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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2021년 6월 16일] 망원경의 대물렌즈 청소하기

by 두루별 2021. 6. 17.

1년 전에 청소를 하고 안 했더니 FSQ-106ED의 대물렌즈에 온갖 먼지와 이슬에 의한 물때, 꽃가루 등이 엉켜서 뿌옇게 오염이 되어 있었습니다. 얼굴도 안 비치는 걸 보니 어떻게 촬영을 했나 싶군요.

이제 장마도 시작될 거고 한 동안 촬영을 못 나갈지 모르니 곰팡이가 붙었을지 모르는 대물렌즈를 청소하기로 하고 인터넷에서 주문한 정제수가 도착하자마자 렌즈 청소를 했습니다.

렌즈의 청소를 어렵게 생각하시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분이 계시다면 한 번 따라 해 보세요. 아주 쉬워요. ㅎ

먼저 준비물. 망원경의 대물렌즈나 카메라 렌즈 모두 청소 방법은 동일하니까 아래의 준비물을 확인해 보세요.

1. 블로어 : 먼지를 불어 낼 때 사용합니다. 요건 필수.
2. 렌즈 브러시 : 굵은 먼지나 모레 등을 털어 낼 때 사용합니다. 있으면 아주 유용합니다. 
3. 렌즈 티슈 : 렌즈에 흠집을 내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광학용 티슈입니다. 많이 필요합니다. 요것도 필수.
4. 정제수 : 오염물을 불려서 닦아 내는 데 사용합니다. 필수. (수돗물이나 생수 안됨)
5. 알코올 : 소독용 무수(無水) 알코올이나 소독용 고순도(99.9%) IPA(이소프로필 알코올)를 준비합니다. 기름 오염을 제거할 때 사용합니다. 
6. 극세사 천 : 렌즈용 극세사 천을 준비합니다. 마지막 마무리에 사용할 거예요. 털이 복슬복슬한 극세사 천은 털이 빠집니다. 렌즈용 극세사 천을 사용하세요.

렌즈 청소를 위해 이 정도 준비를 하시면 됩니다. 간단하죠?
알코올은 꼭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정제수 만으로 충분하지만 지문이나 기름때가 있을 때 사용하면 됩니다.
다만 고순도 IPA는 알루미늄 코팅을 녹일 수 있다는 얘기가 있으니 사용에 주의해 주세요.

렌즈 티슈는 한 장씩 뜯어 쓰는 휴대용 말고 갑으로 된 렌즈 티슈를 준비하세요. 청소가 훨씬 편합니다. 

저는 Kimwipes라는 렌즈 티슈를 미국 Amazon에서 할인할 때 아주 많이 사서는 여기저기 나눠주고 집에 잔뜩 보관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티슈 형식이라 푝푝 뽑아서 쓰면 되기 때문에 아주 편하고, 한 번에 여러 장을 뽑아서 정제수를 듬뿍 묻혀 사용할 거라 양이 많은 렌즈 티슈를 준비하세요.

정제수는 정량 토출기에 담아 사용하면 아주 편합니다. 렌즈 티슈를 뽑아서 토출기에 대고 몇 번 펌핑한 다음에 슥슥 닦으면 되니까요.

용제를 담아 사용하는 정량 토출기인데 저는 정제수를 담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염도 안되고 토출 양을 조절하기도 쉬워서 렌즈 청소할 때 아주 좋습니다. 인터넷에서 2~3천 원이면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제 준비물의 준비가 끝났다면 렌즈 청소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1. 렌즈(망원경 포함)가 하늘을 보도록 수직으로 세워 잘 고정합니다. 정제수를 사용할 거라 눕혀서 청소하면 렌즈 셀에 물이 들어갈 수 있거든요. 한 손으로 렌즈를 잡고 다른 손으로 청소해도 쉽게 할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2. 블로어로 최대한 먼지를 불어 냅니다.(블로어는 모든 단계마다 마지막에 무조건 사용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3. 렌즈 브러시로 렌즈 전체와 렌즈 셀을 부드럽게 청소합니다. 작은 모레 같은 경우 브러시로 쓸어주면 쉽게 떨어집니다. 블로어로 꼼꼼히 불어냅니다.

4. 큰 먼지가 제거되었으면 렌즈 티슈를 서너 장 뽑아서 정제수에 적당히 적신 후(정제수가 렌즈에서 흐르지 않을 정도) 렌즈 중앙부터 시계 방향으로 바깥쪽으로 원을 그리듯 돌리면서 티슈의 무게만으로 닦아 냅니다. 이때 렌즈 셀까지 바짝 닦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렌즈 셀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되니까요. 처음에는 적당히 중앙 부분만 닦는다고 생각하면서 청소하면 됩니다.

5. 사용한 티슈는 재사용하지 않습니다. 미련 없이 버리고 새로 티슈를 여러 장 뽑아서 물기를 부드럽게 닦아 냅니다. 물기를 빠르게 닦지 않으면 오염물이 다시 렌즈에 붙을 수 있으니 정제수로 닦고 난 후 빠르게 물기를 닦아 주세요. 그리고 불빛에 렌즈를 비춰 보면서 오염이 얼마나 제거되었나 확인합니다. 오래 고착된 오염이 아니면 신기하게도 벌써 많이 닦여 나갔을 겁니다. 

6. 오염물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4, 5번을 반복합니다. 서너 번 반복하면 됩니다. 너무 완벽하게 청소하려고 하지 마세요. 적당히 오염이 남아도 됩니다. 아주 작은 얼룩 하나를 목숨 걸고 지우려다 오히려 오염이 증가하거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적당히 적당히... 그리고 중간중간 블로어로 먼지를 불어 냅니다.

7. 새로 렌즈 티슈를 여러 장 준비해서 정제수에 적신 후 물기가 흐르지 않을 만큼 조금 짜 주세요. 그리고 렌즈 셀과 가까운 부분을 렌즈를 돌려가며 닦아줍니다. 

8. 5번과 마찬가지로 마른 티슈로 물기를 닦아줍니다. 오염이 제거될 때까지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합니다. 

9. 불 빛에 비쳐봐서 기름때가 남아있다면 렌즈 티슈에 알코올을 적셔서 기름때가 있는 곳만 닦아주고 마른 티슈로 닦아 냅니다. 

10. 이 상태로 완료해도 되지만 극세사 천을 이용해서 렌즈를 중앙부터 시계 방향으로 원을 그리듯 돌려가며 렌즈 전체를 부드럽게 닦아주어 혹시 남아있을 청소 자국을 정리합니다.


이렇게 하면 렌즈 청소 끝입니다! 정말 간단하죠? 요령만 생기면 청소하는데 5분도 안 걸립니다.
정제수로만 청소해도 자국 하나 없이 새것처럼 깨끗해 지니까 괜히 시중에서 판매하는 "렌즈 청소 용액" 같은 거 사용하지 마세요. 익숙하지 않으면 렌즈에 청소 자국만 남습니다. 결국 다시 정제수나 알코올로 닦아야 합니다. 

그동안 사용해 봤던 렌즈 청소 용액들

위 사진의 제품들은 제가 모두 구입해서 사용해 보았던 렌즈 청소 용액들입니다. 이 제품들 외에 짜이스 렌즈 티슈도 사용해 봤지만 자국이 안 남는 제품이 없었습니다. 아래에서 소개하겠지만 다카하시에서도 자국이 남을 수 있으니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굳이 비싼 돈 들일 필요 없습니다. 정제수만 사용해도 충분하고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그럴 일은 없지만 렌즈에 수분 침투가 걱정되는 분들은 정제수 대신 무수 알코올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처음 하시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주의사항과 팁을 드리자면...

1. 용제(정제수, 알코올 등)는 반드시 렌즈 티슈에 묻혀서 사용하세요. 절대 렌즈에 직접 분사하지 마세요!!
2. 렌즈 안쪽으로 정제수가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렌즈 안쪽에 습기가 생길 수 있고 심하면 부품이 부식되거나 곰팡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걱정된다면 정제수 말고 무수 알코올을 사용하세요.
2. 렌즈는 닦는다기 보다 오염물을 물에 녹인다는 표현이 더 맞습니다. 힘을 주어 벅벅 닦는 게 아니고 젖은 렌즈 티슈의 무게로만 닦는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닦습니다.

3. 처음부터 오염을 많이 제거하려고 하지 마세요. 조금씩 여러 번으로 나눠서 살살 제거합니다.
4. 오염물 제거가 잘 안 된다면 정제수를 적신 렌즈 티슈를 오염 부위에 올려두어 좀 불린 다음에 다시 닦아 보세요. 대부분의 오염은 이슬이 굳은 것으로, 잠깐만 불려도 금방 녹아서 쉽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5. 정제수로 지워지지 않는 지문이나 기름때는 문지를수록 막을 형성하며 넓게 번지니까 절대 문지르지 말고 알코올을 렌즈 티슈에 묻혀서 부드럽게 녹여낸다는 느낌으로 닦아보세요.
6. 절대로 마른 렌즈 티슈로 렌즈를 닦지 마세요. 정제수나 알코올 등 청소에 사용하는 용제에 반드시 적신 상태에서만 사용하세요.
7. 정제수를 30~40°C 정도로 살짝 데워서 사용하면 효과 즉방입니다. 
8. 렌즈 티슈 얼마 안 하니까 아끼지 말고 여러 장을 뭉쳐서 사용하세요. 한 장으로 하다가 힘 조절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9. 탈지면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잔여물(보푸라기)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냥 렌즈 티슈 사용하세요.
10. 이렇게 청소했는데도 지워지지 않는 심한 얼룩이 있다면 더 이상 손대지 마시고 제조사나 전문 업체에 클리닝을 맡기세요.

어떠세요? 막연히 렌즈 청소는 두렵고 어려울 것만 같은데 정말 간단하지 않나요? 자주 청소할 필요는 없지만 몇 달에 한 번씩 가볍게 청소해 주면 렌즈 상태도 확인할 수 있고 곰팡이가 폈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렌즈 청소가 두려워 망설이고 있는 분이 이 글을 보셨다면 용기를 내서 한 번 도전해 보세요!

마지막으로 다카하시 FSQ-106ED의 매뉴얼 중 보수와 관련된 내용이 있어 소개합니다. 

먼지는 바로바로 블로어로 날려 버리고 이슬 자국이 남았을 때는 방치하면 지워지지 않을 수 있으니 무수(無水, Anhydrous Alcohol) 알코올을 렌즈 티슈에 묻혀 닦아주세요. 카메라 렌즈 클리너는 자국을 남길 수 있으니 무수 알코올을 이용하여 주시고 상처가 나지 않게 가볍게 닦아주세요.

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만, 고객이 직접 렌즈를 닦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ㅎㅎ
하지만 오염이 심한 경우에는 방치하면 안 되기 때문에 위와 같은 방법으로 조심해서 청소를 하라고 합니다. 
제가 소개한 방법과 달리 무수 알코올을 사용하라고 하는데, 고순도 알코올은 위험 물질이라 작업과 보관 시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정제수만 사용한 경우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둘 다 사용해 본 저는 정제수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매뉴얼에서는 망원경의 보관 시의 주의 사항 및 방법도 안내하고 있는데요. 

이슬에 젖거나 습기를 머금은 채로 방치하면 렌즈에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며 청소로도 제거할 수 없습니다. 사용 후 실내에서 충분히 건조한 후 통풍이 잘 되는 장소에 보관하세요. 보관 시 실리카겔을 대물렌즈 캡 안쪽에 부착하는 등의 습기 대책에 만전을 기해주세요.

라고 하는군요. 곰팡이가 렌즈 최대의 적이라 습기 대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제작사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제일 좋겠죠.

관측지에서 돌아온 후 이슬에 젖은 망원경을 바로 케이스에 넣지 마시고, 실내에서 충분히 건조한 후 습기 대책을 잘하여 보관하면 됩니다. 저는 선풍기를 틀어서 반나절 정도 건조한 후 케이스에 실리카겔과 곰팡이 방지제를 넣고 적정 습도(50% 이하. 낮을수록 좋음)를 유지하며 보관하고 있습니다.

HAKUBA의 렌즈용 곰팡이 방지제

곰팡이 방지제는 일본 Amazon에서 구입한 HAKUBA의 렌즈용 곰팡이 방지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5g짜리 제품 하나를 1년마다 교체하는 제품이라 몇 개 사놓으면 두고두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지만 경통과 함께 넣어두면 든든합니다. ^^

소중한 망원경 잘 관리하셔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유지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