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날씨가 역대급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일이 있어서 나가지 못했다. 오늘은 어제랑 비교하면 맑기는 하지만 청명하지 않은 날씨. 그래도 며칠 전에 온 비의 영향으로 올림픽공원의 바짝 말라가던 흙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요즘은 날씨가 아주 맑아도 숲에 들어가면 어두컴컴하다. 나뭇잎이 볕을 가려서 그늘을 만들어 시원하긴 한데 사진 찍기는 더 힘들어졌다. 2배 텔레컨버터를 사용해서 F5.6인 렌즈는 셔터를 느리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형태를 알아볼 수가 없을 지경이라 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새들을 촬영하려면 아주 고역. 텔레컨버터 빼고 그냥 F2.8로 촬영하고 싶은 욕구가 불쑥불쑥 드는 요즘이다.
어떤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새들도 일부는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고 한다. 대게 지능이 높은 종의 새들이 그렇다고 하는데 박새도 나무껍질을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놀 줄은 생각 못했다. 재밌는 광경을 볼 수 있어서 시작부터 기분이 좋다.
동고비를 보려고 나무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데 머리로 뭔가 툭 떨어졌다. 나뭇잎 아니면 벌레 둘 중 하나다.
예전엔 바로 머리를 털었는데 요즘은 벌레일 수도 있으니 가만 둔다. 그럼 지가 알아서 내려옴.
꾀꼬리 노랫소리를 들으며 잠시 휴식. 벤치에 앉아서 간식을 먹고 있는데 까치 몇 놈이 주위에 몰려들었다. 어찌나 뚫어져라 쳐다보는지 민망해서 간식을 조금 나눠줬더니 냅다 물고 날아갔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다시 와서는 또 뚫어져라 쳐다 봄... 옛다... 남은 간식을 던져줬더니 또 냅다 물고 날아감. 이번엔 나도 얼른 따라가 봤는데...
숲에만 들어가면 ISO가 팍팍 올라가니까 자꾸 신경 쓰인다. 셔터를 낮추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다음에 탐조를 나오면 300mm F2.8로 촬영을 해 봐야겠다. 얼마나 밝아 지는지 확인해 보고 싶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