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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7월 4일] 붉은배새매 육추

by 두루별 2024. 7. 7.

육추 소식이 좀 뜸해지나 싶었는데 이번엔 붉은배새매 육추 소식이 들렸다. 이른 아침 도착한 곳은 도로 옆의 낮은 산.

붉은배새매 둥지가 있는 나무.

얕은 개울 옆의 사면에 있는 나무에 붉은배새매의 둥지가 있었다. 높은 곳이긴 하지만 사면을 따라 오르면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 생각보다 너무 허술한 곳에 둥지를 만들었다.

둥지를 살짝 들여다보니...

둥지엔 하얀 솜털이 뽀송뽀송한 4마리의 유조가 있었다.

사냥을 나갔는지 어미는 보이지 않았는데 굉장히 민감하다고 한다. 조용히 숨죽이고 기다리기로...
거의 한 시간은 기다린 거 같은데 올 생각을 않는 어미 새. 사냥이 쉽지는 않을 테니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한참을 더 기다렸는데 멀리서 붉은배새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오오 왔나 보다!!

휙 날아 들어온 붉은매새매(매목 / 수리과) 암컷.
오자마자 주위 경계부터...
안심이 됐는지 잡아온 먹이를 일일이 찢어서 새끼들에게 먹였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붉은배새매를 본 건 처음이다.
작은 크기였지만 매서운 눈매는 역시 맹금이다.
근데 뭘 잡아 왔는지 대충 알 거 같음...
똘망똘망 어미를 올려다 보는 녀석들...
부화한지 얼마나 된 걸까? 아직 많이 어려 보이는 새끼들.
어미가 주는 먹이를 서로 먹겠다고 아우성이었다.

다시 둥지를 떠난 어미 새. 붉은배새매는 아기새들의 응가를 따로 처리하지 않나 보다. 새끼들이 둥지 밖으로 엉덩이를 내밀고 응가를 발사해 버렸다. 맹금이라 천적의 공격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걸까? 아직 궁금한 게 많은 초보 탐조가...

흐린 날이었지만 배경에 하늘이 보여서 촬영하기가 쉽지 않았다. 측광을 이리저리 손대는 사이 어미가 다시 날아왔다.

빈손으로 와서는 잠시 새끼들을 품어주는 어미 새

몇 시간을 관찰해 보니 수컷은 둥지에 오지 않았다. 암컷만 열심히 사냥을 해서 새끼들을 먹이고 있었는데...

하루 종일 사냥하느라 지칠 만도 한데 쉼 없이 먹이를 물어 왔다.
아직 새끼들이 어려서 그런가 매번 일일이 먹이를 찢어서 먹였다.
잘 받아 먹는 녀석들...

수컷은 없는 건가? 붉은배새매는 암수가 함께 육추를 한다고 들었는데... 암컷만 열심히 둥지를 들락거렸다.
수컷을 찾아볼 생각으로 주위를 좀 둘러봤다. 계곡 사이로 작은 새들이 많이 날아다녔는데 한참 만에 멀리서 둥지를 주시하고 있는 수컷을 발견했다.

눈이 짙은 색인 붉은배새매 수컷

역시... 수컷이 근처에 있었다. 사람 때문인지 아니면 역할을 나눈 것인지 수컷은 둥지에 오지 않고 멀리서 둥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럼 사냥은 암컷만 하는 걸까? 아니었다. 수컷이 먹이를 잡아서 멀리서 암컷에게 전달해 주는 걸 볼 수 있었다. 암컷도 사냥하지만 수컷도 사냥해서 암컷에게 전달하고 있었던 것. 본능이라지만 육추에 진심인 붉은배새매...

똑같은 표정으로 둥지에 돌아온 붉은해배새 암컷.
음... 이번에도 개구리 반찬이었다...
붉은배새매는 코도 붉다는 걸 처음 알았음.
4마리 모두 건강히 잘 자라길...

숨죽이고 너무 오래 앉아 있었더니 허리가 부러질 거 같았다. 한계다... 방해되지 않도록 살금살금 빠져나왔다. 
이소 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있어야 할 거 같아서 이소 할 때쯤 다시 방문해 볼 생각이다. 점심으로 짜장면 한 그릇씩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