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링에서 관찰 기록을 보고 있는데 Phillip님의 아산만 관찰 기록에 큰부리도요가 똭!!
울산에서 한창 관찰기록이 올라오고 있을 때 코로나에 걸려 골골 거리는 바람에 놓쳐버린 그 녀석이다.
바로 물때를 확인해 보니까 오늘이 물때가 괜춘함. 딱 한 가지 문제를 빼고는...
아침 만조는 새벽이고 오후 만조는 오후 6시 반... 해가 지는 시간과 같은 시간에 만조다.
서해니까 해가 져도 시민박명(市民薄明) 시간이라 어느 정도는 대상을 확인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모르겠다. 일단 가보고 결정하기로... 오후에 꽉 막히는 서울을 벗어나 서산으로 달렸다.
아산만에 도착하자 잔뜩 흐린 날씨에 간간이 비가 내렸다.
물은 점점 차오르는데 비는 점점 거세 지더니 결국 우산을 써야만 할 정도가 돼버림.
만조 시간이 다가오자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고... 새들은 점점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매향리처럼 좁은 공간에 새들이 모여 있는 게 아니고 아주 긴 갯벌에 새들이 흩어져 있어서 이리저리 돌아다녀야 했는데, 필드스코프를 가져오지 않아서 개체를 식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유일한 방법은 쌍안경으로 보거나 더 먼 대상은 촬영하고 확대해서 보는 방법뿐...
물이 많이 들어왔는데 작은 도요들과 큰 도요들의 무리가 나뉘었다. 작은 도요들도 보고 싶었지만 오늘의 목표종은 큰부리도요다. 큰 도요들이 모여 있는 곳 위주로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큰부리도요 발견! 처음엔 확신을 할 수가 없어서 긴가민가...
하지만 굵은 부리와 깃털 모양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목표 달성!
목표종을 봤으니 작은 도요들도 좀 찾아보려는데, 날이 흐려서 너무 어두워 작은 도요를 식별하기가 어려웠다. 해도 지고 있어서 가까이 있는 녀석들 위주로 빠르게 둘러봤다.
비 오는 흐린 날씨에 해가 지는 시간까지 겹쳐서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큰부리도요를 보러 오신 다른 선생님들과 조금 더 둘러보다가 인사를 드리고 먼저 철수.
오늘은 운 좋게 대상을 찾았지만 갯벌은 필드스코프가 정말 필수다. 필드스코프가 있었으면 더 찾기 쉬웠을 듯...
점심도 대충 먹고 출발한 탓에 허기가 밀려왔다. 주변 식당을 검색했지만 실제로 문을 연 식당은 술을 먹기 위한 화로 식당들 뿐. 무작정 돌아다니다 캄캄한 도로변에 희미하게 불이 켜진 식당을 발견하고 들어갔는데 마치 센과 치히로에 나오는 식당에 문을 열고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식당 이름도 위치도 기억이 나지 않는 식당. 세상에 없는 식당에 들어가서 맛있게 밥을 먹고 나온 기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내리는 비를 뚫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뭔가 묘한 기분이 드는 건 그냥 기분 탓이겠지? 끝.
총 22종 관찰(새 21종, 게 1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