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태안을 다녀온 후 탐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는데,
작년 사진 자료를 정리하다가 작년이 훨씬 즐거운 탐조를 했다는 걸 깨달음.
숨 죽이고 새소리도 녹음하고,
맨날 보는 쇠박새도 예쁘게 찍어주고,
까치 하고도 한참을 놀아주곤 했는데...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종을 만나는 기쁨도 있지만, 매일 가는 공원에서 평범한 새를 만나는 것도 아주 즐거운 일이란 걸 잊고 지냈다. 정말 매일 보는 새를 만나도 너무 좋았는데... 초심으로 돌아가야 내가 행복할 듯...
올해는 섬탐조도 가 볼 생각인데, 새로운 종만 좇기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새들을 보는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다.
오늘은 올림픽공원을 초심자의 마음으로 천천히 즐기며 돌아보기로 했다. 가는 김에 새들에게 먹이도 좀 주고...
근데 더럽게 추움... 머리가 시려서 오늘은 모자도 가져왔다.
올림픽공원도 식후경. 입구 편의점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오늘은 편의점 아줌마가 추천한 김밥을 먹었는데... 맛장우가 누군진 몰라도 이건 아니잖아... 분발해라...
비둘기들이 내 주위에 모여들기 시작... 부담스런 눈 빛을 발사하길래 조금 나눠줬더니 테이블에 올라오고 난리 남. 그 와중에 참새도 내 손 근처까지 와서 김밥 부스러기를 얻어먹고 날아갔다. 먹을 게 없는 계절이라 고생들 한다...
박새들의 노랫소리가 바뀜. 얘들 곧 세레나데를 지저귈 모양.
까치도 나뭇가지를 물고 날아다니는 걸 보니 집짓기 시작인가 보다. 곧 공원 전체가 새들의 구애 소리로 시끄러울 듯...
건빵을 몇 개 부셔 주고 들깨를 좀 뿌려줬더니 난리 남. 근데 까치가 와서 다 뺏어 먹었다...
날이 추워서 그른가? 새도 별로 안 보인다. 사람도 없는 올림픽공원은 한산하고 조용...
물까치들은 캣맘들이 챙겨준 고양이 물을 먹고 있던데 박새는 눈을 먹고 있었다.
근처만 가도 놀라서 날아가던 밀화부리들이 이제는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도 않는다. 근데 큰부리밀화부리는 아직 안 왔나... 올해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되새 무리가 양지바른 곳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는데, 얘들도 초겨울에 비해 경계심이 많이 내려감.
88 호수는 꽁꽁 얼어서 새가 하나도 없었다. 해오라기도 안 보임. 새가 없어서 성내천을 둘러보러 이동.
성내천 주변은 낙엽 사이로 푸릇푸릇한 새순들이 올라오는 게 보였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큰개불알꽃.
입춘 추위는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계절은 이미 바뀌고 있다는 걸 실감...
까치들에게 가져간 식빵과 건빵을 모두 나눠주고 입구 쪽으로 가고 있는데, 길 옆 양지바른 곳에 힘없이 앉아 있는 까치를 발견했다. 측은한 마음에 남은 땅콩이라도 주려고 꺼내는 걸 보자마자 이 녀석 쪼로록 달려와 내 발밑에서 눈빛을 발사...
불쌍한 까치에게 남은 땅콩을 주고 있는데, 다른 까치들도 모여드는 바람에 가져간 땅콩도 모두 나눠주고 말았다.
대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둘러봤지만 새가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귀여운 녀석들에게 먹이도 나눠주고, 까치에게 핸드 피딩도 해 보고 혼자 신나서 즐거워했던 하루. 이게 탐조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