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촬영하고 새벽에 집에 오는 바람에 쿨쿨 자고 일어나니까 벌써 12시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다시 포천으로 향했다.
어제는 포천에 아예 새가 없었다. 더워서 그런 걸까?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나? 새들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주말이라 캠핑장에도, 공원에도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이러면 더 새를 보기 힘들지 않을까 걱정하던 그때...
어랏! 어디서 많이 보던 녀석이다! 그래그래 올림픽 공원에서도 봤던 딱새 응애다!
역시 애기들은 경계심이 낮다. 아직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거지... 근처에 어미새가 있나 둘러봤는데 눈에 띄지는 않는다. 혼자 있을 리는 없으니 어미가 데려갈 거다. 시작이 좋다.
탐조대를 들여다보니 갤주... 아니 왜가리가 또 혼자 꼿꼿이 서 있었다. 그런데... 음... 데자뷰를 보는 거 같다. 어제도 분명 저 기둥에서 저렇게 서 있었는데... 마치 사진을 복붙 한 그런 느낌... 저 자리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어딜 가든 참새는 못 봐도 왜가리는 못 본 적이 없을 만큼 흔하고 눈에 띄는 녀석이지만 오히려 항상 볼 수 있어서 좋다.
한 참을 돌아다녔는데 오늘도 새보기가 힘들다. 하늘에 황조롱이가 날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작은 새들도 자취를 감췄다. 황조롱이 정도는 껌으로 아는 큰부리까마귀만 저 멀리 전신주에 앉아있었다.
시골은 굳이 공원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산과 개울 등 서식지가 많아서 새들이 공원에 모여 있을 이유가 없을 거 같다. 서울 같은 대도시는 공원이 아니면 숲이나 냇가가 없기 때문에 새들이 공원으로 모일 수밖에 없는 환경. 그래서 시골은 새들의 분포 자체가 넓어서 찾기가 더 힘든 게 아닐까 혼자 생각해 봤다.
캠핑장 주변에서 딱새를 본 적이 있어서 사람들이 캠핑 중이었지만 혹시나 있을까 하고 캠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도중에 지난주에도 봤던 참새 유조들이 아직 그 근처에서 놀고 있었다. 그사이에 솜털 많이 빠졌네.
오오! 지난번에 본 그 근처에 딱새 수컷이 있었다. 근처 갈대숲에 둥지가 있는 모양이다. 아직 육추 중이라 떠나질 않은 거 같다. 바로 옆에서 사람들이 캠핑을 하고 있는데도 거리만 유지할 뿐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벌레 말고도 음식물을 구하기가 쉬워서일까?
아까 입구에서 본 것과 비슷한 딱새 유조도 있었다. 딱새 수컷이 벌레를 물고 계속 새끼를 부르니까 받아 먹으로 날아오는 게 너무 귀엽다. 운 좋게 딱새 가족을 만났지만 곧 갈대숲으로 사라졌다.
풀숲으로 들어가니까 저 멀리 검은딱새가 나무에 매달려 있다. 새끼를 찾는 건지 계속 노래를 하다가 호로록 날아간다. 나는 모습도 귀엽다.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하면서 나는 건 참새목 애들은 공통인가? 직박구리도 그렇게 날던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직박구리가 나타났다.(거의 소환한 느낌) 항상 보는 새들이지만 항상 봐도 새롭고 신기하다. 더운지 입을 연신 벌리고 있다. 한참을 삑삑 거리면서 날아다니더니 힘든가 보다. 나무에서 한 참을 앉아있었다.
갑자기 나무 위에 앉아있던 때까치가 날아간다. 사실 나무 위에 있는지도 몰랐다. 얼른 날아가는 녀석을 한 장 찰칵!
한 바퀴 돌아 탐조대로 돌아왔다. 슬쩍 보니까 왜가리는 외출 중이고 뭔가 조그마한 녀석이 앉아있었다. 무슨 샌가 싶어서 조금 가까이 다가가자 바로 표로록 날아간다. 등이 파란 녀석.... 물총새다...
꼭 보고 싶었던 물총새를 또 눈앞에서 날려 보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이렇게 하다가는 물총새를 보는 건 불가능할 거 같다. 서식지를 찾았으니까 물총새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탐조대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더운 날씨에 언제 올지 모르는 녀석을 기다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내는 시원한 차로 보내고 혼자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한 참을 기다렸다. 이제 곧 해가 산에 걸릴 거 같은데... 이곳은 주위에 산들이 많아 해가 금방 진다.
갑자기 제비 가족들이 물에 다이빙을 한다. 무슨 목욕을 0.3초 정도 하는 거 같다. 빠른 속도로 물에 퐁당하고는 바로 날아 올라서는 물기를 털며 날아간다. 영상을 촬영할걸... 신기한 광경이었다.
그때... 참새보다 조금 크고 머리가 큰 녀석이 날아왔다. 멀리서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물총새다!!!
한 시간도 안 기다렸는데 물총새가 나타났다. 정말 보고 싶었던 새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너무 행복했다. 물가에 있는 나무나 갈대의 1.5m 정도 높이에 주로 앉아있다고 하던데 정말 그랬다. 색이 튀는데도 작고 잘 안 보이는 곳에 앉아 있으니까 찾기가 어려웠나 보다. 탐조에서 쌍안경은 정말 필수다.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 물총새가 다른 곳으로 날아갔는데 이후로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오늘 탐조는 대성공이다. 물총새를 봤으니 다 본 거다. 그렇게 신이 나서 주차장으로 가던 중에 딱새 유조를 또 만났다. 번식을 많이 한 모양이다.
해가 산을 넘어갔다. 이제 관측지로 이동할 시간. 물총새를 봐서 기분이 좋아서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철원으로 이동했다.
읍내에서 저녁을 먹고 관측지에 도착을 하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백로들도 잘 곳으로 날아가나 보다. 여러 마리가 떼로 북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다행히 오늘 밤도 맑구나... 이제 별이나 실컷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