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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여행

[2009년 12월 21일] 대만 타이베이 출장

by 두루별 2010. 8. 11.

몇 개월의 고된 준비 끝에 드디어 대만에서 첫 클로즈베타를 하는 날이 다가왔다. 설치 및 테스트 그리고 리허설은 모두 끝낸 상태.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문제점과 회의를 위해 클로즈베타 오픈 출장을 떠나게 되었다. 

CBT에 사용할 최종 데이터가 출장 당일 새벽까지도 완성이 되지 않았다. 완전히 밤을 새우고 출장을 가기는 힘들듯 하여 나는 먼저 집으로 가서 두어 시간 눈을 붙이기로 했다. 그 사이에 최종본을 DVD로 구워서 직원들이 집으로 가져왔고 나는 그 DVD를 들고는 공항으로 출발했다.

이때 일정은 21일에 도착해서 크리스마스이브에 돌아오는 일정이었는데 뜻하지 않는 복병을 만나게 되면서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출장이 끝날 때까지 속을 썩이게 된다. 

여권의 유효기간이 2010년 6월 말. 아직 6개월 정도가 남아있어서 이번 출장 이후에 재발급을 받을 생각이었다. 인천 공항에 도착해서 발권을 하는데 항공사 여직원이 유효기간이 부족해서 입국이 안될 수 있다며 나는 발권을 해주지 않았다. 걔한테 욕해봐야 해결될 일이 아닌지라... 우선 기획팀장만 보냈다. 가서 먼저 일처리 하고 있어라. 나는 임시여권 발급받아서 갈 테니. 눈물을 머금고 기획팀장은 혼자 비행기에 오른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외교통상부 공항 출장소는 문을 열지 않았다. 일전 중국 출장 때 기획팀장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고 그때 임시여권 발급을 위해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느라 애썼던 기억이 있다. 그때 그 인간은 여권을 세탁기로 빨았었다. 암튼 그 경험으로 필요한 서류가 뭔지는 알고 있었기에 천천히 공항 내 인터넷 카페에서 필요한 서류를 인쇄했다.

외교통상부가 문을 열자마자 사유서를 작성하고 사진도 찍고 해서 서류 접수는 완료된 상태였고 생각 외로 굉장히 친절하게 일처리를 해 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

항공권은 아시아나로 변경해서 다시 발급했고 24일 돌아오는 비행기가 좌석이 없어서 25일에 귀국하도록 일정을 변경했다. 물론 내가 25일로 변경됐으니 같이 가는 기획팀장도 25일 항공기로 바꿔야 할 거다... 

그렇게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건만 비행기를 탄 건 2시가 다 돼서였고 드디어 대만을 향해 출발하게 된다.

얼마 전에 왔던 눈의 영향으로 전국이 하얗게 눈으로 뒤덮였다.

산도 눈으로 하얗고...

하얀 구름과 뒤섞여 땅인지 하늘인지 구분이 안된다.

마을도 산도, 강도 온통 하얀 세상.

혼자 타고 가는 비행기지만 워낙 익숙한 터라 별로 불편하지도 않았다. 한두 번 타는 비행기도 아니고 그 먼 유럽과 캐나다도 몇 번을 다녀왔지만 그때마다 늘 혼자 다녔었다. 별로 불편할 건 없는..

도착해 보니 마중 나온 대만 운전기사가 나를 반겨준다. 담배 한 대 피우고 있겠다 했더니 차를 가지고 나를 찾아온단다.(물론 손짓 발짓으로...) 터미널을 나와 담배 한 대 물고는 긴긴 하루를 되짚어 본다. 

지난번에 왔던 길이라 길은 눈에 익는다. 기사한테 호텔로 가지 말고 회사로 바로 가자고 했다. 회사에 가니 소식을 들은 직원들이 나와 안부를 묻는다. 그래 힘들었다. 아침부터 ㅠㅠ

회의실에 자리를 폈다. 이곳에서 CBT기간 내내 밤샘을 할지도 모르는 공간이다. 음료와 간식을 수북하게 준비해 놨다. 의자에는 한국에서 입고 간 겨울 파카를 벗어놓았다. 

대만 타이베이의 12월 날씨는 영상 18~24도 정도. 한국의 봄 날씨다. 일교차가 있지만 낮에는 긴팔셔츠 하나만 입고 다녀도 될 정도고 밤에는 12도 정도로 조금 쌀쌀하니 후드티 하나 정도면 그다지 춥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날씨였다. 

힘들게 도착한 사무실. 먼저 도착한 기획팀장이 반갑게 맞아준다.ㅋ 

첫날도 준비할게 많아 10시가 넘어 호텔로 오게 되었다. 혼자 자는데 방은 넓기만 하다.

창밖으로 내다보니 전철역이 하나 보인다. 

호텔 주위 야경은 생각보다 어두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여긴 타이베이의 변두리였다.

다음날 아침. 밝을 때 다시 내다본 창밖 풍경. 어제의 그 전철역이 보인다. 새로 지었나 보다 깨끗하다. 그리고 조그만 전철이 다니는 걸로 봐서는 무인전철일 듯싶다.

호텔 옆 아파트의 공원이 보인다. 열대 나무를 심어놔서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회사에서 유일하게 흡연을 할 수 있는 장소. 건물 외부에 조그마한 흡연 장소가 있다. 

회사 주위 풍경을 둘러보면 이곳이 서울 구로 디지털단지인지 대만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흡사하다. 되레 마음은 편하다. 

구로라고 보여줘도 믿을 정도로 비슷한 풍경들...

점심은 대만 사람들이 주로 먹는다는 샤부샤부를 먹기로 했다. 여러 종류의 샤부샤부를 1인분으로  조그맣게 해서 끓여준다. 굉장히 많이 먹는 거의 주식 같은 분위기다. 밥 한 공기에 우리 돈으로 300원. 정말 싸다. 그렇다 대만은 물가가 싸다. 우리가 비싼 걸 지도... 맛은 머 그냥 샤부샤부였지만 밥에 올려주는 짭조름한 고기는 정말 맛있었다. 중국 문화권은 음식이 다 맛있다...

간식으로 준 어포. 머랄까... 별맛 없다.... 모양에 비해 정말 아무 맛이 없었다..

대만은 커피가 굉장히 종류가 많았다. 맛은 비슷비슷했지만... 일본이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의 커피가 제일 맛이 없긴 하다. 우리가 좀 연하게 먹는 나라이기도하고..  

회의실 창문으로 내다봤더니 역시나 타이베이 101 타워가 보인다. 타이베이에서 정말 어디서도 볼 수 있는 듯..

회사 주위는 변두리라 느낌이 변스럽다. 낡은 건물들 그리고 수많은 스쿠터들... 정말 스쿠터 많이 타고 다닌다. 

온도는 섭씨 20도가 넘는데 춥다고 얘들은 모조리 목도리에 파카를 입고 다닌다. 

한국과 정말 비슷한 풍경이다. 일본하고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고 한국과 매우 비슷한 느낌이다.

물도 컵에 포장된 생수다. 먹을 거는 끊이지 않고 가져다준다. 미안할 정도로 잘해준다.

오후쯤에 간식으로 닭을 사다 줬다. 대만에서 인기 있다고 하는데 빨간색 포장의 매운맛과 파란색 포장의 보통맛 두 가지라고 했다. 

크기는 닭 반마리로 양이 많다. 한 입 베어 물어보니 오오!! 이거 정말 맛있다!

이거 한국에서 체인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다. 가격도 싸다고 한다.

파란색의 보통맛.

회사 근처의 식당들은 8시면 문을 닫는단다. 늦게까지 안 하나 보다. 그래서 늘 같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 문을 연 곳이 이곳이 유일해서 ㅋ 

간장에 조린 오징어와 곱창이 특히 맛있었다. 

밤거리 풍경. 간판 떼면 서울이래도 믿을 거다. 

다음날은 택시를 타지 않고 전철을 타고 회사에 가보기로 했다. 전철 노선이 깔끔하다. 노선이 별로 없어서 헷갈릴 일도 없다. 공공요금도 역시 저렴했다. 

전철표는 요렇게 생긴 게 나온다. 동전처럼...

동전 투입구처럼 생긴 곳에 표를 넣으면 된다. 

전철역은 꽤 작고 아담했다. 전철이 작을 거란 암시처럼...

대합실은 한산하다. 확실히 변두리임이 틀림없다. 

전철은 무인 전철이었고 고무바퀴로 다니는 경량전철이었다. 운전사가 없어서 3칸밖에 안되지만 맨 앞칸에 앉으면 정면을 다 볼 수 있었다.

전철역에 내려서 회사를 향해 걸어가는 길의 5 거리 풍경. 좌측에 삥랑 파는 가게도 보인다. 

우리 협력사가 입주해 있는 소프트웨어산업단지 정문.

점심으로는 또 샤부샤부. 이번엔 라면사리를 넣어봤다. 라면사리 이름은 "왕자면". 프린스 누들이라는데 면에 양념이 배어있어서 수프를 넣을 필요가 없단다. 면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꽤 맛있었다.

출장의 동반자 레드불. 카페인 섭취를 해줘야 정신이 번쩍 들어 일을 더 잘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좀 팔지...

무사히 클로즈베타를 마쳤다. 자잘한 문제들이 발생해서 크리스마스이브를 완전히 새고 크리스마스에 모든 일이 마무리가 되었다. 힘든 출장이 드디어 마무리되는 순간...

호텔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며 주변 경관을 둘러봤다. 역시 열대지역인가 보다...

타이베이 공항은 쪼그맣다. 아주 작아서 식당도 몇 곳 없다. 그중 한 곳 일본 라면을 파는 곳이 있어서 간단히 먹기로 했다. 맛은 머 당연히 없었다... 라면은 일본 중앙구의 오래된 라면집에서 먹었던 게 최고인 듯...

간판은 그럴듯한데 맛은 영... 중국 베이징 공항에 있는 한국의 CJ에서 운영하는 "하늘채"라는 한식집이 있다. 그곳의 한국 라면맛이 아주 일품인데 이곳은 먹을 데가 없다.

공항 전경이다. 정말 작다. 하지만 안에 있는 면세점에는 중국 공항의 썰렁하고 살 것도 없는 면세점에 비해 웬만한 업체는 다 입점한 듯 둘러볼 곳이 많았다.

드디어 이륙!! 집으로 가는 거다.

언제나처럼 구름의 바다를 날아서 간다. 크리스마스에 고국을 향해 가는 길...

구름 위를 날아가는 중에 점점 어둑어둑해진다. 서쪽으로 달려가니 밤이 마구 달려오는 기분...

금세 황혼이 진다. 아직도 구름의 바다 위를 날고 있다.

힘든 출장을 모두 마치고 드디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마지막으로 게이트에 도착하면서 한 컷. 힘든 출장 후 휴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