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 이어...
전부 소니 카메라를 사용하시는 어르신들이 모여서 뭔가를 열심히 촬영하고 계셨는데,
둘러봐도 새는 보이 지를 않았다. 궁금해서 슬쩍 가서 여쭤보니까 오색딱따구리를 촬영하신다고...
자세히 살펴보니까 정면 나무의 중간쯤에 작은 구멍이 있었는데,
이 구멍 밖으로 오색딱따구리 새끼가 얼굴을 내밀었다 들어갔다 하고 있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 한복판에 둥지를 짓다니... 어미새의 용기가 대단함...
올빼미는 까맣게 잊고 딱따구리 구경에 푹 빠져 있었는데 얼마 후 어미새가 벌레를 잔뜩 물고 둥지로 돌아왔다!
오색딱따구리 새끼의 부리는 처음 봤는데 굉장히 뾰족하고 날카로웠다.
어미의 부리는 끝이 도끼날처럼 생긴 것에 비해 새끼의 부리는 일반적인 새들과 같은 형태.
자라면서 나무를 쪼을 수 있도록 부리가 변형되는 모양이다. 완전 신기함!!
잃었던 정신을 차리고 다시 올빼미를 찾으러 길을 나섰다.
올빼미를 찾다 말고 처음 보는 식물에 빠져서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아주머니 한 분이 올빼미 찾았다고 얼른 오란다.
오오오!! 풀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사람들을 쪼로로 따라갔다.
나뭇잎에 가려서 위치를 알려줘도 잘 보이지 않았다.
이쪽저쪽으로 움직이며 살펴보니 잘 보이는 위치가 있었는데,
처음으로 제대로 올빼미 유조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여기도 새끼만 두 마리가 있었는데 어미는 보이질 않았다.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앞에 있던 어린 친구가 좀 더 아래쪽 가지에 있다고 알려줌.
가슴 벅찬 순간... 진짜 올빼미를 보다니...
탐조 시작하면서 가장 보고 싶었던 새는 수리부엉이랑 올빼미였다. 이제 소원 풀었음...
어르신들도 기분이 좋아져서는 잘 찍었냐고 물어봐 주셨다. 사진 보여 드렸더니 나를 끌고 잘 보이는 위치로 데려다 주심.
와!!! 올빼미라니!! 실제로 보니까 더 믿어지지 않았다.
수리부엉이도 감동이었는데 올빼미는 다른 세상에서 온 생명체를 본 것처럼 흥분됐다.
올빼미 성조 위치를 알려준 어린 친구는 작년에 올림픽공원에서 울새를 보고 싶다고 해서 내가 찾아줬던 학생이었다. 이런 인연이... 이번엔 이 친구가 올빼미를 찾아줬다. 아버지랑 함께 탐조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음.
아이고 힘들다... 이제 목표종은 모두 봤으니 섬을 나갈 시간이다.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 화장실 위에서 소리 지르던 공작을 다시 만났는데...
큰소쩍새가 있던 나무 근처는 이제 한산했다. 다들 올빼미 보러 가신 모양...
대박이다! 올빼미 가족과 큰소쩍새 가족이라니!!
혼자 왔으면 찾지 못했을 텐데 사진동호회 분들 졸졸 따라다닌 덕에 올빼미와 큰소쩍새를 볼 수 있었다. (감사 감사!)
큰소쩍새를 마지막으로 선착장에서 다시 배를 타고 육지로 돌아왔다.
아내는 남이섬의 자연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단다. 다음에 또 와보자고 한다.
얼마 전에 까막딱따구리도 목격됐다고 하던데 아예 며칠 캠핑을 해야 하나 고민됨.
이 맛도 아니고 저 맛도 아닌 식사를 마치고 여유가 생긴 우리는 아내가 찾아낸 카페를 가보기로 했다.
나에게 쇠뇌가 됐는지 아내도 마당 있는 집에서 식물을 키우고 싶단다. '라라의 정원'은 강아지도 올 수 있는 카페였는데 정원도 아름다웠지만 커피가 정말 맛있었다. 최근에 먹은 커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커피였다.
숙소도 아내가 정했는데 와서 보니까 지난겨울에 동해안 탐조하러 와서 묵었던 숙소 건너편이었다.
저녁 식사 후 골아떨어져서 정신을 차려보니 다음날 아침이었다. 이렇게 싱겁게 별거 없는 속초 여행이 끝나 버림. 속초엔 아무것도 안 할 거면서 괜히 왔나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속초 외곽의 아름다운 시골 동네를 볼 수 있었다. 그 풍경을 본 것만으로도 올 가치가 충분했다고 생각함.
올빼미와 큰소쩍새를 본 탐조 여행. 지난번 고창 여행만큼 즐거운 탐조 여행이었다. 다음엔 어디를 가 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