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3일 차. 어제는 강풍이 불더니 오늘은 안개가 자욱...
날씨 예보는 나쁘지 않은데 안개가 걷히지를 않았다. 섬 날씨는 예상 불가인 듯.
해안가에 왕눈물떼새가 새로 보였다. 어제 강풍에 다들 날아간 줄 알았는데 새로 들어온 친구도 있었음.
부두 근처에서 제비물떼새를 발견. 첫날 눈만 마주치고 날아갔던 녀석이 있었는데, 얘는 막 도착한 듯 사람들에 둘러싸여도 날아갈 생각이 없어 보...
...이기는 개뿔 바로 날아감...
배낭기미 근처의 생태연못도 어제랑 같은 녀석들이 있었음.
새가 없어서 채석장도 가보고...
아까 만났던 제비물떼새가 채석장으로 온 모양. 너무 가까워서 풀프레임으로 크롭도 못함...
차를 가지고 들어와서 그나마 편하게 이동하고 있다. 숙소에서 걸어오려면 왕복 1시간은 걸리는 거리라 시간 낭비가 만만치 않을 거리. 흑산도는 확실히 섬이 큼. 위쪽 초지(草地)까지 걸어 올라가려면 체력 소모가 꽤 크다. 말 나온 김에 초지도 방문.
초지도 자욱한 안개로 한 치 앞도 안 보였지만 어제 발견한 쇠부리도요와 함께 다닌다는 흰날개종다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얼마나 둘러봤을까... 갑자기 앞쪽에서 쇠부리도요 3마리가 날아올랐다.
이때 쇠부리도요와 함께 날아 오른 녀석 발견!! 지금 놓치면 끝. 재빨리 연사로 촬영 시작!!!~
다행히 연사 중에 한 장이지만 초점이 제대로 맞은 컷이 있었다. 완전 미조다. 여기에 있는 거 자체가 신기함... 한 장이라도 건진게 어찌나 다행인지... 이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안개가 너무 자욱해서 더 이상 초지에서 탐조는 무리라 자리를 옮겼다.
항구에 혼자 있던 큰회색머리아비. 이 시기에 아비를 볼 줄은 몰랐음...
재밌는 건, 흑산도에서 모든 긴발톱할미새류를 만났다는 거. 긴발톱할미새, 흰눈썹긴발톱할미새, 북방긴발톱할미새, 흰눈썹북방긴발톱할미새를 한 자리에서 본 적도 있었다. 모두 긴발톱할미새 아종이지만 한 곳에서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 중의 하나.
철새연구소 앞 생태연못에서 또 만난 개미잡이. 여기가 좋은 모양.
얘도 식별용 가락지를 하고 있는 걸로 봐서는 레이싱 비둘기로 보임. 섬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게 재밌다.
하루 종일 안개가 끼고 바람이 불어서 3일 차도 이렇게 마무리. 근데 숙소 주변에 괴수가 돌아다니고 있었...
귀여워서 만져 볼랬더니 어찌나 겁이 많은지 죽는다고 깽깽거리며 도망가 버렸다. 조용한 섬에서 간만에 시끌시끌했던 초저녁을 이렇게 마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