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폭우로 전국이 물난리다. 오전엔 짹이아빠님과 탐조를 하기로 했었지만 계속되는 비 예보로 약속을 미룬 상태. 비가 심하지 않으면 동네 공원이라도 나가서 새를 찾아보고 싶었는데 날씨가 안 도와준다.
그렇게 멀뚱히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데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아내가 쪼르륵 와서는 예보는 비 온다고 했는데 비는 안 오고 구름만 잔뜩 껴 있다고 얼른 올림픽공원이라도 가보자고 한다. 아유 그럼 또 가봐야지...
그렇게 뜬금없이 짧은 올림픽공원 탐조가 시작됐다.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많이들 나왔다. 애들도 단체로 오는 바람에 시끌시끌...
그래도 몽촌호수는 언제나처럼 평화로웠고 오리들이 동동 떠 있었다.
오후엔 선약이 있어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공원 안쪽보다는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 위주로 다녔다. 그래도 대륙검은지빠귀는 잘 있는지 궁금했는데, 어쩐 일인지 조용하다. 대륙검은지빠귀 소리가 하나도 안 들린다. 그 와중에 나무에 거꾸로 붙어있는 동고비 발견!
R5는 작은 새도 인식을 잘한다. 생각보다 똘똘함. AF만 좀 더 빠릿했으면 아주 좋았을 텐데...
그래도 RF 100-500mm 렌즈는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가볍고 해상력 좋고 배경 흐림도 자연스럽고 아주 물건이다.
전날 철원에서는 전자식 셔터로 촬영을 했는데 R5는 전자식 셔터에서는 계조가 12bit라고 한다. 기계식과 전자식 선막 셔터를 사용하면 14bit. 뭔가 손해 보는 거 같아서 전자식 선막 셔터를 사용해서 촬영을 했다.
대륙검은지빠귀는 안 보이는데 찌이익~ 소리가 난다. 익숙한 쇠딱따구리 소리다. 소리 나는 곳으로 가보니까 참새랑 싸우고 난리가 아니다. 영역 싸움인지 꽤 치열하게 싸운다. 결과는 부리가 뾰족한 쇠딱따구리 승.
화이트 밸런스(White Balance)를 AWB(자동)에서 태양광으로 변경했다. 색감이 훨씬 안정된 느낌이다. 별거 아니지만 항상 동일한 화이트 밸런스로 촬영을 하면 하나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미지 처리할 때도 일관성 있게 처리할 수 있을 거 같다.
나무 위에서는 청설모가 나무에 몸을 비비고 있었다.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은가 보다.
R5의 손떨림 보정은 8 스톱이다. 소니 A1의 5 스톱에 비해 높다. 동영상을 촬영해 보면 정말 떨림이 많이 줄어든다. 이미지의 품질이 아니라 손떨림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소니 A1은 캐논 R5의 발끝도 못 따라온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열심히 뭔가를 먹고 있는 동고비를 발견했다. 바로 옆이 대로인데도 신경도 안 씀.
열심히 관찰하고 있는데 비둘기들이 슬금슬금 다가와서 동고비를 쫓아 버렸다. 비둘기를 쫓으려고 했더니 도망도 안감.
저조도 환경에서 캐논은 노이즈가 패턴으로 나타났다. 소니에 비해 노이즈가 심하기도 하지만 사각 패턴이라 후처리에서 지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정말 어이없게 싹 사라짐. 뭔가 이미지 처리가 소니보다 잘 먹는 거 같은 기분? 기분 탓이겠지...
대륙검은지빠귀 유조 세 마리가 먹이 사냥을 하고 있었다. 아직 어려서 세상물정을 모르니 가까이 가도 경계를 안 한다.
아내의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갱년기 이후 체력도 뚝 떨어져서 조금 걸으면 앉아서 쉬어야 한다.
올림픽공원은 중간중간 쉴 수 있는 곳이 많아서 좋다. 음료수 자판기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뽑아서 잠깐 쉬고 있는데, 건너편 풀숲에서 뭔가 콩콩 뛰어다닌다. 지빠귀 종류인 건 확실한데 정확한 종을 알 수 없어서 살금살금 다가갔다.
되지빠귀와 대륙검은지빠귀가 함께 사냥하는 건 처음 봤다. 각자 지렁이를 한입 가득 물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그런데 촬영하면 할수록 RF 100-500mm IS 렌즈는 정말 마음에 든다. 소니 렌즈들처럼 배경 흐림이 어색하지 않고 아주 부드럽게 흐려지는 게 최고다. R5는 초점도 제대로 못 찾고 노이즈도 엄청 많은데 렌즈라도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다.
올림픽공원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장면. 꿩이 산책로 옆에서 산책하고 있음. 사람들이 보거나 말거나 촬영을 하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다. 아내도 이렇게 가까이서 꿩을 본 적은 처음이라 신기해하는 거 같았다.
꿩을 촬영하면서 갑자기 연사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배터리가 50% 남아서 그런가 보다. 배터리 잔량에 따라 연사 속도가 제한되다니... 계조에서 손해 보는 느낌이지만 전자 셔터로 변경했다.
입구로 돌아가는 길에 열심히 사냥 중인 대륙검은지빠귀를 또 만났다.
짧은 탐조였지만 알차게 봤다. 중간에 비가 와서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기도 했지만 궁금했던 아기 오리들의 근황도 봐서 좋았다. 3마리가 없어졌지만 다른데 잘 있겠지 뭐.
캐논 R5의 AF는 정말 느리고 필요한 순간에 버벅거리는 것도 알았고 RF 100-500mm 렌즈는 아주 좋은 렌즈라는 것도 알았다. 몇 장 찍지도 않았는데 전자식 선막 셔터를 사용해서 그런가 배터리가 광탈이었다. 계조가 중요한 상황이 아니면 전자식 셔터를 사용하는 게 여러모로 좋을 거 같다. 그래도 조작성은 캐논이 최고다. 불필요한 동작이 필요 없는 건 정말 편하다.
새장비는 항상 설레게 하는 거 같다. 또 얼른 나가서 새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