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생에는 만나지 못할 줄 알았던 바위종다리를 만나고 왔다.
이 「바위종다리」 녀석을 만나려면 어디를 가든 등산을 해야 하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무릎과 고관절이 아파서 계단 내려가는 것도 버거웠던 나는 거의 포기상태였다. 그런데 꾸준한 운동의 효과인지 불암산 등산이 생각보다 너무 쉬었음.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불암사에서 시작하는 제1등산로로 불암산을 오르기 시작.
다른 코스보다 400m 정도 짧은 코스지만 시작부터 경사가 심한 산길을 정상까지 계속 올라가야 하는 코스다. 상계역에서 출발하는 4, 5번 등산로를 가장 많이 추천하지만 암벽 등산이 싫은 사람들은 이쪽으로.
중간에 내려오는 아저씨에게 얼마나 남았냐고 물었더니 껄껄 웃으며 이 언덕만 넘으면 된다고... 그게 딱 중간 지점이었다.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려는 선의의 구라는 여전함...
오르고 오르다 보면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이 나온다. 이 계단을 다 오르면 정상.
롯데월드타워의 전망대 보다 낮지만 혼자 힘으로 기어올라은 산의 정상에서 둘러본 풍경은 최고였다.
정상에 오르면 미니어처 세상이 펼쳐짐.
산의 정상에 서 본 게 도대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남. 망쳤던 건강을 다시 회복해서 등반에 성공! 정말 오래 걸렸다...
못 오를 줄 알았던 정상에 올라 혼자 감격에 겨워 경치를 감상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정작 바위종다리는 안보였다.
좁은 정상에서는 딱히 할 게 없었다. 바위종다리가 나타나 주기를 기다리는 거 말고는... 다행히 바람은 심하게 불지 않았지만 올라오면서 흘렸던 땀이 마르며 서늘해지기 시작. 하필 날씨도 최근 들어 가장 추운 날. 감기 걸리기 딱 좋은 상황.
얼마나 기다렸을까... 함께 온 선생님 한 분이 '바위종다리'라고 외쳐주심! 오옷!!
그렇게 보고 싶었던 바위종다리를 드디어 만났다!! 세상 이쁜 녀석들...
세 녀석이 통통 뛰면서 우리에게 접근. 발 밑에까지 와서는 뭔가를 갈망하는 눈빛을 마구 발사했다.
다른 선생님이 견과류를 뿌려주자 냉큼 받아먹음.
하나를 물고 바위 밑으로 폴짝 내려가더니 금방 다시 올라왔다.
불암산 정상에 수 십 마리가 있었다는데 올해는 몇 마리가 전부인 모양이다. 그래도 이렇게 만났으니 어찌나 다행인지... 꿈에 그리던 바위종다리를 영접하는 바람에 피로는 저 멀리 사라져 버림.
바위종다리를 만나자마자 다른 선생님들은 버리고 나는 혼자 빠르게 하산. 5번 코스로 하산해서 상계역에서 지하철 타고 집에 갈 생각이었다.
5번 등산로는 계곡길인데 정상 부근에서 암석 등반을 잠깐 하면 나머진 그냥 거의 평지를 걷는 수준. 1번 등산로 보다 400m 정도 더 길지만 초보에겐 딱 맞는 코스다. 내려올 때 무릎이 아플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경사로를 내려오는 코스라 거의 반은 뛰면서 내려오다 보니 금방 상계역에 도착.
내년 봄 산행에 희망이 생겼다. 이대로 계속 몸을 유지하면 등산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음. 문제는 아내의 체력... 아내가 못 가면 나도 못 가는 슬픈 현실. 얼른 아내도 운동을 시켜야겠다...
정상에서 만났던 바위종다리를 꿈에서 만났나 싶음. 너무 귀여웠던 녀석들. 내년에 또 볼 수 있겠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