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천체사진/Deep-sky

[2022년 4월 2일] M101 바람개비 은하 (The Pinwheel Galaxy)

by 두루별 2022. 4. 4.

2022-04-01 21:12 @ Cheorwon-gun, Gangwon-do, South Korea
GSO 8" RC+0.67x Reducer(f/5.4), ZWO ASI6200MC Pro(APS-C crop), RainbowAstro RST-135E
Askar M54 OAG, ZWO ASI174MM Mini, ASIAIR Pro
14x5min(Total 1.2hrs, gain 100, temp -10℃), 50 bias, 30 flat, no dark
Pixinsight 1.8.9, Photoshop CC 2022

이틀 연속 망했습니다... 

전날의 피로가 풀리지도 않았는데 무리해서 또 출사를 나갔습니다. 
하늘은 전날보다 좋지 않았지만 봄에 이 정도 맑은 날을 만나기가 쉽지 않아 무리를 했죠.

전날의 실패를 되새기며 광축부터 다시 점검을 했습니다.
Tri-Bahtinov mask를 사용하면 광축 확인과 수정이 쉽다길래 도전해 봤는데 광축이 틀어진 건 쉽게 확인이 되지만 수정은 쉽지가 않더라고요.

초점 외상과 Tri-Bahtinov mask를 이용한 광축 비교

초점을 흐리고 보면 동심원과 중앙의 어두운 원이 보이는데 이 원을 중심에 몰아넣으면 광축은 완성되는 거죠.
하지만 시상에 따라 상이 요동치는 데다 맞은 거 같기도 하면서 미묘하게 틀린 그런 느낌이 있는데, Tri-Bahtinov mask를 사용하면 직관적으로 틀어진 부분이 바로 보입니다.

Tri-Bahtinov mask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문제는 익숙하지가 않아서 아무리 조절을 해도 광축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날 좋은 날을 이렇게 다 날리기 아쉬워 광축은 월령이 나빠지는 다음 주에 맞추기로 하고 일단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대상은 M101 바람개비 은하로 정하고 촬영을 시작했는데 전날 Meridian flip 이후 별상이 급격하게 나빠진 걸 의식해서 자동으로 플립이 되지 않도록 설정하고 최대한 버티다 플립을 할 생각으로 촬영을 했습니다. 나름 잔머리를 굴린 거죠.

날도 전날보다 포근해서 봄 느낌도 나고 좋았는데, 자정이 넘어가니까 이날도 서리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전날 앞이 안 보여서 위험하게 운전했던 기억으로 미리 자동차 앞 유리에 신문지도 덮어두고 나름 철저히 대비를 했습니다. 

촬영이 3시간째에 접어들 즈음... 잘 찍히고 있나 확인해 봤더니 별이 또 찌그러지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유를 알 수 없는 별상 늘어짐에 당황을 하다 자세히 보니 초점이 나갔더군요. 
지금까지 FSQ-106EDP와 달리 한 번 맞추면 초점이 잘 유지된다고 좋아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ㅠㅠ
다시 초점을 맞추고 별상을 보니 다행히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뭐야 이거... 그럼 지금까지 촬영 후반에 별상이 늘어진 게 초점이 늘어지면서 생긴 현상인가???'

정확한 이유도 원인도 아직 알 수가 없고 몇 시간 동안 촬영한 걸 다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그래도 해결했다는 안도감에 신나서 차에서 잠깐 눈을 붙였습니다. 이틀 연속 강행군에 녹초가 된 거죠...

30분쯤 눈을 붙였는데 함께 간 아내가 과일 먹으라며 저를 깨웁니다. 차 안에 가득한 오렌지 향기...
흐르는 침을 닦고 촬영은 문제없는지 확인해 보는데...
헐... 이번에는 가이드 별을 찾을 수 없다고 오토 가이드가 멈춰 버렸네요...

가이드 화면에서 별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메인 카메라에는 별이 보이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
몸도 으슬으슬 하고 이러다 몸살이라도 오겠다 싶어서 그냥 마무리하기로 하고 플랫을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장비를 분해하기 시작했는데 분해하면서 문득 경통 안쪽을 들여다보니까 뭔가 이상합니다...

부경에 초점이 맞는 바람에 주경에 반사된 부경이 잘 안 보이지만 뿌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경은 멀쩡한데 부경에 습기가 찬 것이죠... 
초저녁에는 후드를 설치했었지만 광축 맞추면서 떼어 버렸는데 그게 문제였나 봅니다. 어떻게 저기만 습기가 차는지...

전날 촬영한 플랫이 왜 엉터리였는지 순간 이해가 됐습니다. 전날도 후드를 안 씌워서 습기가 찼던 거죠. ㅎㅎ
그러니 플랫이 제대로 촬영될리가 없고 엉터리 플랫으로 처리를 하니까 배경이 얼룩덜룩했던 겁니다.
그동안의 의문이 모두 눈 녹듯이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망하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

교훈 : RC 경통은 부경에 습기찬다. 후드는 꼭 씌우고 촬영하자.

결국 이날 촬영한 플랫도 엉망이었고 3시간을 넘게 촬영했지만 결국 사용한 이미지는 1시간 남짓...
이틀 연속 이렇게 망하기도 쉽지 않은데 참 희한한 경험 많이 합니다.
결국 광축 수정과 확인을 위한 테스트 촬영은 이날도 이렇게 망하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 인터넷에 떠도는 RC 경통의 광축 수정 방법을 모아서 종합하여 나름의 방법으로 조정했습니다만, 결과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처음으로 돌아가서 차근차근 광축을 조정할 생각입니다. 주변 별상도 문제지만 빛의 퍼짐도 한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 뭔가 맞지 않는다는 의미일 테니까요.

놀면 뭐하겠습니까, 얼른 집에 가서 오늘도 광축이나 맞춰야겠습니다. 뭔가 끝없는 노동의 길에 들어선 기분이 드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