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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8월 31일] 정선 여행 - 두문동재~금대봉 트래킹

by 두루별 2024. 9. 13.

야생화로 유명한 [금대봉]을 한 여름에 다녀왔다. 봄에 알았으면 좋았을 테지만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
금대봉 주변은 '자연생태보전지역'이라 봄에는 정말 다양한 야생화를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한 여름이긴 하지만 울창한 숲에서 어떤 식물과 곤충을 만날 수 있을지 은근 기대됐다.

금대봉(해발 1,420m)은 여러 코스가 있지만 등산이 초보인 우리 부부는 두문동재(해발 1,268m)에서 출발하는 코스로 선택했다. 두문동재 까지는 차로 올라갈 수 있는 데다 금대봉 까지 편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지형도 완만해서 초보에게 딱 좋다고 함.

하루 입장 인원 제한이 있어서 예약 필수.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해둔 덕분에 탐방지원센터에서 확인만 하고 바로 금대봉으로 트래킹을 시작할 수 있었다. 관리하시는 분께 슬쩍 난이도를 물어보니 어렵지 않은 코스라고 하심.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숲길로 들어 서면 양쪽으로 울창한 나무들과 다양한 식물들을 볼 수 있었는데, 너무 다양한 식물이 있어서 일일이 촬영하면서 이동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소요됐지만 하나라도 놓칠세라 시선을 땅에 꽂고 이동을 했다.

묏미나리(미나리목 / 미나리과)
벌개미취(국화목 / 국화과)
오리방풀(꿀풀목 / 꿀풀과)
꽃며느리밥풀(현삼목 / 현삼과)
세잎쥐손이(쥐손이풀목 / 쥐손이풀과)
상수리밤바구미(딱정벌레목 / 바구미과)
개미취(국화목 / 국화과)
지천에 있던 보라금풍뎅이(딱정벌레목 / 금풍뎅이과)
참취(국화목 / 국화과)
투구꽃(미나리아재비목 / 미나리아재비꽃) (뿌리를 먹으면 요단강 건널 수 있음)
흰줄꼬마꽃벌(벌목 / 꼬마꽃벌과)
은줄표범나비(나비목 / 네발나비과)
안 보이는 곳이 없던 동자꽃(석죽목 / 석죽과)

완만한 등산로가 끝나고 갈림길이 나왔다. 
지나가던 아주머니 말씀으론 금대봉 쪽은 경사가 심해질 거라고 하심. 볼 것도 없는데 거길 왜 가냐고...
어쩔까 고민하고 있는데 아내는 금대봉의 전설에 빠져서는 관심도 없었다.

금대봉 쪽 길은 아주머니 말씀대로 경사가 좀 있었는데 등산 스틱도 없던 우리는 쌩으로 낑낑거리며 올라야 했다.
그래도 길 양옆엔 다양한 식물들이 있어서 힘든 줄 모르고 오를 수 있었는데, 등산로 주변이 이 정도면 안쪽은 얼마나 많은 식물종이 있을까 궁금해질 정도였다.

태백산 줄기라 태백제비꽃(제비꽃목 / 제비꽃과)이 있었다
아내가 발견한 진홍단딱정벌레(딱정벌레과) 약충
호박벌(벌목 / 꿀벌과)
작은 종 처럼 생긴 두메잔대(초롱꽃목 / 초롱꽃과)
남편 버리고 혼자 열심히 올라가는 아내
드디어 금대봉 정상 도착!!

생각보다 금방 금대봉에 도착!
두 시간은 걸릴 줄 알았는데 한 시간 조금 더 걸려 도착했다. 

아담한 정상 표지석

정상은 나무로 둘러 싸여 있어 주변 경치를 볼 수는 없었지만 아늑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간식도 먹으며 잠시 쉬면서 생각보다 더 좋았던 등산에 대해 아내와 얘기를 나눴는데 이러다 바로 등산 다닐 듯...

다시 두문동재로 하산하면서 무릎이 아파오긴 했지만 완만한 지형이라 크게 무리가 되진 않았다. 내려가면서 올라오는 많은 분들과 만날 수 있었는데 좁은 길에서도 서로 유쾌하게 인사하며 안부를 묻는 게 정겨웠다.

동고비(참새목 / 동고비과)
큰오색딱따구리(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조흰뱀눈나비(나비목 / 네발나비과)
이름이 멋진 티엔무사통거미(통거미목 / 참통거미과)
비슷한 듯 다른 등가시장님거미(통거미목 / 굳은몸통거미과)
층층이꽃(꿀풀목 / 꿀풀과)
노랑물봉선(쥐손이풀목 / 봉선화과)
아내의 모자에 잔뜩 붙어 있던 씨앗들... 누구 씨앗이여...
호박벌(벌목 / 꿀벌과)
두문동재 방문자 센터 앞에서 만난 쌍줄푸른나방(나비목 / 혹나방과) 애벌레

내려올 때는 한 시간도 안 걸린 듯. 금방 내려왔다. 
등반 전에는 그래도 태백산 줄기라고 엄청 걱정했었는데 초보에게도 편안한 코스라 다행이었다.

식물종도 굉장히 다양했는데 관찰한 종을 모두 소개할 수는 없었지만 잠깐 관찰했는데도 식물만 97종을 볼 수 있었다.
도심 속 공원의 식생과는 차원이 다름. 다시 방문하고 싶었지만 금대봉 탐방로는 4월부터 9월까지만 개방된다고 한다.

내년 봄에는 꼭 야생화 보러 다시 오겠다고 다짐하며 고픈 배를 채우러 태백시로 이동했다.

태백시의 '황지자유시장' 옆 공영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시장을 배회.
오랜만에 둘러 보는 전통시장은 정겨웠다. 방앗간도 있어서 방금 짠 들기름이 탐났지만 아내가 못 사게 함...

여러 식당 중에 유독 사람이 많았던 '부산감자옹심이'란 집에서 옹심이와 감자전을 시켰는데...

두툼한 겉바속촉 감자전
감자전 두께가 장난 아님
쫄깃쫄깃 옹심이도 너무 맛있었다.

이 집 감자전은 장난 아니었는데, 두툼하고 바삭하고 진짜 맛있었다. 
속초에서 기안84가 방문했다는 식당에 잘못 방문해서 먹었던 감자전은 정말 감자전도 아니었다. 믿고 걸러야 했음...

식사를 하고 한반도 지형을 보러 정선으로 이동.
한반도 지형은 영월에 있는 게 더 그럴듯하다고 했지만 거리가 멀어서 '정선 스카이워크'라는 곳을 가보기로 했는데...

절벽에 왜 이런 걸 세워놨냐고...
아내는 무서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ㅋㅋㅋ)
무서워도 인증샷은 남겨야 한다며 어금니 꽉 깨물고 찰칵!~

그럼 정선 스카이워크에서 본 한반도 지형은 어땠을까?

우기면 한반도라고 할 만큼은 됐다. 그래도 높은 곳에서 바람맞으며 내려다보는 경치는 정말 좋았다.

한반도 지형이 생긴 이유라고 함

두 번은 그렇고 한 번쯤은 가볼 만한 정선 스카이워크.
주변에 넓은 꽃밭도 있고 포토죤도 많아서 연인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스카이워크 걷다가 에너지를 모두 소진. 근처 카페에서 카페인을 보충하고 쉬다가 서울로 돌아왔다.

식물과 곤충이 보고 싶어서 금대봉에 올랐지만 진작에 오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된 여행.
내년 봄에는 공원을 돌아볼 게 아니라 주말마다 산을 찾아야겠다. 나비와 야생화가 활짝 피어 있을 산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제 등산 초보 부부가 다닐 만한 산을 찾아봐야겠다. 끝.

총 122종 관찰(곤충 18종, 식물 97종, 거미 4종, 새 2종, 버섯 1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