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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3월 30일] 포천 탐조 - 열화상 카메라 부상 당함...

by 두루별 2024. 4. 1.

주말이라 간단히 올림픽공원이나 다녀와서 쉴까 싶었는데, 열화상 카메라를 더 테스트해 보고 싶어서 쿨쿨 자는 아내를 깨워 간단히 점심을 먹고는 포천으로 출발~ 밤에 날이 맑으면 별도 볼 생각으로 망원경도 챙겨 나왔다.

주말이라 막히는 서울을 빠져나와 열심히 달려 포천에 도착해 보니 생태공원은 고요함. 새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때까치(참새목 / 때까치과, 텃새)는 만날 수 있었음
방울새(참새목 / 되새과, 텃새)도 무리를 지어 날아 다녔다
별늑대거미(거미목 / 늑대거미과)

바닥엔 지난주처럼 온통 거미들이 바글바글... 너무 빨라서 내 눈으로는 추적도 안된다. 아내가 몇 마리 찾아 줌.

얘도 별늑대거미인 거 같다. 거미 동정은 어려움...
꽃다지(풍접초목 / 십자화과)
딱새(참새목 / 딱새과, 텃새) 암컷

열화상 카메라를 열심히 테스트하다가 잠깐 아내에게 맡기고 새를 찾아다녔는데, 다시 촬영하려고 보니까 화면이 영 이상하다. 뭔가 줄이 죽죽 가 있고 하얗게 타 버린 곳이 있는 있는 게 아닌가. 

음?? 이게 뭐지?? 왜 갑자기 이런 패턴이 생긴 걸까... 영상에서도 선명하게 보임...

이때 갑자기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가 됐다... 아내가 카메라를 하늘로 향하고 들고 다니다가 카메라가 태양을 향했던 모양. 그래서 태양이 비친 부분에 줄이 생겼고 머물렀던 곳은 하얗게 타버린... 

카메라 사 왔더니 금붕어도 찍어주자고 어항에 푹 담가버렸던 아들놈도 있는데, 상할세라 공손히 손위에 올려서 들고 다닌 아내를 탓할 수는 없는 일... 내 잘못이다. 렌즈 커버를 닫고 줬어야 했다. 어흑...

그래도 뭐 아예 못쓸 정도는 아니다. 마음을 열고 보면 저 지렁이들이 보이지 않음. 진짜임...

포천에는 새가 너무 없어서 별 보러 가는 길에 소이산 주변에서 잠깐 새를 찾아보기로 하고 철원으로 이동. 아내는 자신이 실수해서 열화상 카메라가 상했다고 울상이다. 얼른 다시 사라고 했지만 쓰면 얼마나 쓴다고... 됐다고 다독여 줬다...

헐... 벌써 제비(참새목 / 제비과, 여름철새)가 날아 다님.
백할미새(참새목 / 할미새과, 겨울철새)
노랑할미새(참새목 / 할미새과, 여름철새)도 벌써 보인다. 원래 이쯤 오나??

그렇게 할미새들을 보고 있는데 건너편 하늘에 맹금들이 난리가 났다. 뭐지 싶어서 유심히 보니까 잿빛개구리매 두 마리가 말똥가리를 열라 패고 있었음. 천수만에서도 그러더니... 잿빛개구리매 생각보다 쎔.

얻어 맞고 도망가는 말똥가리(수리목 / 매과, 겨울철새)
당당한 잿빛개구리매(매목 / 수리과, 겨울철새)
둘이 열심히 패더니 말똥가리가 도망가자 갑자기 땅으로 쏜살같이 내리 꽂음.
순간 매를 잘 못 봤나 눈을 의심했다.
촬영한 사진을 확인하고 잿빛개구리매가 맞다는 걸 알게 됨.
어찌나 빠른지 순식간에 땅으로 사라졌다.
오랜만에 만나는 농장 멍멍이. 반갑다고 덥썩 손을 두 발로 잡고 안 놔줌.
땅으로 표로롱 내려가더니 오동통한 애벌레를 찾은 딱새(참새목 / 딱새과, 텃새)
근처 나무로 올라 가더니...
냅다 패대기!! 불쌍한 애벌레...

소이산에서는 청딱따구리, 박새, 할미새 소리가 여럿 들렸지만 열화상 카메라 부상(負傷)으로 아내가 시무룩해 있어서 영 내키지 않아 별 보는 것도 포기하고 저녁 먹고 그냥 돌아왔다. 아깝지만 할 수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