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도 그러더니 올해도 호사비오리를 삼고초려 끝에 볼 수 있었다.
귀한 분 아니랄까 봐 까탈스럽기는... 3트 만에 어렵게 만난 호사비오리. 역시 이쁘긴 하더라는...
춥다고 말리는 아내에게 큰소리치고 오전에 중랑천에 도착했지만, 호사비오리 녀석은 코빼기도 안 보임. 폭망의 기운이 스멀스멀...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위냐 아래냐 고민하다 오늘도 의정부 쪽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풀숲에서 쉬고 있던 원앙들이 나를 보더니 긴장 타기 시작. 빠르게 도망 나옴.
'웰컴. 의정부십니다' 표지판을 지나 드디어 의정부에 진입.
하지만 여전히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글렀나??
원래 시끄럽지만 평소와 다른 소리로 울고 있던 굴뚝새 발견. 왜 그러나 봤더니 밑에 고양이가 지나가고 있었다.
호사비오리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이쁘다 비오리 수컷.
이제 호장교도 지났다. 모래톱이 있는 이곳이 마지막 희망...
스윽... 빠르게 주위를 스캔했지만 호사비오리를 닮은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망할...
있으란 호사비오리는 없고, 난데없이 황오리 등장. 그래도 튀긴 한다...
근데... 하라가 햇타...... 똥.. 똥... 똥~
순대국밥집 사장님이 내 카메라를 보더니...
'기자세요?'라고 물어보심... 내가 '아녀유, 새보러 왔어유' 하니까 '아~ 작가시구나~'라고... 카메라가 좀 과하긴 하지...
배가 부르니까 호사비오리 따위 까맣게 잊고 기분이 좋아져서 콧노래도 부르며 아내에게 전화를 했는데, 날도 추운데 이제 그만 접고 돌아오라고 살살 꼬셨다. 아아... 악마의 속삭임... 순간 전철 탈 뻔... 로렐라이의 전설이 떠오름...
이제 반쯤 포기하고 느긋하게 중랑천으로 돌아와서 창포원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
호장교를 지나 하류로 이동...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부는지 뒤통수가 시렸다... 모자 가져 올 걸...
수락산도 멋있구나... 그래도 정상의 태극기 봤으니 등산한 걸로 내 맘대로 인정. 쾅.
장암대교 밑의 연결 다리 중간에 서서 오리들을 보고 있었는데,
저 멀리 창포원 쪽에서 호사비오리 닮은 녀석 발견!! 호도도도도도....
드디어 만난 호사비오리... 감격의 눈물이... 주르륵...
근데, 얘는 하류에 있는 호사비오리 암컷은 안 만나고 왜 비오리 암컷을 따라다니는 걸까...
그래도 아주 다정해 보여서 보기 좋았다. 아까 청둥오리 커플은 짜증 나더니... 호사비오리에겐 열라 관대해짐.
얼마나 고급스럽게 털던지 샴푸 광곤 줄 알았다. 같은 머리 털긴데 비오리랑 너무 비교됨... 역시 인생은 외모순이다.
날개깃 너무 고급스러움... 그런데 이때...
불쌍한 녀석. 그래도 여잔 못 이긴다. 할 수 없어...
더 이상 따라가지 않았다. 거리가 있어서 나를 의식하지도 않았지만, 그냥 그렇게 보내주고 싶었다. 여운을 남기며...
창포원 쪽 모래톱엔 흰목물떼새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쉽지 않음. 호사비오리를 만났으니까. 움핫핫핫!
도봉산의 절경을 바라보며 세 번째 도전만에 만난 호사비오리 탐조 종료.
아내의 꼬임에 넘어갔으면 만나지 못했을 호사비오리. 정말 추운 날이었지만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바람을 어찌나 맞았는지 머리가 지끈지끈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