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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7일] 중랑천 - 꼬마물떼새와 흰목물떼새

by 두루별 2024. 5. 13.

오랜만에 꼬마물떼새를 보러 중랑천을 다녀왔다. 겨울에 흰목물떼새와 호사비오리를 본 이후 처음. 지금은 풀이 엄청 자라서 겨울과는 딴 세상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장비를 챙겨서 꼬마물떼새가 좋아할 만한 장소를 찾아다니려는데 비가 똭!

오늘 비 안 온다며...

언제나 처럼 오늘도 기상청이 배신 때림. 어떻게 중랑천은 올 때마다 비나 눈이 오는 건지...
어이없어하고 있는데 청둥오리와 어린 새끼들이 줄지어 지나갔다.

살짝 자란 느낌의 청둥오리 새끼.
청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저 부리 좀 만져 봤으면 좋겠네...
육추중인 참새(참새목 / 참새과)
올림픽공원엔 없는 수레국화(국화목 / 국화과)가 중랑천엔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뽀리뱅이랑 헷갈리는 고들빼기(국화목 / 국화과)
왜가리(황새목 / 백로과)
개양귀비(양귀비목 / 양귀비과)
깝작도요(도요목 / 도요과)
모래랑 색이 비슷해서 보였다 안 보였다...
이곳저곳에 수레국화가 밭을 이루고 있었다.
금계국(국화목 / 국화과)
흰뺨검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없는 거 아녀?라고 슬슬 의심이 들기 시작할 무렵 모래 위를 빠르게 움직이는 녀석 발견!
노란 눈 테가 선명한 꼬마물떼새(도요목 / 물떼새)였다!
정말 흰목물떼새랑 똑 닮았다...
저 작은 녀석이 엄청 빠름. 또로로로로로~

모래톱에 있을 거 같았는데 정말 딱 발견! 작고 거리가 좀 있어서 맨눈으로 찾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쌍안경으로 한 번 찾고 나면 눈으로 잘 보여서 다행인데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발이 안 보이게 또로로로 달려다님.

하지만 100m도 안 떨어진 하류에선 공사가 한창이었다... 곧 이곳 서식지도 사라질 위기...

노원구 쪽에서는 중랑천 주변 산책로를 만들고 있었는데, 자칫 흰목물떼새와 꼬마물떼새의 서식지인 모래톱이 사라질까 걱정됐다. 이미 노원교 주변은 흙을 엄청나게 쌓아 버리는 바람에 호사비오리가 쉬던 모래톱은 사라진 상태...

중랑천 건너편은 공사가 한창인데 하류를 보면 흙이 엄청나게 쌓여있는 걸 알 수 있다.

산책로도 중요하지만 서식지를 파괴하지 않고 만들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자연과 공생할 수 있게 조금만 더 신경 써 주길 기원해 본다.

한 마리가 아니고 여러 마리가 있었는데 대충 5마리는 되어 보임.
앗!! 새끼를 데리고 있는 꼬마물떼새도 있었다! 새끼 졸귀!!
어미가 부르자 품으로 파고드는 게 너무 귀엽다.
내가 있는 건너편으로 날아 온 녀석.
5m도 안 떨어진 거리... 숨죽이고 지켜봤다...
풀숲 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잡초들 사이에서 놀고있는 새끼.
땅에서 지렁이를 열심히 당기고 있었다.
놀다가도 어미가 부르면 쪼르르 달려감.
한 번에 가는 건 아니고 한참을 불러야 가는 걸 보면 한창 말 안 들을 나인가 보다.
새끼는 깃털색이 모래랑 같아서 멀리서는 정말 구분이 안됐다.
붉은토끼풀(콩목 / 콩과)
작은 모래톱엔 원앙(기러기목 / 오리과)도 있었다.
이번엔 흰목물떼새(도요목 / 물떼새과) 발견!!
흰목물떼새도 육추중이었다. (화살표)
새끼를 품으로 부르는 건 꼬마물떼새랑 똑 같았다.

이 작은 모래톱에서 꼬마물떼새와 귀한 흰목물떼새가 함께 육추를 하고 있다니... 70~80년대 중랑천은 시커멓게 썩은 물이 흐르던 곳이었다. 온갖 쓰레기가 떠 다니던 이곳을 친구들과 뛰어다니던 게 생각남. 그런 곳이 이렇게 생태계가 복원되었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귀중한 서식지가 잘 보존되기를...

미립자 팁. 흰목물떼새와 꼬마물떼새는 얼마나 다를까?

같은 듯 다른 꼬마와 흰목물떼새. 간단히 구별하는 법은 눈테가 선명하게 노란색이면 꼬마물떼새. 그리고 목도리가 굵고 선명한 검은색이 꼬마물떼새. 색도 꼬마물떼새가 좀 더 진하고 부리는 꼬마물떼새가 짧다. 하지만 둘이 나란히 있지 않으면 색이나 부리는 구분하기 힘듦. 크기도 꼬마물떼새가 살짝 작지만 여름엔 그냥 노란 눈테가 선명하면 꼬마물떼새로 보면 됨. 그럼 겨울엔? 꼬마물떼새는 여름철새라 겨울엔 없으니까 겨울에 보이면 걘 희귀한 텃새인 흰목물떼새다.

거리가 좀 있기는 했지만 육추 중인데 오래 지켜보면 부담스러울 거 같아서 잠깐만 지켜보고 바로 돌아 나왔다. 새끼도 한 마리씩만 키우고 있었는데 다른 새들처럼 많이 좀 낳지... 혼자 비 맞으며 안타까워함.

붓꽃(백합목 / 붓꽃과)
나무딸기(장미목 / 장미과)
오리나무잎벌레(딱정벌레목 / 잎벌레과)
등검정쌍살벌(벌목 / 말벌과)
멍석딸기(장미목 / 장미과)

중랑천 산책로 주변은 완전 노다지였다. 식물도 종류가 어찌나 많은지 일일이 다 기록하기도 힘들다. 한 번으론 안 되겠고 몇 번은 다시 와야 다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 야생화가 많이 있는데도 지금껏 몰랐다는 게 한심스러움...

그 와중에 황조롱이(매목 / 매과)가 한심하게 바라봄.
잠깐만... 물떼새 새끼들은 좀 봐주면 안 되겠니??
데이지(국화목 / 국화과)
열심히 사냥중인 왜가리를 끝으로 중랑천 탐방 끝.

꼬마물떼새도 보고 귀한 흰목물떼새도 보고. 거기다 새끼들 까지... 완전 대박인 하루였다. 육추 잘해서 내년에도 또 번식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나저나 이렇게 야생화와 풀이 많은 줄 알았으면 진작에 오는 건데... 조만간 또 방문할 예정.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