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 4일 차.
아침부터 날씨가 아주 좋았다. 유후! 드디어 집에 갈 수 있다!!!
굴업도에서는 많은 종류의 새를 보지는 못했다. 대신 노랑배솔새사촌, 매사촌, 민댕기물떼새 등 귀한 새들을 볼 수 있었지만 같은 시기에 백령도에서 나온 새들을 보면 초라하긴 함. 뭔가 특별한 새를 기대하고 온 굴업도지만 다음에 다시 오라면... 글쎄... 생각 좀 해봐야겠다...
마지막 날이지만 해 뜨자마자 짐부터 싸 놓고 탐조 시작!
숙소 근처에 상주하던 때까치도 이젠 안녕이구나... 파랑새랑 싸우지 말고 잘 살아라...
떠나는 날까지 함께 해 준 솔새사촌도 안녕이다.
지비지비집~ 하고 우는 산솔새. 뭍에서도 이제 자주 만날 듯...
숲에서 머리 위에 내려앉았던 새호리기.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기는 처음...
언덕을 돌아다니다 바로 앞에서 푸드덕 날아 오른 녀석.
언뜻 맹금인 줄 알았는데 쏙독새였다.
아직 쏙독새를 못 본 분이 계셔서 날아간 곳을 돌아다니며 찾아봤지만 위장의 달인을 쉽게 찾는 건 불가능... 다들 포기하고 돌아서려는데 저 멀리 나무에 뭔가 앉아 있는 걸 발견!
오오! 쏙독새다!! 올해만 벌써 두 번째 만남. 올해 많이 지나가는 거 같다던 말이 맞나 보다.
뒤로 살금살금 돌아서 빛이 좋은 쪽으로 이동...
눈을 살짝 뜨고 경계하는 녀석. 좋은 거리에서 충분히 관찰했고 이대로 조심조심 물러 났으면 좋았는데... 굳이 가까이에서 찍겠다고 다가간 사람 때문에 날아가버렸다... 미안하다 쏙독아...
매번 느끼는 거지만 새를 좋아한다고 새를 보호하거나 존중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 진사 욕할 거 없다...
다리 다친 큰 기러기는 그래도 잘 지내고 있으니 다행...
섬 반대쪽 까지 야무지게 돌아보고 탐조 완료. 이제 배 타러 가야 함.
항구에서 배를 타려는데 굴업도를 방문하는 엄청난 인파를 목격...
며칠 동안 섬에는 주민들과 우리 밖에 없어서 아주 조용했는데 주말엔 사람들로 넘쳐나는 모양. 다들 백패킹하러 온 걸까?
인천으로 가는 배에서 본 회색머리아비를 끝으로 굴업도 탐조도 끝이 났다. 슴새를 기대했지만 슴새는 없었...
섬이 작아서 탐조하러 많이 돌아다니지 않아도 됐던 굴업도. 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새를 만나기도 어려웠던 곳. 그래도 추억이 많이 남은 곳으로 기억되는 섬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