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신나는 매크로 생활. 라오와 90mm 매크로렌즈를 들고 올림픽공원으로 식물과 곤충을 찾으러 다녀왔다.
올림픽공원의 식물은 꽤 봤다고 생각했는데도 올 때마다 새로운 녀석들이 마구 나온다. 아직 완전 초보지만 점점 잎과 줄기의 특징이 보이기 시작. 다 같은 종류로 생각했던 녀석들이 구분되어 보이니까 종이 늘어나는 거 같다.
식물도 꽤 재밌다는 걸 알게 됐는데 곤충도 알면 알수록 매력이 있다. 요즘처럼 새들이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버려서 눈에 잘 안 보이는 시기엔 식물과 곤충이 좋은 친구가 되는 거 같다. 역시 뭐든 다 해 버리는 게...
바닥에 붙어 있는 대상을 촬영하는 건 너무 힘들다. 허리도 아파 죽겠는데 쪼그리고 앉아서 등을 완전히 말고 뷰 파인더에 눈을 대고는 대상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이게 보통일이 아니다. 자세가 불편하면 흔들림이 늘기 마련인데 앞뒤로도 움직이게 되니까 확대율을 올리는 건 쉽지 않음.
나비나 잠자리처럼 거리를 잘 주지 않는 곤충들은 500mm로 촬영하는 게 더 편할 거 같다. 이걸 90mm로 촬영하려다 보니 조금만 다가가면 날아가 버려서 촬영이 쉽지 않았다.
잠깐 벤치에 앉아서 쉴 생각으로 가방을 벗으려는 데 머리에 온통 거미줄이 붙어 있었다. 오다가 거미줄을 건드리고 온 거라고 생각하고 가방을 벗어 내려놓은 순간 이 거미줄의 주인이 내 가방에 무임 승차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곤충을 보기 시작하면서 파리의 동정이 정말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국내엔 사진 자료도 많지 않고 다른 곤충들에 비해 동정에 대한 자료도 거의 없어서 해외 자료나 사진을 보면서 최대한 비슷한 걸 골라서 찾다 보니 동정이 틀리는 경우가 많다. 일본만큼만 블로그의 자료가 많이 있다면 좋을 듯...
하루종일 라오와 90mm 수동렌즈로 촬영을 하고 다녔다. 라오와의 렌즈는 색감이 참 따스하니 마음에 든다. 캐논의 푸르딩딩 보다는 약간 노란 계열의 느낌. 수동에서 오는 한계도 분명 있지만 아주 마음에 드는 렌즈다.
새는 촬영을 해도 공원에서 하루에 종수가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지만 곤충과 식물을 촬영하니까 엄청난 양이 촬영됐다. 이걸 정리하는 것도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당분간은 자료에 치일 예정... 그래도 같은 식물은 좀 촬영을 피해야 하지 않을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