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만 같은 잔뜩 흐린 날씨였다.
이런 날씨엔 집에 콕 박혀 있어야 하지만 어제도 기상청에 속아 집에서 보낸 게 억울해서 일단 올림픽공원으로!
오늘은 구라청이 실수로 날씨를 맞출 수도 있어서 비 맞아도 되는 장비로 챙겨 왔다. (EOS R5 + RF100500)
자연스럽게 새보다는 식물과 곤충을 촬영할 생각인데 언제나 그렇듯 계획만 그렇다는 거다. 그냥 보이는 대상 다 찍음.
몽촌호에 오니까 비가 오기 시작... 오후 늦게 비 온다더니 오후 되니까 비가 왔다...
민물가마우지도 나도 비를 맞으며 서로를 쳐다봄...
식물에 정신이 팔린 사이 비는 계속 오락가락... 굵어지는 빗방울 때문에 우산을 써야 했다.
비 오는 올림픽공원은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서 다른 공원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방문한 사람도 별로 없어서 나 혼자 우산 쓰고 돌아다녔는데 빗소리만 들리는 공원은 아주 좋았다.
까치다리 쪽으로 이동하려는데 성내천에 검은댕기해오라기가 웅크리고 있는 걸 발견!!
아주 예민한 녀석이라 눈만 마주치면 날아감. 일단 모른 척하고 지나쳤다. 그리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는 살금살금...
검은댕기해오라기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녀석이지만 아주 예민해서 가까이에서 촬영하기가 쉽지 않은 녀석이다. 올림픽공원에서도 몇 주 전부터 촬영하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
하지만 오늘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촬영할 수 있었는데 우산 덕분인 거 같다. 비 온 게 오히려 다행이랄까...
88 호수를 둘러보고 있는데 검은댕기해오라기가 내가 있는 근처로 날아왔다. (나이스!)
사냥하러 온 모양인데 사람 기척이 들리자 바로 날아가 버렸다. 정말 예민한 녀석...
비 오는 날 카메라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고어텍스 등산화를 신고 다녔지만 발끝이 촉촉... 방수가 안 되는 모양... 내다 버려야겠다...
우산을 들고 촬영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숲을 거니는 건 생각보다 좋았다. 비 오는 날 촬영도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됨. 끝.
총 47종 관찰(식물 29종, 새 9종, 곤충 9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