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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5년 12월 8일] 인천 - 연노랑허리솔새

by 두루별 2025. 12. 24.

'연노랑허리솔새'라는 새가 있는지도 몰랐다.
[한국의 새] 도감에는 나오지도 않고 [야생조류필드가이드]에는 부록에 간단히 소개가 된 것이 전부.

이 미지(未知)의 새가 인천에 있다는 소식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던...
하지만 솔새 특성상 발견하기가 어렵고, 촬영도 어려운...

뭐 이런저런 핑계로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는데,
전날 미리 방문한 선생님이 인증샷을 찍어 보내주셨다. 오홍!!
이제 출몰 위치도 정확히 알게 됐으니 그럼 찾으러 가 볼 때다.

다른 선생님과 함께 새벽같이 출발해서 도착하니까 해가 뜨기 시작함...

요즘 해 뜨는 장면을 자주 보는 거 같음.

참매

최초 발견한 분의 말씀으로는 환삼덩굴 밑으로 다닌다고 하셨는데,
환삼덩굴이 꽤 빽빽하게 있어서 잘 지켜봐야 하는 상황.

그렇게 눈이 빠져라 지켜보고 있는데 작은 솔새류 한 마리가 덩굴 밑에서 모습을 보였다 푱~ 하고 사라져 버림.
아앗... 너무 순식간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연노랑허리솔새(이하 연노랑)가 맞을까??

이곳 덩굴엔 연노랑 말고도 노랑허리솔새, 노랑눈썹솔새도 나타난다고...
헙... 뭐라도 나타나면 일단 촬영해서 동정하는 방법 외에는 없는 듯...

다시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
시간이 지나자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는데 금방 6명이 모였다.
눈이 많은 게 좋다. 나눠서 찾을 수 있으니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덤불 안에 작은 새가 보인다는 어느 분의 외침! 
덤불 안을 들여다보니 작은 새가 움직이고 있었다. 일단 찍어...

상모솔새

엣?? 상모솔새?? 솔새는 맞네...
그렇게 포기하려는데 한 마리가 더 있다고 하심.

다시 확인하려는 순간 이 녀석이 표로록 덤불밖으로 날아서 관목 안쪽에 내려앉았다.

엇!! 일단 솔새는 맞다!!

다들 일단 동정이고 뭐고 관목 사이로 어떻게든 촬영을 하느라 아우성!!

허리를 보니 일단 노랑허리솔새거나 연노랑이거나 둘 중 하나다!

어찌나 움직임이 빠른지 따라가기도 벅찼다. 
잠시도 가만있지를 않고 계속 움직임...

그러던 녀석이 호로록 날아서 관목 맨 위 가지에 내려앉아 버림!!! ㄷㄷㄷㄷ

아악!!!~ 초점 왜 이래!!! 쓰레기 같은 A1M2!!

다행히 바로 초점을 잡을 수 있었다. 휴....

살 떨리는 촬영의 연속... 혹시 초점을 놓칠까 조마조마...

이 녀석 가지에 앉아 이리저리 돌아보며 날개를 들었다 놨다...

허리도 보여줌...

깃털이 복슬복슬... 

잠시 멈칫하더니...

관목 아래로 점프~
그렇게 연노랑은 다시 모습을 감췄다.

영겁의 시간 같았던 단 3초의 시간.
초반 초점 버벅거림 때문에 식은땀이 흘렀지만 다행히 빠르게 초점을 잡고 문제없이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다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는데, 근데 연노랑 맞나??

왼쪽부터 연노랑허리솔새, 노랑눈썹솔새, 노랑허리솔새다.
사진의 붉은색 타원 부분은 날개선 뒤쪽 둘째날개깃 기부를 표시한 것.
날개선 뒤쪽에 어두운 반점이 있다면 노랑눈썹솔새 아니면 노랑허리솔새.
어두운 반점이 없다면 연노랑허리솔새라고 함. 

몇 가지 동정 포인트가 더 있지만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동정 포인트.
결론적으로 촬영한 새는 연노랑허리솔새가 맞다!!

조기 퇴근 각이었는데, 함께 온 분이 영상은 촬영하셨는데 전신사진을 촬영하지 못하셨다고...
귀한 녀석인데 얼굴을 더 볼 생각으로 함께 기다리기를 한참...

몇 번 모습을 더 나타냈지만, 
아쉽게도 오전처럼 덤불 밖으로 나와 전신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만났다는 거 하나만으로 다들 기뻐하셨다.
기록도 거의 없는 귀한 새를 동네 공원에서 만날 줄이야...
처음 발견하시고 공개해 주신 분께 무한 감사를!!!

이렇게 훈훈하게 끝났으면 좋았는데 사람이 모이면 항상 일이 생김.

오픈챗방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아무개 씨가 해외여행 전에 들렀다며 연노랑이를 보겠다고 왔었는데, 연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자 촬영하는 할아버지 앞으로 그냥 쑥 들어가더라는... 나는 자리 양보하고 뒤에서 보고 있었는데 내가 다 깜짝 놀람.

할아버지가 좀 비키라고 얘기하는데도 무시... 자기 할 일만 하고는 비행기 시간 다 됐다며 그냥 가 버렸다. 할아버지는 그 양반 땜에 촬영도 못했다고 화가 엄청 나심... 내 생각엔 자기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도 모르는 거 같았음. 가렸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 못하는...

관찰이나 촬영 중 다른 사람 앞을 가리고 혼자만 촬영하겠다는 건 너무 이기적이지 않나?

또, 어째 다들 질서도 잘 지키고 촬영하시나 했는데, 오후가 되자 관목에 가려 연노랑이가 잘 안 보인다고 관목을 걷어내기 시작... 다들 이럴 땐 한 몸이 돼서 열심히 거든다.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촬영할 수 있는 것을... 관목에 구멍을 뚫어 버렸다. 아이고 연노랑이가 조만간 떠나겠구나 싶었다...

다들 사진가가 문제라고 욕을 하지만 겪어 보니 그냥 사람이 문제였다. 사진가나 탐조가나 질서 잘 지키는 사람은 잘 지키고 멋대로 하는 사람은 멋대로 하더라는... 알아봐야 얼마나 안다고 잘 모르는 사람, 실수하는 사람 개무시하는 건 탐조한다는 사람들이 더 심함. 무슨 대단한 일 한다고...

뭐든 그냥 혼자 즐기면서 하는 게 최고인가 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