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마지막 선상탐조를 다녀옴.
작년 초겨울부터 기회가 되는 대로 선상탐조를 다녀왔는데, 보고 싶던 검둥오리도 보고 알락쇠오리도 봤으니까 개인적으론 나름 의미 있는 탐조였지만 유독 <흰부리아비>하고는 인연이 없었다.
다른 팀들은 다들 보셨더만 왜 나만... 뭔가 저주에 걸린 거 같음...
그래서 오늘도 목표는 흰부리아비. (스포: 못 만났...) 그래도 다양한 바다새들을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전국적으로 흐린 날이었는데, 유독 고성은 더 흐려 보였다. 마음도 흐림...




대진항으로 가는 도중 거진해변에 동동 떠 있던 뿔논병아리 무리를 보고 잠시 귀뿔논병아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대부분이 머리를 묻고 자고 있어서 귀뿔논병아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무리 뒤쪽에서 머리가 동그란 녀석 발견!

무리에서 귀뿔논병아리 3마리를 찾을 수 있었는데 더 있었을 수도...
근데... 귀뿔논병아리를 보려고 해수욕장으로 내려갔다가 올라오는데 모래가 무너지면서 벌러덩 넘어짐. 렌즈가 모래를 뒤집어쓰는 바람에 열심히 불어 냈는데... 이게 저주의 시작이었나 보다...

항구에 도착해서 나 먼저 낚싯배에 올랐는데, 오늘따라 배가 항구에서 좀 떨어져 있었다. 그 바람에 어린 친구와 여성 참가자분들이 넘어오기 힘든 상황이 발생. 평소 같았으면 선장님을 불렀을 텐데 오늘은 뭐에 씌었는지 내가 고정 밧줄을 잡고 배를 당겨줬다. 근데 이게 요령이 없다 보니 힘 조절에 실패하면서 로프 잡고 또 벌러덩... 이번엔 쿵~ 하고 넘어짐...
이러다 머리라도 다치면 끝이구나 싶었다. 밧줄을 당기다 순간의 실수로 나락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움...


정말 저주 때문일까... 바다에 새가 없다...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새라곤 갈매기와 쇠가마우지뿐...




우중충한 날씨에 바람은 어찌나 불던지 파도도 슬슬 높아지는데 새는 없고... 망했구나 싶을 무렵 다행히 '흰눈썹바다오리'를 만났다. 이 녀석이라도 만나서 다행이다...



최근엔 빠지지 않고 얼굴을 보여주는 검둥오리. 한때는 얘도 나와는 인연이 없었는데...



하도 새가 없으니까 괴롭힘을 당하는 검둥오리들... 못 찍은 사람들이 있었는지 검둥오리를 추격했다...


오늘 함께 선상탐조에 참가한 분들은 새만 보이면 모두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맨 뒤에 있던 나는 정면은 포기해야 했다. 새가 너무 없어서 어쩌다 나타난 새가 반가운 건 이해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가 좀 아쉬웠던...








바다에만 나가면 보이던 흰수염바다오리를 간신히 만났다. 오늘 못 보는 줄...









이번 선상탐조에서 그나마 가장 기억에 남는 녀석이 등장.




가까이에서 검둥오리사촌을 만나다니... 이 정도면 꽤 훌륭한 선상탐조였다고 생각함...






항구에 들어와서 배를 정박하고 있는데 뒤편에 귀뿔논병아리가 똭!!


아쉽지만 이 정도 거리에서 만난 것도 행운이다. 멀리 바다에 떠 있는 것만 봤으니까...









청간정에서 흑기러기를 끝으로 탐조도 끝.
이렇게 올해 겨울 마지막 선상탐조가 끝났다. 이번에도 흰부리아비는 보지 못했다. 나랑은 정말 인연이 아닌가 보다. 귀뿔논병아리랑 검둥오리사촌 수컷을 가까이에서 본 걸로 만족해야지...
이제 당분간 고성에 올일 없겠네... 갈매기 시즌도 끝나는 거 같아 살짝 서운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