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올림픽공원을 다녀왔다. 늦은 오후에 왔는데도 뜨겁다.
9월인데도 날씨가 이게 뭐냐고... 곧 추석인데 아직도 한 낮엔 불지옥이다.
이럴 땐 아주 천천히 살살 돌아다녀야 함.
올림픽공원의 가로수는 특이하게도 느티나무다.
요즘 느티나무에 열매가 달렸는데 그 열매를 먹으려고 온갖 새들이 모여든다.
그중에 목소리가 고운 밀화부리도 있는데 아주 떼로 몰려와 열매를 먹어 댄다.
밀화부리는 특유의 울음소리 때문에 근처에 있으면 금방 알 수 있다.
작년 겨울 밀화부리를 관찰하면서 안 사실인데, 밀화부리들은 올림픽공원을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먹이 활동을 한다.
만약 지금 밀화부리를 보다가 우르르 날아갔다면 몇 시간은 지나야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오색딱따구리를 보고는 몽촌호 물레방아 근처에 있는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았는데 돈만 꿀꺽해 버림.
공원 자판기들의 카드기가 오동작이 많다. 관리하는 분에게 연락하고 기다리는 동안 아물쇠딱따구리가 날아왔다.
한 자리에서 딱따구리 3종 달성. 자판기 덕분일까?
딱따구리들을 촬영하느라 정신없는 사이 자판기 관리하는 분이 오셔서 음료를 꺼내주셨다.
제비꽃의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정말 흔한 풀이란 것도 처음 알았다. 쉽게 볼 수 있는 풀이지만 구분은 쉽지 않은데 아직도 정확하게 모르겠다. 솔새류 동정이나 비슷하달까...
야생화학습장에서 자주 뵙던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일전에 '흰날개해오라기'가 있다고 알려줬던 어린 친구를 다시 만났다. 이번엔 필드스코프를 들고 있는 다른 친구와 함께였는데, 네이처링에서 관찰 기록을 보고 누군지 짐작할 수 있었다. 뜻밖에 통성명을 하게 됐는데 어르신은 아주 아는 게 많은 친구들이라고 칭찬을 하셨다.
귀여운 친구들은 밀화부리를 찾아 떠나고 어르신은 얼마 전에 올림픽공원에서 쏙독새를 봤다고 자랑하심. 사진도 보여주셔서 진심으로 부러워해 드리고 나도 다시 새들을 찾아 나섰다.
번갯불에 콩 볶을 시간만큼이라 머릿속에 혼란이 왔다.
분명 솔딱새 종류인데 등이 노랗지 않은 걸로 봐서 흰눈썹황금새는 아니고... 누구지?
하는 행동으로 봐서 일단 '울새'라고 마음대로 결론짓고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다.
쇠유리새는 안 보이고 되솔새가 나타났다. 그것도 두 마리나...
솔새류의 동정이 어렵지만 되솔새는 나무 위가 아니고 나무 아래나 바닥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관목 아래에서 발견하면 거의 되솔새. 거기다 다리가 밝은 핑크색이면 확정적이다. 흔한 나그네새라고는 하지만 특성 때문에 발견이 쉽지 않음.
관목을 뒤지고 있는데 뭔가 큼직한 녀석이 보인다.
관목은 다 뒤진 거 같은데 보이지 않는 녀석. 혹시나 해서 다른 관목으로 이동하려는데...
울새라고 생각하고 쫓아다닌 녀석은 쇠유리새였다. 잠깐 포즈를 취해 주고는 휘릭 사라져 버림.
올림픽공원에서 큰유리새, 쇠유리새를 모두 만났으니 운이 좋았다.
올림픽공원은 정말 신기한 곳이다. 귀한 새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곳...
그만큼 다양한 새들이 좋아할 만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얘긴데 나그네새들이 지나가는 시기엔 더 자주 나와봐야겠다.
그나저나 너무 늦게 왔나... 벌써 해가 지고 있다. 날은 덥지만 절기는 정확하다. 해가 많이 짧아짐.
고양이를 잡아서 중성화 수술을 하고 다시 포획된 장소에 풀어 준단다. 저런 포획틀에 고양이가 들어가나 궁금하다.
오랜만에 해가 질 때까지 있었던 거 같다. 늦게 와서 그런 것도 있지만 쇠유리새 추적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썼다.
이제 새로운 친구들이 찾아 올 시기가 다가오는데 그전에 이 더위 좀 어떻게 안되려나? 끝.
총 38종 관찰(곤충 8종, 식물 8종, 새 22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