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라 간단히 올림픽공원이나 다녀와서 쉴까 싶었는데, 열화상 카메라를 더 테스트해 보고 싶어서 쿨쿨 자는 아내를 깨워 간단히 점심을 먹고는 포천으로 출발~ 밤에 날이 맑으면 별도 볼 생각으로 망원경도 챙겨 나왔다.
주말이라 막히는 서울을 빠져나와 열심히 달려 포천에 도착해 보니 생태공원은 고요함. 새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바닥엔 지난주처럼 온통 거미들이 바글바글... 너무 빨라서 내 눈으로는 추적도 안된다. 아내가 몇 마리 찾아 줌.
열화상 카메라를 열심히 테스트하다가 잠깐 아내에게 맡기고 새를 찾아다녔는데, 다시 촬영하려고 보니까 화면이 영 이상하다. 뭔가 줄이 죽죽 가 있고 하얗게 타 버린 곳이 있는 있는 게 아닌가.
음?? 이게 뭐지?? 왜 갑자기 이런 패턴이 생긴 걸까... 영상에서도 선명하게 보임...
이때 갑자기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가 됐다... 아내가 카메라를 하늘로 향하고 들고 다니다가 카메라가 태양을 향했던 모양. 그래서 태양이 비친 부분에 줄이 생겼고 머물렀던 곳은 하얗게 타버린...
카메라 사 왔더니 금붕어도 찍어주자고 어항에 푹 담가버렸던 아들놈도 있는데, 상할세라 공손히 손위에 올려서 들고 다닌 아내를 탓할 수는 없는 일... 내 잘못이다. 렌즈 커버를 닫고 줬어야 했다. 어흑...
그래도 뭐 아예 못쓸 정도는 아니다. 마음을 열고 보면 저 지렁이들이 보이지 않음. 진짜임...
포천에는 새가 너무 없어서 별 보러 가는 길에 소이산 주변에서 잠깐 새를 찾아보기로 하고 철원으로 이동. 아내는 자신이 실수해서 열화상 카메라가 상했다고 울상이다. 얼른 다시 사라고 했지만 쓰면 얼마나 쓴다고... 됐다고 다독여 줬다...
그렇게 할미새들을 보고 있는데 건너편 하늘에 맹금들이 난리가 났다. 뭐지 싶어서 유심히 보니까 잿빛개구리매 두 마리가 말똥가리를 열라 패고 있었음. 천수만에서도 그러더니... 잿빛개구리매 생각보다 쎔.
소이산에서는 청딱따구리, 박새, 할미새 소리가 여럿 들렸지만 열화상 카메라 부상(負傷)으로 아내가 시무룩해 있어서 영 내키지 않아 별 보는 것도 포기하고 저녁 먹고 그냥 돌아왔다. 아깝지만 할 수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