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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6월 30일] 길동생태공원 두 번째 - 흰눈썹황금새를 만남

by 두루별 2023. 6. 29.

오전에 일찍 길동생태공원에 다시 다녀왔다. 지난번 방문 때 우연히 만났던 쌍보세의 짹이아빠님과 한 번 더 탐조를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 보고 싶었던 흰눈썹황금새를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오늘은 꼭 봤으면 좋겠다.

입구에서 짹이아빠님이 니콘 '모나크 7 8x30' 쌍안경을 빌려주셨다. 사용해 보고 괜찮으면 구입할 생각.

왜가리 (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오늘도 역시 처음 만난 새는 탐조대 너머의 왜가리님이시다. 횟대를 좋아하는 듯. 항상 저기 올라앉아있다. 

짹이아빠님이 호수 건너편 나무 위에 해오라기가 있다고 알려주셨다. 도대체 어떻게 찾으시는 건지 존경스럽다. 
알고 보면 보이지만 모르고 보면 알려줘도 찾기가 힘들다. 이번에도 한참을 쌍안경으로 들여다보다 찾았다.

해오라기 (사다새목 / 백로과, 텃새)

백로과 친구들은 나무 위에서 주로 잠을 자는 듯. 야행성인 해오라기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새벽까지 엄청나게 비가 많이 와서인지 공원 내부는 안개처럼 미세한 물방울로 뒤덮여 있었다. 축축할 정도의 습도.
작은 새들은 이렇게 큰 비가 오면 어떻게 피하는지 궁금했는데 비가 온 후라 그런지 새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비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게 아닌가 슬슬 걱정되기 시작하던 그때... 경쾌한 울음소리가 들린다. 

되지빠귀 (참새목 / 지빠귀과, 여름철새)

이제는 나도 알겠다. 이 목소리는 목청 좋은 되지빠귀다.
소리는 들려도 나뭇가지 사이에 기가 막히게 숨어 있어서 찾기가 참 힘들다. 한참을 둘러보다 짹이아빠님이 찾아 주셔서 한 참만에 발견! 열심히 노래하고 있었다. 

박새 (참새목 / 박새과)

코 앞가지에 앉아있던 박새. 폭우를 잘 견딘 거 같아 다행이다. 이런 작은 새들은 빗방울 하나만 맞아도 멍 할 거다. 깃털을 부풀리고 있는 걸 보면 젖은 깃털을 말리는 게 아닌가 싶었다.

무당벌레 (딱정벌레목 / 무당벌레과)

물기 젖은 갈대잎에 붙어 있던 무당벌레. 예전엔 흔하게 봤던 곤충인데 이제는 이런 곳에 와야만 볼 수 있다는 걸 실감함.

갑자기 짹이아빠님이 새소리를 잘 들어보라고 하신다. 가늘고 삼단고음 같은 소리가 흰눈썹황금새라고!!
희망이 보였다. 소리가 들린다는 건 아직 떠나지 않고 남아있다는 얘기.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살금살금 이동했다.

바로 앞 나뭇가지에 노르스름한 새가 앉아 있었는데, 하얀 눈썹에 노란색 깃털로 덮인 누가 봐도 흰눈썹황금새였다.

직관적인 이름 원탑. 흰눈썹황금새. 이름 정말 잘 지었다.
검은 머리에 하얀 눈썹. 너무 예쁘다.
흰눈썹황금새 (참새목 / 솔딱새과, 여름철새)

흰눈썹황금새를 드디어 만났다! 나 혼자였으면 그냥 지나칠 뻔... 
검은색 깃털에 하얀 눈썹이 정말 인상적이다. 배는 노란 황금색으로 정말 이름 잘 지었다고 생각하는 새 중에 하나. (개인적으로는 꿩이 원탑)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 않는지 한동안 떠나지 않고 포즈를 취해줬다.

흰눈썹황금새 암컷

옆 나무에는 수수한 깃털의 새가 앉아있었는데 짹이아빠님이 흰눈썹황금새 암컷이라고 알려 주셨다. 세상에 암수를 모두 보다니!! 이런 날도 있구나. 역시 전문가와 함께 하니까 많은 새를 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조금 더 오래 앉아 있어 주면 좋았을 텐데 금방 휘리릭~ 날아가 버렸다. 

잠시 날아갔던 흰눈썹황금새를 다시 만났다. 검은색과 노란색 그리고 흰색의 포인트. 정말 예쁜 새다. 
이제 소원을 풀었으니 여한이 없다. 이곳 길동생태공원에 온 목적은 400% 달성한 거 같다. 어제 동박새도 봤으니까...

다른 탐조대에 도착해서 누가 있나 봤더니 건너편에 있던 왜가리가 이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물고기가 없어서 이쪽으로 옮겼나?
건너편 탐조대에서 어르신이 왜가리를 촬영하고 계셨다. 그래서 자리를 옮긴 듯.

흰눈썹황금새를 보고 나니까 왠지 오늘 탐조 다 한 거 같고 기분이 업돼서 아주 편한 마음으로 공원을 둘러봤다.

피뢰침에 앉아있는 직박구리 (참새목 / 직박구리과, 텃새)
처음 보는 왜가리 유조
우리의 친구 참새 (참새목 / 참새과, 텃새)
쇠박새 (참새목 / 박새과, 텃새)
밀잠자리 (잠자리목 / 잠자리과)
오늘도 부산 스러운 붉은머리오목눈이 (참새목 / 붉은머리오목눈이과, 텃새)
멧비둘기 (비둘기목 / 비둘기과, 텃새)

세상 편하게 돌아보던 중 짹이아빠님이 동고비를 찾았다고 보라고 하셨다. 박쥐도 아니고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작은 새가 있었는데 엄청난 속도로 나무를 탄다.

쇠딱따구리보다 나무를 잘 타는 동고비 (참새목 / 동고비과, 텃새)
동고비 특유의 뀨~ 자세
비를 맞아서인지 털이 좀 부스스하다.
뀨우~ (졸귀)

오늘 완전 조복이 터진 날이다. 귀여운 동고비까지 봤으니 더 바랄 게 없다. 다 짹이아빠님이 찾아주신 덕이다. 
어포컬로 척척 촬영하시는 것도 신기한데 그 와중에 새를 찾는 것도 놀랍다. 얼른 배워야 한다.

졸던 해오라기가 깼다. 자다 깨서 눈이 빨간 건 아니고 원래 눈이 빨감.
까치 (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까치를 마지막으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탐조를 마무리했다.

하루 빌려서 사용해 본 니콘의 모나크 7(구형. 지금은 모나크 M7이란 모델로 변경되어 판매 중)은 시야도 넓고 선명했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가벼운 무게다. 몇 시간 정도 목에 걸고 다녔지만 힘들지 않았다. 이 녀석을 구입해야겠다.

탐조를 마치고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흰눈썹황금새를 봤다고 아내에게 자랑을 하자 다행이란다. 그거 못 봤으면 또 얼마나 속상해했을 거냐며... 

새는 볼 수록 재밌다. 사진 촬영도 재밌고 새를 찾는 재미도 있다. 이렇게 재밌는 취미가 있었다니...
탐조는 대부분의 취미와 함께 하기 좋다는 글을 어디 선과 봤는데 맞는 말인 거 같다. 캠핑, 등산과 함께해도 좋고 낚시와 함께 해도 좋은 취미다. 나처럼 별 보는 사람은 시간도 겹치지 않아 하루 종일 취미를 할 수 있다.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