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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관련/촬영기

2019년 크리스마스 이브의 촬영기

by 두루별 2019. 12. 27.

외부에서의 업무 약속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는 바람에 새벽에 구름이 몰려올 예보였지만 저녁도 거르고 바로 조경철 천문대로 출발했습니다.

이날은 촬영도 해야 하지만 테스트할 것들도 많아서 어떻게든 시간을 줄여 볼 생각이었는데 역시 크리스마스이브... 차가 어찌나 많은지 강남을 빠져나와 올림픽대로에 오르는데 까지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올림픽대로도 좀 뚫리는가 싶더니 바로 정체... 이런 날은 마음을 비우는 게 좋겠죠. 어딜 가나 이럴 겁니다. 막히는 올림픽대로를 빠져나와 다시 강변북로를 거쳐 세종포천고속도로까지 오르니 벌써 저녁시간입니다.

천문대 도착 전까지 하나밖에 없는 휴게소인 '별내 휴게소'.
아무 준비 없이 짐만 싣고 출발한 상태라 가는 길에 보급품을 채우러 잠시 들렀습니다. 제일 중요한 천문대 강아지들 줄 간식도 사야 하고요. 배고프면 먹을 제 간식도 좀 챙겨서 다시 출발~

그다음은 뭐... 포천까지 주욱 180km/h로 달려서 많이 들어본 일동, 이동을 지나 백운계곡으로 빠져나와 '이니셜 D'에나 나올법한 꼬불꼬불한 산길을 한 참 오르면 언제나처럼 별이 쏟아지는 천문대가 나옵니다. (약 100km 거리를 한 줄로 요약함)

하늘을 보니 별이 그냥 쫘아악~ 예보대로 구름 한 점 없이 맑습니다. 투명도가 좀 떨어지지만 기온은 영하 4도로 따뜻(?)하고, 습도는 40% 정도로 쾌적한데 대기가 착 가라앉은 느낌... 정말 고요한 밤이었습니다. 

이런 고요함을 즐길 겨를도 없이 새벽에는 구름이 몰려오니까 빠르게 촬영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고, 전날 잠을 못 잔 탓에 새벽 늦게까지 촬영하기에는 체력적으로도 부담이라 조금 서둘러 장비를 설치한 후 극축 정렬을 하려는데...

PoleMaster 오류

이런!!! 시작부터 PoleMaster가 동작을 안 합니다...
연결은 정상인데 화면이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화면이 나와야 정렬을 하는데...

케이블을 수차례 다시 꽂아보고 노트북을 수 없이 재부팅을 한 끝에 겨우 3초에 한 번 꼴로 화면이 갱신되더군요.
정말 어이없이 느린 화면을 보며 간신히 극축을 맞췄습니다. 이럴때면 광학식 극축 망원경이 간절합니다. ㅠㅠ

PoleMaster의 화면 갱신 문제는 대부분 케이블 문제일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PoleMaster는 일반 USB Mini 케이블을 사용하면 제대로 동작을 안 합니다. 이제는 ASIAIR의 극축 설정 기능을 활용해야 할 거 같습니다. PoleMaster가 동작만 잘하면 정말 편한데...

Star Alignment 문제

어렵게 극축 설정이 끝나고 Star Alignment를 하는데 평소처럼 Alpheratz로 정렬을 시작. 다음 별로 Caph와 Dubhe 모두 정렬을 해도 정렬 성공 숫자가 증가하지 않습니다... 정렬이 성공해도 숫자가 증가하지 않는 이유가 있겠지만 매뉴얼에는 해당 내용이 없어서 이럴 때는 적도의를 초기화하고 다시 Alignment를 진행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다시 시도를 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두 번의 정렬로 이미 시간을 많이 소비한 상태라 Deneb, Pollux, Procyon, Rigel 순으로 5 Star Alignment를 진행하였고 다행히 정렬에 성공했습니다. (남동쪽은 버려버림)

사실 요즘 누가 저처럼 Star Alignment를 하겠습니까. Plate solve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로 GOTO 교정을 하죠. 다행히 ASIAIR도 Plate solve를 지원하니까 ASIAIR 테스트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Star Alignment를 생략해도 되겠죠. 언젠가는...

어댑터 분리 안됨

마지막 정렬 대상이었던 Rigel로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려고 플립 미러와 어댑터를 분리하려는데 Baader사의 2인치 Visual back 어댑터가 분리가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어댑터가 분리가 안되면 카메라 어댑터나 감속기(Reducer)를 장착할 수가 없어서 촬영을 못한다는 사실...

한참을 시도해도 도저히 분리가 안돼서 연결된 카메라 회전 장치까지 분리한 후 차에서 시동을 켜고 히터로 어댑터를 녹였습니다. 그래도 안되더군요. 정말 이때 이날 한 욕의 거의 대부분을 한 거 같습니다. 이제는 고요한 밤이고 뭐고 장갑까지 바닥에 던져버리고 다른 어댑터를 연결해서 꽉 조이고 풀기를 반복하자 갑자기 삐릭~ 하면서 풀리는 어댑터... 왜 다카하시 어댑터들은 다 풀리는데 Baader 어댑터만 안 풀리는 건지... 

돌아오자마자 병뚜껑 열 때 쓰는 고무 렌치를 2개 주문해서 트렁크에 넣어뒀습니다. 이제 안 풀리면 고무 렌치로...

무엇이든 풀어주는 고무렌치

가이드 망원경 문제

시간은 벌써 많이 흘러 밤 10시를 넘어가고 서둘러 카메라 초점을 맞추고 이날 테스트를 위해 준비한 ASIAIR를 연결! 이제 가이드 테스트만 통과하면 ASIAIR가 정식 데뷔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움하핫핫!

근데 가이드 망원경에 가이드 카메라인 ASI290MM Mini를 장착하니 초점이 안 나오네요. 집에서 테스트할 때는 초점이 잘 잡혔는데 희한하게 별만 초점이 안 잡힙니다. Baader 특유의 그지 같은 연장통 연결방식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거죠.

이렇게 연장통 연결하다가는 망원경 보다도 길어지겠습니다... 어댑터도 Baader 꺼가 속 썩이더니...

연장통 지옥에 빠지는 바보같은 가이드 망원경

ASIAIR를 테스트해 보려고 온 건데 기운이 쪽 빠졌습니다. 연장통이 더 있어야 하겠는데 Baader 제품은 이제 사용하고 싶지도 않더군요... 하는 수 없이 기존에 사용하던 MGEN-II와 Kowa 100mm 렌즈를 연결해서 가이드 준비를 했습니다.

ASIAIR 테스트는 다음으로...

눈 쌓인 천문대... 그 위로는 별들이...

공공장소의 예절

예정보다 시간이 늦었지만 2시간 정도 RGB 촬영을 하고, 구름이 몰려오기 전에 H-Alpha를 촬영할 계획으로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는데... 바로 사람이 문제였습니다.

시민 천문대인 조경철 천문대는 일반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초저녁에 시작해서 거의 10시쯤 마무리되는 이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사람들로 차량 불빛이 많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공공장소이기 때문에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나 촬영해야 하니까 불 끄고 다녀!'라고 할 수 없는 거죠. (어두운 산길이라 그러고 다니면 죽습니다...)

어두운 장소다 보니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다니거나 헤드랜턴을 달고 다니는 분들도 많은데 공공장소에서는 사람 얼굴에 직접 빛을 비추는 것은 실례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꼭 천문대가 아니더라도 랜턴은 바닥을 비추라고 있는 건데 그걸 왜 얼굴에... 얼굴에 빛 한 번 정면으로 맞으면 암적응이 싹~ 날아가서 한 동안 멍한 상태가 되죠. 

이것도 좋습니다. 익숙지 않으니 그럴 수 있죠. 문제는 자동차 전조등과 매연입니다.

추우니까 차에 들어가서 시동 걸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시동을 걸면 매연 때문에 주위에 있으면 숨을 못 쉽니다. 이미 오랜 시간을 들여 설치한 장비를 옮길 수도 없으니 큰일이죠. 또, 랜턴이야 잠깐 비추는 거지만 전조등은 끄지 않으면 너무 밝아서 촬영 자체가 불가능한데요. 전조등이 켜진지 모르는 분들께는 다가가서 정중히 꺼달라고 부탁하면 대부분 꺼줍니다. 그런데 이날은 대꾸도 안 하고 창문을 올려버리거나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는 소리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물론 어쩔 수 없습니다. 끄기 싫다고 하면 저도 도리가 없는 거죠. 어차피 일반인들이야 1시간만 지나도 할 게 없어서 대부분 금방 돌아가니까 기다릴 수밖에요. 별을 올려다보는 것도 한두 시간이지 저희처럼 6~7시간씩 보지는 않으니까요. 얼른 여친님들이 싫증을 내거나 날이 확 추워지기를 바라봅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일이 일어났습니다. 수상한 중년 커플들이 올라와서는 천문대 구석에 모닥불을 피우더라는... (거의 용자급)

돔이 보이는 언덕에서 모닥불을 피움

몰지각도 이런 몰지각한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산에서는 특별히 허가되지 않은 곳을 제외하고는 텐트 설치나 취사 행위가 엄격하게 금지돼있습니다. 이건 상식이잖아요. 특히 화기 사용은 산불의 위험이 있어서 더 조심해야 하는데 이 분들은 왜 추운 날 굳이 여기까지 기어 올라와서는 산에다 모닥불을 피는 걸까요? 나무는 또 어디서 난겨...

더 가관인 건 잘못은 지가 저질러 놓고 이를 말리는 천문대 직원에게 네가 뭔데 끄라 말라냐, 너 어디 소속 공무원이냐, 내 세금으로 먹고사는 것들이 왜 난리냐 등등 안 들어봐도 뻔한 레퍼토리로 얘기를 진행하는 것이 전형적인 꼰대였습니다. 저도 세금 내니까 그 사람 거실에 모닥불 좀 피우고 싶네요. 

지금까지 천문대에 불평했던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이분들은 이렇게 힘들게 근무하고 계시는구나... 시설관리도 힘들 텐데 한 밤중에 미친놈 처리도 해야 하니... 혼자 구석에서 일이 잘 안 풀린다고 신나게 욕하고 있던 저도 몰지각한 인간들을 보니 겸허해졌습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 바람에 2시간 촬영한 RGB 이미지는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망한 거죠. ^^

얼어버린 카메라 회전장치

이미 시간도 늦고 피곤했지만 H-Alpha 라도 건지려고 다시 세팅을 하고 구도를 잡으려는 순간 이번에는 카메라 회전장치가 얼어서 안 돌아갑니다. 영하 10도에서도 잘 돌아가던 녀석이 덜 추워서 기분 상했나 봅니다.

화불단행(禍不單行)... 정말 모든 불운이 한 번에 저에게 온듯한 날이었습니다.

살살 돌려 보지만 꿈쩍도 않는... 좀 더 세게... 더 세게... 스륵~ 헉???!!!!! 적도의가 움직였습니다...
회전장치는 안 돌고 적도의가....

눈물을 머금고 그대로 촬영을 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설정을 하는 건 도저히 못하겠더군요. 첫 장을 촬영하고 들여다보니 역시! 구도가 엉망입니다. 엉뚱한 곳에 대상이 있더군요. 광시야라 그래도 화각에는 들어와 있습니다.

북쪽으로 쏠려버린 NGC 2265와 주변

이번 촬영에서 생긴 문제점들을 빨리 보완해서 다음 촬영은 좀 제대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케이블 문제나 전원 문제는 정말 현장에서는 답이 없는 거라... 

작품은 언젠가는 나오겠죠. 날이 맑으면 또 조경철 천문대로 달려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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