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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 촬영 및 관측장비

[2021년 12월 17일] 다카하시 엡실론 E-160ED 예약

by 두루별 2021. 12. 22.

출처: 다카하시 아메리카

노란색 경통으로 유명한 다카하시의 뉴턴식 반사망원경인 엡실론(ε, Epsilon) 시리즈가 있습니다.
거의 다카하시의 시그니쳐라고 할 수 있죠. 노란색이 너무 특이해서 단무지라고 부르곤 했었는데, 1984년 최초 발매 당시에는 학생 신분이어서 꿈도 꿀 수 없는 그런 꿈의 경통이었습니다. 당시에도 돈 있는 분들이나 살 수 있을 뿐 일반인은 선뜻 구매하지 못하는 하지만 참 갖고 싶은 그런 경통이었습니다.

제 기억이 맞는지 모르지만 중간에 단종되고 한동안 발매를 안 했던 거 같은데, 몇 년 전에 ε-130D를 발매하더니 반응이 좋았는지 ε-160ED를 리뉴얼해서 다시 발매를 했습니다. 사실 저는 ε-130D가 발매됐을 때만 해도 '오호 엡실론이 다시 나왔네?' 정도의 반응이었습니다. 이미 FSQ 시리즈(85EDP, 106ED)를 모두 가지고 있었고 구경의 차이도 거의 없는지라 그닥 관심을 가지지 않았죠.

문제는 작년 말인가 다시 발매된 ε-160ED였습니다. 
세상에...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핀 포인트 별상. 역대급이었습니다.

다카하시니까 뻥 스펙은 아닐 거고 정말 눈을 의심케 하는 Spot Diagram을 보면서 손이 떨리더군요. 

이건 정말 무조건 사야 하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FSQ-106ED와 정확하게 겹치는 530mm의 초점거리... 어쩜 그리 1mm도 안 틀리고 정확하게 겹치는지...
동일한 화각의 경통을 두 개나 두는 건 좀 심하게 낭비라는 생각에 구입을 망설였습니다. 
차라리 구경을 키워 8인치 경통인 Officina Stellare의 Veloce RH200을 구매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죠.

이탈리아 감성의 멋진 디자인! 하지만 광학 성능은 물음표... 사용자가 너무 없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사용자가 없어서 데이터 자체가 없습니다. 제대로 된 리뷰도 없고요.
검증되지 않은 경통에 천만 원이 넘는 돈을 쓰는 건 좀 선뜻 내키지 않았습니다. 기대에 못 미치면 애물단지가 되니까요.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론키(Ronchi) 상이 생각보다 별로라고 하는군요.)

그렇게 고민이 깊어가던 어느 날...
부품이 필요해서 Kyoei-osaka 홈페이지를 기웃거리던 중 우연히 보게 된 ε-160ED의 납기까지 최소 1년이라는 문구.
아니 얼마나 인기가 많으면 1년이나 기다려야 해?? FSQ-106ED도 6개월이면 됐는데...

생각 없이 일단 예약을 했습니다. 경통 밴드 등 다른 부품들과 함께요. 지금 예약해도 내년 이맘때나 받을 수 있다는 건데, 일단 예약하고 1년 동안 고민해 보기로 스스로와 타협하면서 말이죠.

네. 그렇습니다. 고민은 무슨...

내년 이맘때 노란 경통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이 벌써 떠오릅니다. 진정한 꿈의 경통이 내년에는 저의 손에 들어오는 것이죠. 지금이라도 예약해서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화각이 겹치는 문제는 FSQ-106ED에 지금처럼 F3 Reducer를 상시 장착해서 318mm 경통으로 사용하면 해결되고,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발매 예정인 ε-160ED 전용 익스텐더가 나오면 800mm 경통으로도 사용할 수 있으니까 다양한 화각을 사용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렇게 하면 화각이 겹치는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는 거죠.

일단 저질렀고 기다리는 일만 남았으니 그사이에 슬슬 장초점 경통도 고민을 해야겠습니다. 이상한 사고의 흐름이지만...
지금까지는 광시야로 넓고 큰 대상 위주로 촬영을 했는데, 조금 더 범위를 넓혀서 은하와 작은 대상들도 촬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금방 은하의 계절인 봄이 올 텐데 지금 장비로는 봄에는 촬영할 대상이 없어서 놀아야 하거든요.

점점 장비가 늘어가지만 장비 구성하고 설정하는 것도 이 취미의 재미 중 하나인 거 같습니다.
이쯤 되면 지금 타는 차를 팔아 버리고 편하게 노숙 가능한 탑차로 바꿔야 하는 게 아닐까... 세단이 필요할 땐 아내 차를 얻어 타면 되니까 말이죠. 혼자 신나 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차 산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소릴 하냐'라는 환청이 메아리쳐 돌아옵니다... 정말 환청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