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르던 물꿩을 보러 창원을 다녀왔다. 창원에서 멀지 않은 경주에도 들러서 호반새 육추도 보고 왔는데 하루에 모두 완주. 몸은 부서질 거 같지만 물꿩의 예쁜 모습을 보고 와서 기분은 아주 좋다.
일요일 새벽. 쿨쿨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워서 경주로 출발. 아침 8시 반에 경주의 옥산서원에 도착했다. 옥산서원은 처음이라 주차장 근처에서 새를 촬영하고 계시던 분들께 호반새의 위치를 물어봤더니 길을 따라가다 징검다리 건너면 바로라고 알려 주셨다. 잠을 못 잔 아내는 차에서 쉬게 하고 장비와 삼각대를 챙겨서 호반새 탐험을 시작!
징검다리를 건너서 계단을 오르자 벌써 사람들이 모여있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부터 많은 분들이 호반새 육추를 촬영하고 계셨는데 일단 고개 숙여 인사부터... 자리를 잡고 장비를 설치하고 있는데 호반새 소리가 들렸다!! 호로로로로로~
아침에 몇 번 먹이를 물어 왔는데 지금은 좀 뜸하다고 옆에 계신 분이 알려주셨다. 둥지 위치도 알려 주셨는데, 나무를 치료하고 발라둔 시멘트에 구멍을 뚫고 둥지를 만든 모습이었다. 근데 어떻게 뚫었지...
잠깐 얼굴 비추고 사라진 호반새를 기다리는 동안 주위를 둘러봤는데 조용한 시골 풍경이 너무 좋았다.
갑자기 후다닥 날아가는 후투티에 정신이 팔린 사이 어미 호반새가 먹이를 잡아서 날아왔다.
둥지에서 새끼에게 먹이를 전달하는 시간은 진짜 순식간이었다. 길어야 1초 정도. 내가 아쉬워하고 있자 옆에 계신 분이 둥지에 카메라를 맞춰 놓고 어미 새가 날기 시작하면 계속 셔터를 누르고 있으라고 조언해 주셨다. 다음엔 그렇게 해 봐야겠다. 근데 언제 또 먹이를 물어 올지 알 수가 없다... 기나긴 기다림의 시작...
그사이 차에 있던 아내가 물을 들고 찾아왔다. 날도 더운데 남편이 죽었나 확인하러 온 듯...
아내가 발견한 톱하늘소. 바퀴벌레인 줄 알고 밟아 버릴 뻔했다...
호반새도 천적 따위 개무시하는 듯... 응가를 둥지 밖으로 분수처럼 발사해 버렸다.
어미 새가 올 기미가 안 보여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좀 떨어진 나무에 앉아 있던 어미 새를 발견했다. 번갈아 사냥을 가고 남은 어미 새는 둥지를 지켜보는 모양이다.
시간은 벌써 오전 10시가 다 됐다. 무슨 시간이 그냥 순식간에 지나감. 창원으로 몇 시에 출발해야 할까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드디어 기다리던 어미 새가 사냥을 마치고 돌아왔다. 긴장되는 순간... 카메라는 둥지를 향해있다... 마지막 기회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블루투스 무선 리모컨은 딜레이가 있어서 전달하는 장면을 놓침... 그래도 둥지에 있는 사진은 건졌으니 됐다. 둥지에 새끼가 두 마리 있다는 것도 알게 됨. (그 이상일 수도...)
근데 무당개구리를 먹여도 되나 보다. 독 때문에 황소개구리도 안 먹는다는 무당개구리를 먹이로 주는 게 신기했다.
호반새 육추를 봤으니 이제는 창원으로 출발할 시간. 아쉬웠지만 내년을 기약하고 장비를 챙겨 주차장으로 향했다.
하도 꾀꼬리 소리가 시끄러워서 둘러봤다가 발견한 꾀꼬리 유조. 막 이소를 한 모양이다. 잠깐 정신이 팔렸지만 부지런히 짐을 정리하고 물꿩을 만나러 창원시의 주남저수지로 출발했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