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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5년 2월 6일] 삽교천과 태안 - 붉은뺨멧새, 붉은부리흰죽지 등

by 두루별 2025. 2. 7.

며칠 전 「재때까치」가 있다는 소식에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방문했었던 당진의 삽교천. 재때까치는 못 만났지만 넓은 갈대숲에 쑥새와 북방검은머리쑥새 등이 이곳저곳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여럿이 함께하는 탐조에서는 목표종이 아니면 흔새는 외면당하기 때문에 작은 새를 좋아하는 나에겐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래서 흔새를 보러 나 혼자 아침 일찍 당진으로 출발!

서해에서 일출을 볼 줄이야...

평일이라 차가 막힐까 봐 일찍 출발했더니 도착하니까 해가 뜨기 시작.
오는 길에 ChatGPT에게 날씨를 물어봤더니 오후에 눈이 살짝 날릴 예정이지만 오전은 맑을 거라고 한다. 기분 좋은 출발!

농로는 며칠 새 내린 눈으로 빙판이었다.
간신히 삽교천에 도착해서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 혼자 오니까 급할 게 없음...

흰꼬리수리(매목 / 수리과)

해가 뜨면서 역광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래도 너무 멋진 흰 꼬리수리.

북방검은머리쑥새(참새목 / 멧새과)

갈대숲에서 떼로 날아다니고 있던 북방검은머리쑥새들.
이거지... 카메라는 잠시 내려놓고 쌍안경으로 신나게 관찰. 언뜻 검은머리쑥새도 섞여 있는 거 같은데, 갈대 사이를 요리조리 빠르게 움직이는 녀석들 때문에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얼어붙은 삽교호에서 잠을 자고 있던 큰고니와 기러기들. 얼음 위에서 저렇게 잠도 자는 건 처음 알았다.

 얼음이 얼지 않은 곳에선 얼음을 헤치며 먹이 활동도 하고 있었는데, 기온은 영하 13도였... 보기만 해도 춥다...

큰말똥가리(매목 / 수리과)

삽교천은 생각보다 길고 넓었다. 천천히 이동하면서 갈대숲을 둘러봤는데, 태양의 고도가 높아지니까 기온이 오르기 시작. 따뜻해져서 행복했지만 엄청난 아지랑이 때문에 촬영은 물론 관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뭔가 등가교환의 느낌...

큰기러기(기러기목 / 오리과)

얼음 위에서 자고 있던 큰기러기들이 날아올랐다. 해가 뜬 지 언젠데 이제 일어나다니...

꿩(닭목 / 꿩과)

슬금슬금 이동하다 꿩님 발견. 차가 멈추지 않자 경계만 할 뿐 도망가지 않았는데 차를 멈추자마자 바로 도망감.

빤스런 각 재는 중
차를 멈추자 바로 후다닥~
갈대숲 너머로 날아감
촉새(참새목 / 멧새과)
오목눈이(참새목 / 오목눈이과)
엄청 많은 북방검은머리쑥새들

목표 종 없이 이렇게 눈에 보이는 녀석들을 보는 거 아주 재밌다. 어떤 녀석을 만날지 기대됨.
그러다 만난 녀석. 처음엔 쑥새인 줄...

햇빛에 빛나는 붉은색 뺨...
붉은뺨멧새(참새목 / 멧새과)

보고 싶었던 붉은뺨멧새를 여기서 만날 줄이야... 
그것도 수많은 북방검은머리쑥새 무리에 딱 한 녀석이 섞여 있었다. 감동이다...

귀여운 북방검은머리쑥새
노랑턱멧새(참새목 / 멧새과)

재밌는 건 서로 영역이 있는지 구역마다 보이는 새들이 달랐다. 한참 북방검은머리쑥새만 보이더니 갑자기 노랑턱멧새가 보이는 식... 정말 각자의 영역이 있는 걸까?

촉새(참새목 / 멧새과)

그래도 촉새가 귀하긴 했다. 한두 마리 보이는 게 전부...

박주가리 속을 모으고 있던 되새(참새목 / 되새과)
방울새(참새목 / 되새과)
여러 마리가 전선에 앉아 있었다.
쑥새(참새목 / 멧새과)

아지랑이가 점점 더 심해졌다. 아지랑이 때문에 상이 서질 않음...

북방검은머리쑥새

갈대숲에 북방검은머리쑥새가 몇 마리나 있을까 궁금해지기 시작...

검은머리쑥새(참새목 / 멧새과)

드물지만 검은머리쑥새도 볼 수 있었다. 작은 무리로 갈대숲에서 먹이 활동 중.

붉은머리오목눈이(참새목 / 붉은머리오목눈이과)

소리는 엄청나게 들리지만 갈대 사이로만 다녀서 촬영이 쉽지 않았던 붉은머리오목눈이. 도심 공원이 혜자다...

고라니(우제목 / 사슴과)

고라니 두 녀석이 도망도 안 가고 나를 빤히 바라봤다. 나도 녀석들이 놀랄까 봐 이동하면서 촬영하는 신공을 발휘.

때까치(참새목 / 때까치과)
표지판에서 고개를 내미는 박새 녀석. 저기가 녀석 집인가 보다.
큰말똥가리(매목 / 수리과)
큰기러기(기러기목 / 오리과)
영역 구분이 확실한 때까치

때까치는 영역이 확실한 거 같다. 넓은 지역이지만 자기 구역에 다른 때까치가 들어오면 저 멀리서 날아와서 쫓아 버림.

북방검은머리쑥새

이렇게 많은 북방검은머리쑥새를 보기는 처음. 봐도 봐도 예쁜 녀석들...

딱새(참새목 / 솔딱새과)
북방검은머리쑥새

얘들도 거리를 제법 주는 녀석들이 있었는데, 무리가 모두 날아가도 혼자 남아 있는 녀석들 중 포즈를 잘 취해주는 고마운 녀석들이 종종 있었다. 내가 신기해서 그른가???

열라 도망가는 꿩

다른 곳에서 만난 꿩은 보자마자 열라 도망감.

쑥새(참새목 / 멧새과)
차 앞으로 날아와서는 빤히 바라보는 녀석

천천히 둘러보다 보니 벌써 정오. 일기 예보를 보니 오후 늦게는 눈이 좀 올 모양이었다. 당진까지 왔는데 태안에 들러서 붉은부리흰죽지를 빠르게 보고 눈 오기 전에 얼른 올라가야겠다. 태안으로 이동!

태안에 도착해 보니, 붉은부리흰죽지가 흰뺨검둥오리들과 함께 놀던 저주지가 강추위에 꽁꽁 얼어 있었다. 오리들은 흔적도 안 보임. 혹시나 해서 바다 쪽으로 이동했는데, 흰뺨검둥오리들은 바로 앞 갯벌에 있었지만 붉은부리흰죽지는 저~~ 멀리 있었다.

붉은부리흰죽지(기러기목 / 오리과)

지난 번은 정말 가까웠던 셈. 썰물인지 물은 점점 더 빠져나가고 있어서 흰뺨검둥오리들도 먼바다로 나가 버리고...

바디비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그나마 가까이 있던 바다비오리를 관찰하다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다. 기다리면 가까이 올지도 모르니까...

아내가 싸준 도시락

아내가 만들어 준 파스타를 바로쿡으로 데워 먹을 야심 찬 계획이 대실패로 끝났다. 바로쿡에 들어 있던 발열체가 동작을 안 함... 여분으로 하나 더 가져왔는데 둘 다 잠깐 열을 내다 꺼져버렸다. 망할... 차디찬 파스타를 조금 먹다 포기...

밥먹고 나니까 물이 더 많이 빠져있었다
너무 멀리 있던 붉은부리흰죽지

근데 갑자기 눈이 펑펑 오기 시작... 당황해서 급히 정리하고 철수해야 했다. 근데 눈발이 조금 날릴 거라고 안 했나??

눈속에 비행하던 독수리(매목 / 수리과)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눈발은 점점 더 강해지고... 서울에 들어 서자 앞이 안 보이게 쏟아졌다.

ChatGPT에게 눈이 조금 온다더니 왜 많이 오냐고 따지니까, 날씨 예보가 변덕스럽게 변해서 그런가 보다나... 이제 대화하는 수준은 사람이다. 정말 튜링 테스트 통과할 듯...

폭설을 뚫고 간신히 집에 도착하고 자료를 살펴보는데, 아침에 뜨는 해를 바라보며 도착한 아산과 눈 내리는 태안을 떠나 집에 돌아온 게 무슨 모험을 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귀요미들을 하루 종일 볼 수 있어서 행복한 하루였음... 끝.

근데 아산 살고 싶다...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