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꼬마물떼새를 보러 중랑천을 다녀왔다. 겨울에 흰목물떼새와 호사비오리를 본 이후 처음. 지금은 풀이 엄청 자라서 겨울과는 딴 세상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장비를 챙겨서 꼬마물떼새가 좋아할 만한 장소를 찾아다니려는데 비가 똭!
언제나 처럼 오늘도 기상청이 배신 때림. 어떻게 중랑천은 올 때마다 비나 눈이 오는 건지...
어이없어하고 있는데 청둥오리와 어린 새끼들이 줄지어 지나갔다.
모래톱에 있을 거 같았는데 정말 딱 발견! 작고 거리가 좀 있어서 맨눈으로 찾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쌍안경으로 한 번 찾고 나면 눈으로 잘 보여서 다행인데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발이 안 보이게 또로로로 달려다님.
노원구 쪽에서는 중랑천 주변 산책로를 만들고 있었는데, 자칫 흰목물떼새와 꼬마물떼새의 서식지인 모래톱이 사라질까 걱정됐다. 이미 노원교 주변은 흙을 엄청나게 쌓아 버리는 바람에 호사비오리가 쉬던 모래톱은 사라진 상태...
산책로도 중요하지만 서식지를 파괴하지 않고 만들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자연과 공생할 수 있게 조금만 더 신경 써 주길 기원해 본다.
이 작은 모래톱에서 꼬마물떼새와 귀한 흰목물떼새가 함께 육추를 하고 있다니... 70~80년대 중랑천은 시커멓게 썩은 물이 흐르던 곳이었다. 온갖 쓰레기가 떠 다니던 이곳을 친구들과 뛰어다니던 게 생각남. 그런 곳이 이렇게 생태계가 복원되었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귀중한 서식지가 잘 보존되기를...
미립자 팁. 흰목물떼새와 꼬마물떼새는 얼마나 다를까?
같은 듯 다른 꼬마와 흰목물떼새. 간단히 구별하는 법은 눈테가 선명하게 노란색이면 꼬마물떼새. 그리고 목도리가 굵고 선명한 검은색이 꼬마물떼새. 색도 꼬마물떼새가 좀 더 진하고 부리는 꼬마물떼새가 짧다. 하지만 둘이 나란히 있지 않으면 색이나 부리는 구분하기 힘듦. 크기도 꼬마물떼새가 살짝 작지만 여름엔 그냥 노란 눈테가 선명하면 꼬마물떼새로 보면 됨. 그럼 겨울엔? 꼬마물떼새는 여름철새라 겨울엔 없으니까 겨울에 보이면 걘 희귀한 텃새인 흰목물떼새다.
거리가 좀 있기는 했지만 육추 중인데 오래 지켜보면 부담스러울 거 같아서 잠깐만 지켜보고 바로 돌아 나왔다. 새끼도 한 마리씩만 키우고 있었는데 다른 새들처럼 많이 좀 낳지... 혼자 비 맞으며 안타까워함.
중랑천 산책로 주변은 완전 노다지였다. 식물도 종류가 어찌나 많은지 일일이 다 기록하기도 힘들다. 한 번으론 안 되겠고 몇 번은 다시 와야 다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 야생화가 많이 있는데도 지금껏 몰랐다는 게 한심스러움...
꼬마물떼새도 보고 귀한 흰목물떼새도 보고. 거기다 새끼들 까지... 완전 대박인 하루였다. 육추 잘해서 내년에도 또 번식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나저나 이렇게 야생화와 풀이 많은 줄 알았으면 진작에 오는 건데... 조만간 또 방문할 예정.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