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오랜만에 화성호 주변을 둘러볼 생각으로 아내와 집을 나섰다. 주말이지만 별로 막히지 않아서 금방 매향리에 도착. 우선 근처 밍밍한 나주곰탕 집에서 점심을 먹고(아내는 오히려 밍밍해서 맛있었다고 함) 매향리 갯벌을 지나 매향항에 도착했는데 항구에서 바라본 바다는 물이 많이 빠져 있었다.
물 빠진 갯벌엔 갈매기만 가득했고 저 멀리 해안가에는 저어새와 알락꼬리마도요 등이 먹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
오늘 화옹지구에 온 것은 장다리물떼새가 육추를 하고 있다길래 어린 장다리물떼새를 볼 수 있을까 해서다. 위치는 대충 들었으니 살살 찾아가 볼 생각.
장다리물떼새는 찾았는데 그럼 육추 중인 둥지는 어딨는 걸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건너편 논에서 대포부대를 발견. 나도 살살 차를 몰아서 근처로 갔는데 장다리물떼새들이 울어대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 몇 분이 차에서 나와 카메라를 점검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난리가 난 모양이다. 둥지가 있는 곳에 카메라들을 설치하고 모두 차에서 셔터를 누르고 계신 모양. 나도 차에서 내릴 수가 없어서 둥지까지는 갈 수가 없었고 원격 촬영 장비가 없어서 어차피 둥지 촬영은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인 건 생각도 못함.
차 안에서 주위를 날아다니는 녀석들과 둥지에 앉아 있는 장다리물떼새를 잠깐 촬영했는데...
그런데 촬영하다 잠깐 아내를 돌아봤더니 폭풍오열 중... 장다리물떼새가 너무 불쌍해서 그렇다고 울먹울먹... 감수성 예민한 아내 때문에 서둘러 빠져나왔다. 다리 긴 녀석들이 둥지 지키겠다고 울어 대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나...
그래... 남의 집 들여다 보는 게 나도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차라리 잘됐다. 목표종 봤으니 철수다.
아내의 폭풍 오열 덕분에 빨리 끝난 화옹지구 탐조. 장다리물떼새 둥지 앞에 설치한 카메라를 점검하고 모두 차로 돌아간 후에는 잠잠해졌었지만 둥지를 촬영할 정신이 없었던 나는 그냥 돌아 나왔다.
그렇게 엉엉 슬피 울더니만 핫도그 사주니까 헤헤거리며 좋아하는 아내를 보고 있자니 딸을 둘 키우는 기분이다... 감수성 폭발하는 아내 때문에 생각보다 짧은 탐조가 됐지만 그래도 장다리물떼새도 보고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