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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관련/촬영기

[2020년 2월 6일] 서울에서 가이드 테스트

by 두루별 2020. 2. 8.

봄 같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덩달아 하늘도 맑아졌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청명한 겨울 하늘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맑은 하늘이 금요일에는 구름으로 덮인다는 거... 

오랜만에 보는 맑은 날을 그냥 보낼 수가 없어서 당장이라도 조경철 천문대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평일에 가자니 다음날이 걱정이고, 하루 휴가 내고 다녀오자니 쓸데없이 바쁜 일들이 줄 줄이라 파란 하늘만 올려다볼 뿐이었습니다. 새로 들인 가이드 망원경을 붙여서 다양하게 설정을 바꿔가며 동그란 별상이 나오는 최적의 값을 찾아보고 싶은데 항상 시간이 문제네요. 왜 꼭 주말에는 구름이 끼는 건지...

하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가이드 테스트만 할 거면 굳이 멀리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싶더군요. 서울에서도 H-Alpha 필터를 쓰면 가이드 테스트 정도는 할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혼자 끙끙거리며 고민한 끝에 날도 춥고 달도 떠 있었지만 이런 날을 그냥 보낼 수 없어서 결국 장비를 챙겨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월령 10일의 달도 떠 있었지만 옥상의 조명도 환한 데다 주변 빌딩들의 불빛까지... 정말 최악의 관측장소였습니다.
이런 상태로 테스트를 할 수 있을까 싶은 와중에 오리온자리의 중요한 별들은 모두 잘 보였습니다. 날씨가 정말 좋았던가 봅니다.

기가 막히게도 북극성이 건너편 건물 바로 위로 보여서 극축 설정도 할 수 있었습니다. Pole Master도 잘 동작해서 한 번에 극축 설정도 끝내고 좋았는데 하필 마운트의 고도 클램프를 꽉 조이지 않는 바람에 경통을 올리면서 그 무게 때문에 덜컥하고 내려앉았습니다. 어째 시작이 문제없이 잘 되더니만...

극축을 다시 설정하려는데 이번엔 노트북이 그냥 꺼져버립니다. 이런 애플... 날씨만 추우면 배터리 광탈...
장비는 다 펴놨는데 누가 집어갈까 봐 두고 내려갔다 올 수도 없고... 고민하다가 극축은 그냥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달이 밝아서 가이드 망원경으로 가이드할 별이 보일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라 서둘러 가이드 망원경을 설치하고 ASIAIR와 연결을 했습니다. 

옥상의 조명만이라도 좀 껐으면 좋겠는데 스위치가 어디 있는지 옥상을 다 뒤져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주위가 너무 밝았지만 요행을 바라며 가이드 카메라를 0.5초 노출로 설정하고 촬영을 해봤습니다. 

오호~ 생각보다 별이 잘 보이네요! 정말 요즘 카메라들 감도가 참 좋습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별이 보이고 설정까지 할 수 있다니...

외국 RST-135 포럼을 보니까 '하모닉 드라이브'를 사용한 마운트는 오토 가이더 설정에서 RA, DEC 모두 Aggressiveness를 80%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었습니다. MnMo(Minimum Move) 설정도 중요하지만 ASIAIR에서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아쉽지만 설정을 할 수는 없고요. 

M-GEN의 경우도 가이드 카메라의 노출이 1초일 경우 Aggressiveness 값을 70~100% 사이에서 설정하라고 권장하고 있어서 그동안 ASIAIR도 80% 정도로 설정하고 사용하였습니다. 하지만 별이 예쁜 동그라미로 촬영되지 않고 길쭉한 타원형으로 촬영이 돼서 머리가 아팠던 거죠. 

이 설정값들을 바꿔가며 테스트해서 동그란 별이 촬영되는 값을 찾는 것이 이날 테스트의 목적이었습니다. 그 전에 정말 촬영이 되나 확인을 해야 하니 M42 오리온 대성운을 30초로 한 장 촬영해 봤습니다.

엄청난 노이즈와 함께 오리온 대성운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30초로도 형태를 알아볼 정도는 찍히는군요. H-Alpha의 세계는 정말 신기합니다. 서울 한복판의 빌딩 숲 사이에서 밝은 달이 있는데도 이 정도로 나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경이롭네요. 달만 없으면 H-Alpha는 서울에서 찍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유혹이...

시험 촬영을 해 보니 오리온 대성운 주위는 볼 만한 별이 별로 없더군요. 이 상태로는 테스트할 수가 없어서 베텔게우스(Betelgeuse)로 대상을 바꿔 테스트했습니다. 

3분 노출로 베텔게우스를 촬영하면서 RMS Total이 가장 낮게 나오는 설정을 찾으려고 값을 계속 바꿔봤습니다. 여러 장 촬영하면서 확인해 보니 DEC 60%, RA 80%에서 평균적으로 값이 가장 괜찮더군요.

노출 시간과 값을 이리저리 바꿔봐도 1" 이하로 값이 내려가지는 않았습니다. 이날의 하늘에서는 이 값이 한계인 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더 값을 낮추고 싶어 궁리를 하던 중 불현듯 떠오르는 격언이 있었습니다.

'가이드 그래프에 집착하지 마라.'

맞습니다. 가이드 그래프는 현재 상태를 보여줄 뿐 절대값이 아닌데 저도 모르게 숫자에 목숨을 걸고 있더군요. RMS는 추적환경과 시상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데, 이날 가이드 성(星)의 FWHM은 4~8까지 요동칠 정도로 시상이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촬영된 결과를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RMS가 높더라도 별만 동그랗게 나오면 되는 거니까요. 

Betelgeuse

2020-02-06 00:45(KST) @ Yeoksam-dong, Seoul, South Korea 
Takahashi FSQ-85EDP + QE 0.73x, Canon EOS 6D Mark II (modded), RainbowAstro RST-150H
Baader H-Alpha 3.5nm
Takahashi GT-40(240mm F/6.0), ZWO ASI290MM Mini, ASIAIR
6x3min @ ISO-1600, F/3.9, DSS 4.1.1, Photoshop CC 2020

별을 H-Alpha로 촬영해서 정말 볼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다행히 타원이 아니라 동그란 원으로 촬영되었습니다. 하지만 중심과 달리 주변은 타원으로 촬영이 됐는데요. 극축을 다시 잘 맞추고 테스트 촬영을 해봐야 극축에 의한 Field rotation인지 Back focus가 맞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결국 완벽한 설정값을 찾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항상 고정된 설정값을 사용했던 것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초점을 맞추기 위해 테스트 샷을 찍는 것 처럼 가이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 샷도 충분히 찍어야 하겠습니다. 관측지에 도착하면 항상 시간에 쫒겨서 대충하던 부분을 좀 더 신경써야 좋은 결과가 나오겠네요.

정말 별 사진은 어렵습니다...

댓글4

  • K. Kang 2020.02.10 12:13

    안녕하세요? 저도 RST-135 적도의 사용자 인데요. Cloudy nights에 관련 자료 찾아보니 오토가이드 촬영 관련하여 PEC (periodic error correction 주기오차 수정)가 rst-135에서 지원이되지 않아서 ra와 dec 적정 값을 찾는 데 이슈가 많다고 나와 있더군요. 저도 적정 ra와 dec 값을 찾는데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포스팅하신 글을 보니 ra와 dec 값을 어느 정도 적정값을 찾으신거 같은데요. 혹시 노트북으로 phd2로 가이드 하시진 않으셨는지요? 하셨다면 aggressive 적정 수치를 어떻게 처리하셨는지 문의드립니다.

    답글

    • 두루별 2020.02.10 13:49 신고

      안녕하세요!
      저는 ASIAIR로 가이드를 했습니다. ASIAIR의 가이드 로그를 보면 PHD2라고 적혀있는 것으로 보아 PHD2를 수정한 버젼이 아닐까 혼자 추측해봤습니다.
      PC 버젼의 PHD2와 값이 같을 수 없겠지만 0.5초 노출에 Aggressive는 DEC 60%, RA 80%로 테스트했을 때 결과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시상이 좋지 않을 때는 노출을 1초 이상으로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의 의견이고 아직 테스트는 더 진행해 봐야 하겠지만 '레인보우 아스트로'는 오토가이드는 시상에 더 좌우되기 때문에 설정값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을 했습니다. 테스트를 해 보니 저도 공감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며 저도 더 테스트를 해 보고 또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 K. Kang 2020.02.10 17:24

    안녕하세요. 정성어린 답변 감사드립니다. 저는 약 두 달동안 phd 2로 가이드 테스트만 하고 있는데 참 힘드네요 ^^ 감사합니다. 또 댓글 남기겠습니다.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