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5년 2월 3일] 3트 만에 만난 중랑천의 호사비오리

by 두루별 2025. 2. 5.

작년에도 그러더니 올해도 호사비오리를 삼고초려 끝에 볼 수 있었다.
귀한 분 아니랄까 봐 까탈스럽기는... 3트 만에 어렵게 만난 호사비오리. 역시 이쁘긴 하더라는...

이젠 반갑다 창포원

춥다고 말리는 아내에게 큰소리치고 오전에 중랑천에 도착했지만, 호사비오리 녀석은 코빼기도 안 보임. 폭망의 기운이 스멀스멀...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위냐 아래냐 고민하다 오늘도 의정부 쪽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원앙(기러기목 / 오리과)

풀숲에서 쉬고 있던 원앙들이 나를 보더니 긴장 타기 시작. 빠르게 도망 나옴.

흰뺨검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쉬고 있던 원앙과 또 만남.
노랑할미새(참새목 / 할미새과)
오랜만에 만나는 노랑할미새. 월동개체일까?
쇠백로(황새목 / 백로과)
왜가리(황새목 / 백로과)
중대백로(황새목 / 백로과)
쇠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또 중대백로
졸고 있던 흰뺨검둥오리
논병아리(논병아리목 / 논병아리과)
장암대교가 보이기 시작...

'웰컴. 의정부십니다' 표지판을 지나 드디어 의정부에 진입.
하지만 여전히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글렀나??

다정하다니... 재수 없는 청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같으니...
굴뚝새(참새목 / 굴뚝새과)
시끄럽게 울어대는 중...

원래 시끄럽지만 평소와 다른 소리로 울고 있던 굴뚝새 발견. 왜 그러나 봤더니 밑에 고양이가 지나가고 있었다.

치마버섯(주름버섯목 / 치마버섯과)
비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호사비오리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이쁘다 비오리 수컷.

충격적인 얼굴로 물털기 시전
그렇게 털어도 깃털이 가지런하다니...
물닭(두루미목 / 뜸부기과)
쇠오리 암컷

이제 호장교도 지났다. 모래톱이 있는 이곳이 마지막 희망...

알락할미새(참새목 / 할미새과)

스윽... 빠르게 주위를 스캔했지만 호사비오리를 닮은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망할...

음??
얘... 황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아녀?
얘는 혼자 여기 왜 있는겨...

있으란 호사비오리는 없고, 난데없이 황오리 등장. 그래도 튀긴 한다...

근데... 하라가 햇타...... 똥.. 똥... 똥~

호사비오리고 뭐고 일단 순댓국 하나 때려줌

순대국밥집 사장님이 내 카메라를 보더니...
'기자세요?'라고 물어보심... 내가 '아녀유, 새보러 왔어유' 하니까 '아~ 작가시구나~'라고... 카메라가 좀 과하긴 하지...

배가 부르니까 호사비오리 따위 까맣게 잊고 기분이 좋아져서 콧노래도 부르며 아내에게 전화를 했는데, 날도 추운데 이제 그만 접고 돌아오라고 살살 꼬셨다. 아아... 악마의 속삭임... 순간 전철 탈 뻔... 로렐라이의 전설이 떠오름...

오색딱따구리(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쇠딱따구리(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이제 반쯤 포기하고 느긋하게 중랑천으로 돌아와서 창포원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

아깐 자고 있더니 모두 깼다.
넓적부리(기러기목 / 오리과)
얘는 다른 애들 보다 더 예민함.
지나다니는 사람도 다 신경 쓰는 듯...
잘 쉬다 돌아가라... (갈대 뒤에 숨어서 몰래 촬영 중)

호장교를 지나 하류로 이동...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부는지 뒤통수가 시렸다... 모자 가져 올 걸...

딱새(참새목 / 솔딱새과) 친구도 만나고
뭔가 얇은 느낌의 넓적부리도 만나고
중대백로도 만남
수락산
정상에 뭔가 있는 거 같은데...
아... 태극기가 있었구나...

수락산도 멋있구나... 그래도 정상의 태극기 봤으니 등산한 걸로 내 맘대로 인정. 쾅.

때까치(참새목 / 때까치과)
비오리 수컷
비오리 암컷
쇠백로
비오리가 은근히 많음
청둥오리 암컷
얘는 수컷. 아까 다정했던 놈들 아녀??
갈대 뒤에 숨어 있던 쇠백로

장암대교 밑의 연결 다리 중간에 서서 오리들을 보고 있었는데,

저 멀리 창포원 쪽에서 호사비오리 닮은 녀석 발견!! 호도도도도도....

호사비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드디어 만난 호사비오리... 감격의 눈물이... 주르륵...

호사로운 저 문양...
이름을 누가 지었는지 참 잘 지었다.
가려운가 보다. 긁어주고 싶어짐...
목도 어찌나 긴지 완전 간지남...
호사비오리 수컷과 비오리 암컷

근데, 얘는 하류에 있는 호사비오리 암컷은 안 만나고 왜 비오리 암컷을 따라다니는 걸까...
그래도 아주 다정해 보여서 보기 좋았다. 아까 청둥오리 커플은 짜증 나더니... 호사비오리에겐 열라 관대해짐.

저 도도한 자태...
촤락~
갑자기 머리 깃 털기를 시전...
휘릭~
워메... 엘라스틴 광곤 줄...

얼마나 고급스럽게 털던지 샴푸 광곤 줄 알았다. 같은 머리 털긴데 비오리랑 너무 비교됨... 역시 인생은 외모순이다.

뭘 해도 예쁜 녀석
많이 가려운가 보다
고급 진 날개도 보여줌

날개깃 너무 고급스러움... 그런데 이때...

비오리 암컷도 날개 털기 시전
고급스러움에 졌다는 걸 아는지 호사비오리 괴롭히기...
냅다 소리도 지름. 찌그러진 호사비오리...

불쌍한 녀석. 그래도 여잔 못 이긴다. 할 수 없어...

그러고 보니 비오리가 더 크구나...
넋을 잃고 보게 만드는 외모...
그렇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냅다 잠도 잠
원앙 커플도 꿀잠
하류로 이동하는 호사비오리 커플

더 이상 따라가지 않았다. 거리가 있어서 나를 의식하지도 않았지만, 그냥 그렇게 보내주고 싶었다. 여운을 남기며...

갑자기 날아 온 원앙
쏜살같이 지나갔다.
민물가마우지(사다새목 / 가마우지과)도 날아옴
박새(참새목 / 박새과)
쇠백로

창포원 쪽 모래톱엔 흰목물떼새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쉽지 않음. 호사비오리를 만났으니까. 움핫핫핫!

절경인 도봉산

도봉산의 절경을 바라보며 세 번째 도전만에 만난 호사비오리 탐조 종료.

아내의 꼬임에 넘어갔으면 만나지 못했을 호사비오리. 정말 추운 날이었지만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바람을 어찌나 맞았는지 머리가 지끈지끈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