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수동 렌즈인 라오와 90mm F2.8 매크로렌즈를 들고 나왔다.
수동이라 불편하지만 높은 콘트라스트와 진득한 색감은 가끔 생각나게 함.
내일 좀 멀리 갈 계획이라 오늘은 올림픽공원의 몽촌호 주변만 둘러볼 생각이다.
바로 이런 느낌 때문에 라오와(Laowa) 수동렌즈를 놓지 못하는 듯. 자동으로도 가능하지만 이상하게 자동으로 촬영을 하면 한 대상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고 초점 표시가 뜨면 촬영하고 끝. 하지만 수동은 초점 위치도 내가 결정해야 하고 초점도 내가 맞춰야 하니까 한 대상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별 차이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초점이 맞아 있는 수동 렌즈 사진이 더 마음에 드는 거 같음.
파리만 동정이 어려운 게 아니라 곤충은 다 어려움...
현장에서 언뜻 볼 땐 다 같은 종 같지만 촬영된 사진을 검토해 보면 조금씩 다른 모습이 보인다.
그 작은 차이 때문에 실잠자리도 종이 달라진다. 아우 어렵다...
밀잠자리와 밀잠자리붙이. 얘네가 섞여 있으면 아주 헷갈림. 다음엔 이 두 종을 구별하는 법을 써봐야겠다.
처음 보는 녀석을 만났는데 날개가 노란 밀잠자리붙이였다. 너무 신기했지만 잠깐만 보여주고 날아가 버림. 다행히 사진은 담을 수 있었는데, 밀잠자리붙이의 날개가 왜 저런 모양인지 궁금했는데 찾아보니 밀잠자리붙이와 날개띠좀잠자리의 교배로 태어난 녀석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잡종인데 흔하지 않은 모양. 구분은 그냥 밀잠자리붙이의 이색형(異色形)이라고 하는 듯.
그런데 속(屬, genus)이 다른 두 잠자리가 어떻게 교배를 했다는 거지? 예를들어 노새는 말과 당나귀의 교배로 태어나지만 말과 당나귀는 둘 다 말속(Equus)에 속하는 동물이라 교배가 가능하다. 그런데 속이 다른데 교배를 한다고?? 나의 짧은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
몽촌호만 둘러봤는데도 많은 잠자리와 거미 그리고 파리 종류를 볼 수 있었다. 일부러 촬영하지 않은 녀석들도 많고 소개하지 않은 종이 많은데도 이 정도... 더 다양한 곤충을 보고 싶은데 도심 속 공원에서는 이 정도가 한계일까?
수동 렌즈는 역시 사용이 쉽지 않다. 초점을 유지하기가 힘드니까 촬영이 피곤함. 그래도 결과물을 보면 또 사용하고 싶어지는 이상한 렌즈다. 그래도 당분간은 피해야 할 듯... 허리가 부러질 거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