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질렀던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서 실제로 새가 보이기는 하는지 확인해 봤다.
T2Pro는 칩도 작고 렌즈도 작아서 원거리 대상은 힘들겠지만 작은 칩 때문에 화각이 좁아서 망원 느낌이 난다.
철원에서 저녁 먹고 어슬렁 거리며 잠깐 테스트를 해 봤는데, 해가 지고 있어서 살짝 어둑한 상태에서 소나무 사이로 쏙 날아 들어간 참새. 아무리 찾아도 보이 지를 않았는데 열화상 카메라로 보면 이런 느낌이다.
생각보다 열라 잘 보임. 침엽수여서 더 잘 보이는 거겠지만 나무 안에서 꼼지락 거리는 참새의 움직임이 다 보인다. (거리는 5m 정도) 활엽수는 잎이 넓어서 그 뒤에 숨으면 가려서 잘 안 보일 수 있을 듯.
열이란 건 원적외선의 방출을 의미하고, 이 원적외선을 보여주는 장비가 열화상 카메라다. 원적외선도 빛의 일종이라 물체를 투과하지는 못 함. 영화에서 벽 뒤에 있는 사람들의 위치를 체열로 확인하는 건 대표적인 구라임.
이번엔 조금 떨어진 관목 사이에서 짹짹거리고 있는 참새들의 소리를 듣고 카메라로 비춰봤더니...
관목 안쪽에서 3~4개의 물체가 보였다. 거리는 15m 정도. 내 눈에는 안 보이는 녀석들이었다. 낮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밤에는 확실히 효과가 있어 보인다.
또 다른 영상. 아직 해가 있을 때였지만, 조금 떨어진 곳의 나무에 있는 박새를 잘 감지하고 날아오는 모습도 잘 보였다. 휴대폰 카메라와 동시 촬영 기능으로 촬영. (화각이 휴대폰 카메라 보다 좁아 확대되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해가 완전히 진 후 다시 학저수지를 찾았는데, 저수지는 깜깜해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거리가 40m 이상이라 열화상 카메라로도 선명하게 새를 보여주진 못했지만 거리를 감안하면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고, 새의 형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맨눈으로는 아예 안 보임...
낮에는 얼마나 쓸만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야간에는 충분히 쓸 수 있을 거 같다. 작은 새도 잘 감지를 했고 날아다니는 새들도 잘 보였다. 야간에 소쩍새나 올빼미라도 한 번 찾는다면 본전 이상이다.
40만 원대에 이 정도면 아주 훌륭. 가끔 멈추거나 느려지는 문제가 있지만 금방 돌아온다. 유일한 단점은 휴대폰 화면으로 봐야 한다는 거. 사냥용 열화상 카메라처럼 뷰 파인더로 대상을 본다면 낮에도 잘 보이고 밤에도 밝기 조절이 자유로울 텐데, 휴대폰 화면을 사용하니까 낮에는 밖이 밝아서 잘 안 보이고 밤에는 화면에 눈이 부셔서 대상 확인이 어려웠다. 이건 사용하면서 적응해야 할 문제...
이제 야간 탐조를 떠나야 할 때다. 올빼미들 딱 기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