와 흰기러기를 꼭 보고 싶었다. 하지만 기러기들은 마음도 몰라 주고...
흰기러기 찾기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함께 타고 간 차의 조수석 앞 타이어가 말 그대로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 (가슴 아픈 일이라 사진은 생략)
차는 견인차를 불러 서산 시내로 타이어 교체를 위해 떠나고, 남겨진 우리는 도보로 이동하며 둘러보기로 했다.
걸어가면서 논 주변의 식물도 좀 봐주면서 천천히 이동...
생강 밭에서 열심히 생강을 수확하고 정리하시는 아주머니들과 얘기도 나누며 개인적으로는 전원 풍경을 보면서 걷는 게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를 즐겼달까...
농로 중간중간 엄청난 양의 응가 덩이가 있었는데, 함께 간 분이 너구리 응가라고 알려주셨다. 얘들은 모여서 한 곳에 응가를 한다고... 비록 몇 번 밟았지만 새로운 정보도 얻을 수 있는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
긴부리도요가 관찰된 곳에 도착했지만 이번에도 볼 수 없었다.
오늘 최소 3 종추는 할 거라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종추는 점점 멀어지고...
다행히 차는 금방 수리되어 돌아왔다. 다시 차를 타고 본격적인 천수만 둘러보기 시작!
습지 안쪽으로 장다리물떼새, 알락오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등 도요와 다양한 오리가 있었지만 너무 멀어서 패스.
이때 갑자기 날아온 손님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오늘 종추 못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그 손님은 바로...
놀라웠던 건, 그 좁은 공간에서 순식간에 턴을 두 번이나 하는 신기에 가까운 놀라운 비행능력이었다! 참매짱!
참매의 감흥을 끝으로...
기행은 정말 끝이 날 거 같았다. 찾는 기러기도 없고 먹황새는 보이지도 않고...
다른 장소로 이동했더니, 기다리던 장소에서 먹황새가 날아갔다는 소식이 들리는 등 잘 풀리지 않는 사건의 연속.
그래도 열 마리나 되는 황새의 대가족도 만나고...
하지만 황새 가족이 끝이었다. 목표종 찾기 포기다.
사기가 땅에 떨어져 가고 있을 때, 선생님 중 한 분이 처음 먹황새를 봤다는 장소로 가보자고 제안을 했다. 이유는 모르겠고 거기 있을 거 같다고...
시간은 이미 해가 지기 시작할 시간이라 빛은 주황색으로 변하고 있었고 더 망설일 시간도 없었다. 일단 가보기로...
그런데 진짜 거기 있었다. 먹황새가 진짜 처음 그 자리에...
5미터도 안되는 거리에서 날아 오른 먹황새... 아름다웠다...
먹황새가 날아간 곳으로 이동하여 조심스럽게 둘러보다가 수로에서 날아올라 논으로 내려앉는 녀석을 발견!!
주의!! 잔인한 장면이 나옴.
개구리 한 마리 꿀꺽하고 석양을 향해 훨훨 날아간 녀석.
이렇게 먹황새와의 환상적인 만남이 끝났다.
먹황새를 보기 위해 이렇게 고된 하루를 보냈나 보다.
그래도 먹황새라는 엄청난 보상을 받으며 행복했던 기행은 마무리. 개인적으로는 눈앞에서 참매의 현란한 비행기술도 보고 먹황새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기행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