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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9월 16일] 올림픽공원 탐조 - 쇠솔딱새, 쇠솔새, 되지빠귀, 오색딱따구리

by 두루별 2023. 9. 17.

잔뜩 흐린 주말. 가을장마라고 부를 정도로 연일 비가 온다. 오늘도 오후 늦게는 비 예보다.
요즘 탐조에 빠져서 너무 달렸더니 몸이 천근만근이라 오전엔 좀 쉬다가 오후에 아내와 올림픽공원으로 향했다. 가까운 선정릉을 갈까 했지만 주말이라 사람이 많을 거 같아 포기...

그렇게 올림픽공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민물가마우지(사다새목 / 가마우지과, 텃새)

이슬비 수준이라 그냥 맞으며 탐조를 하려고 했는데 빗방울이 점점 더 거세지기 시작하더니 소나기로 바뀌어 버림...
도착 3분 만에 탐조 끝. 허망하다... 낙심하는 나를 아내가 어르고 달래서 일단 카페에서 기다려 보자고 한다. 

카페 창가에 자리를 잡고 비가 언제 그치나 기다리는 중...
커피는 마시는 둥 마는 둥 몽촌호수에서 눈을 떼지 못함.

오오! 카페에서 기다린 지 30분도 안 돼서 비가 그쳤다!! 역시 아버지 말씀이 맞았다. 여자 말을 들어야 하는 거다. 데헷!
금세 신이 나서 다시 탐조를 시작했는데 비가 온 직후라 그런가 새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단풍나무 근처는 온통 밀화부리의 짹짹 거리는 소리로 소란했다. 정신이 없을 정도...

밀화부리(참새목 / 되새과, 겨울철새) 수컷.
이번엔 밀화부리 암컷.
다른 밀화부리 수컷.
숲이 소란스러울 정도로 울어대던 녀석들.
일본조팝나무(장미목 / 장미과)
민꽃게거미(거미목 / 게거미과)
까치(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은행나무 씨앗 같은 걸 먹고 있었음.
그거 단단할 텐데 부리가 튼튼한 모양...

소나기가 지나가고 나니까 습도는 엄청났지만 덥지 않고 시원해서 좋았다. 오후에는 또 비 예보라 공원 한 바퀴는 포기. 평소 어르신들이 모여 계시던 곳에서 지나가는 새들을 관찰할 생각이었다.

아내랑 신나서 걸어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도도독~ 하는 소리가 들렸다. 딱따구리 소리다!

바로 옆 나무에서 오색딱따구리(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텃새) 발견!~
비가 그치니까 얘들도 먹이 사냥을 나왔나 보다.
매서운 눈빛! 나랑 눈이 마주쳤지만 신경쓰지 않음.
어린 개체인지 평소 보던 녀석들보다 작았다.
나무에서 벌레를 못 찾았는지 꽃밭 너머로 날아갔다.
나무 밑에 모여서 자고 있는 냥이들.

비가 와서 그런가 어르신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르신들은 갑자기 안 보이면 살짝 걱정된다. 비가 와서 일찍 들어가셨겠지...
아내와 단둘이 풀밭에 서서 새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림의 시작...

조그만 녀석이 표로롱 날아와 앉았다.
소..솔딱새 종류는 확실하다!
쇠솔딱새(참새목 / 솔딱새과, 나그네새)다!!
와~ 얘들도 눈썹이 있구나!
시크하게 앉아 있다가 왔을 때처럼 표로롱 날아가 버렸다.
되지빠귀(참새목 / 지빠귀과, 여름철새)도 왔다.
주둥이에 묻은 주황색... 산딸나무 열매를 먹다 왔나보다.
여름철새라더니 갈 생각을 안한다.
이러다 얘들 겨울에도 볼 거 같다.
오오! 이번엔 나뭇잎보다 작은 녀석이 날아왔다!
솔새는 확실한데 무슨 솔새인지가 문제다...
노랑눈썹솔새는 아닌 거 같고...
확인해 보니 쇠솔새(참새목 / 휘파람새과, 나그네새)였다.
잠시도 가만있지를 않는 녀석들인데 꽤 자리를 지켜줬다.
지나가는 나그네새라 곧 볼 수 없을 녀석들.
쇠박새(참새목 / 박새과, 텃새)
오옷! 쇠솔새가 또 나타났다!
쇠솔새 돈고! 반갑다!
복잡한 가지 뒤로 들어가는 바람에 촬영에 애를 먹음...
잠시도 가만있지를 않는다. 이리 폴짝 저리 폴짝.
잠깐 얼굴을 보여주고는 표로롱 날아감.

쇠솔새 두 마리라니... 거기다 귀한 쇠솔딱새도 봤으니 오늘 조복은 최고인 듯.  혼자 신나서 헤헤거리고 있는데 아내가 조용히 새가 또 왔다고 알려준다. 새가 왔다고 호들갑 떨다가 날려 보내던 시절도 있었는데 우리 부부 많이 발전했다.

노랑눈썹솔새인가 싶었는데 얘도 쇠솔새.
솔새는 동정하기가 어렵지만 날개 모양을 보면 쇠솔새와 노랑눈썹솔새는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노랑눈썹솔새 (이미지 출처 : https://www.shanghaibirding.com/tag/yellow-browed-warbler)

쇠솔새와 노랑눈썹솔새는 언뜻 보면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날개 깃털이 확연히 다르다. 부리와 배의 색은 현장에서 구별하기 어렵지만 노랑눈썹솔새의 날개 깃털은 쇠솔새 보다 더 어둡고 끝이 밝은 색이라 브이(V) 모양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밝은 브이(V) 모양이 없는 밋밋한 날개를 가진 쇠솔새.
옆 모습만 보면 갸가 갸다...
그래도 귀한 쇠솔새를 여러 마리 만나서 조복 터진 날.

오래 서 있었더니 아내가 힘들어했다. 얼른 벤치에 앉혀 놓고 혼자 숲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까 어르신들이 거기 모여 계셨다. 비가 와서 자리를 옮기셨나 보다. 인사드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되지빠귀들이 돌아다닌다.

되지빠귀(참새목 / 지빠귀과, 여름철새)
박새(참새목 / 박새과, 텃새)
요즘 겨울용으로 털갈이를 했는지 깃털이 아주 뽀얗다.
쇠박새(참새목 / 박새과, 텃새)
쇠박새들은 무궁화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비가 그치니까 붉은머리오목눈이(참새목 / 붉은머리오목눈이과, 텃새)들도 부산이다.
직박구리(참새목 / 직박구리과, 텃새)
어린녀석들이 무리를 지어 날아 다녔다.
노랑코스모스(국화목 / 국화과)
밀화부리 암컷.
아직도 시끄럽게 짹짹거리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쇠딱따구리(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텃새)
몽촌호수 건너편 나무에 쇠딱따구리가 있었다.
그 아랫층엔 오색딱따구리도 있었음.
한 나무에 딱따구리 2종이 모여있는 신기한 광경.
요즘 새들에겐 자귀나무가 인기 있나 보다.
자귀나무에서 새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쇠솔딱새, 쇠솔새 등등)
오색딱따구리가 우리가 가는 길을 따라 날아 다님.
덕분에 오래도록 관찰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 나무를 이동.
잡고 있는 가지 앞쪽은 이미 쪼아대서 구멍이 있음.
열심히 나무를 쪼아댄다.

쇠박새(참새목 / 박새과, 텃새)를 끝으로 탐조 끝.
웨딩촬영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다니던 풍선 같은데... 하늘에 둥둥 떠다님.

소나기가 지난 후의 공원은 새들이 폭발적으로 활동하는 것처럼 엄청난 활력이 느껴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알차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