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 중에 신기한 물건을 많이 갖고 계신분이 계십니다. 거의 얼리어댑터 수준이라 최신 신기한 제품은 죄다 가지고 계신 분인데요. 이 분 자리에 놀러갔다가 먼지가 뽀얗게 쌓인 커피색의 이상한 물건을 보게되었습니다.
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USB 앰프라네요. 말로만 듣던 USB DAC 앰프라는 말에 바로 뺏어다가 청음을 해 봤습니다.
Calyx Coffee라는 제품이었는데요. 국산이고 평이 괜찮다고 하네요. 만듦새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딱 보기에도 고급스럽고 버튼도 감이 아주 좋네요. 알루미늄 케이스라는데 꽤 묵직합니다.
생긴건 이렇게 생겼습니다. AKG 헤드폰을 연결해서 음악을 들어보니....
두둥!!....
아아아... 이런 신세계가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한 쪽귀에 난청이 와서 잘 사용하지 않았던 헤드폰이었습니다만 이런 소리를 들려주는군요... 음량이 풍부해지고 악기가 선명하게 분리되어 들립니다...
귀는 이미 버렸고... 앰프없이 음악을 들어보니 밍밍하고... 참을 수가 없어서 구입을 하려고 보니... 켁... 몸 값이 좀 나가는 분이었군요. 어째 비싸 보이더라니...
음악을 자주 듣지도 않는데 거금을 투자하기는 싫고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황금귀를 가진 분들의 모임에서 눈동냥을 좀 해 보니 AudioQuest社의 Dragonfly라는 제품을 많이 추천하시네요. 가성비 짱! 이라는 문구와 함께...(가성비는 어디까지나 가성비입니다.) 마침 1.2 버젼이 나왔는데 그 바람에 기존의 1.0 버젼은 재고 처리 중이라 10만원도 안한다고 하는군요. 오호~!
미국 Amazon을 뒤져서 바로 구매해 버렸습니다만... 한국으로의 배송은 안된다는군요... 구매 대행을 껴야 하는 상황이라 몇 번 이용했던 업체를 통해 구매를 신청하고 기다렸습니다.
1주일 하고 며칠이 지나고 Fedex에서 소포가 하나 왔습니다. 바로 직감했죠. 움흐흐.... 드디어 왔구나...
두근거리는 마음에 포장 박스를 박박 찢고 제품 박스를 꺼내 내용물을 확인했습니다.
음...
뭔가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있습니다. 비행기 타고 오는 동안 진동 때문에 떨어졌나 싶어서 박스 이곳저곳을 확인하고 또 확인해도... 없습니다!!!! 정작 중요한 알맹이가 없어요... ㅠㅠ
이런걸 국제 사기라고 하는거군요... 미국의 Amazon도 믿을 곳이 못되네요. 중고를 산것도 아니고 새제품인데... 이 빈 박스를 받을려고 국제 배송비를 지불한거네요... (USPS도 아니고 Fedex로...)
그래도... 벽돌 아닌게 어딥니까...
구매 대행 업체에 문자, 전화, 메일로 테러를 했습니다. 물건 안 찾아내면 찾아갈 생각이었는데요. 이런일이 자주 있는 모양인지 대행업체 사장님은 '아 그래요?? 죄송합니다. 다시 주문해드리겠습니다.'라는 군요... @#$@$%@#$!@
그나마 구매 대행 업체를 통해서 구매한게 다행이었습니다. 아니었으면 제가 안되는 영어로 일일이 처리를.... 휴...
그렇게 잊고 지내던 중... 2주가 지난 어느 날 다시 Fedex 박스가 제 손에 도착했습니다. 부리나케 확인에 들어가니...
전에는 텅 비었던 자리에 제품이 들어있네요... 휴... 성공했습니다... 이제 미국에 주문할 때는 거러했던 업체 아니면 절대 거래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삶의 교훈은 끝이 없군요...
어쨌든 도착했으니 들어봐야 겠죠. Dragonfly는 USB 메모리 만한 크기입니다만 꽤 묵직합니다. 뭔가 잔뜩 들은거 같아요. 그냥 USB에 꼽고 PC나 Mac에서 출력을 Dragonfly로 설정해 주면 끝입니다.
재생되는 음악에 따라 본체의 잠자리 모양에 불이 들어오는데요. 44Khz는 초록색, 48Khz는 파란색, 88Khz는 노란색, 96Khz는 다홍색으로 나온다고 하는군요.
굳이 알 필요는 없지만 알려 주니 좋네요. 색도 이쁘고요.
정말 중요한 음질은... 공간감이 훌륭합니다. 해상도가 좋아져서 그런지 악기도 잘 분리되어 들리고요. 전문가는 아니니 이정도 느낌이네요. 전체적으로 아주 훌륭한 음질을 들려줍니다.
주문하고 한 번 사기당하고 두 번째에야 손에 들어온 AduioQuest의 Dragonfly 1.0. Calyx coffee랑 비교해 본다면 제 AKG 헤드폰은 Calyx coffee와 더 궁합이 잘 맞는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Dragonfly가 안 좋다는 얘기는 아니고요.
한 번 속을 썩여서 그런가 애물단지로 느껴지는군요. PC의 전면 USB에 꽂으니 PC에서 HDD가 돌아가는 소리가 잡음으로 죄다 들리는 통에 Audio 전용 USB 케이블을 또 추가로 주문했습니다. (무슨 USB연장 케이블이 몇 만원이나...)
애증의 물건이 되었지만 음질은 참 좋네요... 작업하다가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현장에 와 있는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