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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및 관측장비

[2020년 2월 21일] 새로운 지름 Canon EOS Ra

by 두루별 2020. 2. 22.

뜬금없는 충동구매를 했습니다.

다음 카메라는 '냉각 모노 CMOS 카메라'를 구매할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계획에 없던 새로 발매된 Canon EOS Ra 천체사진 전용 카메라를 불쑥 질렀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필터 개조를 한 EOS 6D Mark II 카메라와 포지션이 겹치는데도 구매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궁금해서요 ^^;;;

단순 호기심이 아니라 일반 카메라의 LPF를 강제로 제거한 카메라와 처음부터 천체 전용으로 설정되어 나온 카메라의 차이가 정말 궁금했습니다. 과거 Nikon에서도 D810A라는 천체 전용 카메라를 발매했었지만 구하기도 힘든 데다 가격도 너무 비싸서 호기심으로 구매하기엔 무리였습니다. 그럴 바엔 정말 냉각 CMOS를 구매하는 것이 100배 옳은 결정이었죠. 하지만 이번에 발매한 캐논의 EOS Ra는 제품명 그대로 EOS R이라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천체용 버전으로 발매한 것이라 니콘 D810A에 비해 가격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고 기존의 캐논 EF 렌즈들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사실 작년 12월 발표 당시만 해도 강력한 구매 의사는 없었는데, 우연히 들어간 캐논 e스토어에서 EOS Ra를 판매하는 것을 본 것이 실수였습니다... 그때 들어가지만 않았더라면... ㅠㅠ

그렇게 계획에 없던 충동구매 후에 하루 만에 박스 하나가 문 앞에 똭!! 취소할 틈을 안주는 캐논...

박스 구성은 EOS R과 동일하다고 하더군요. 저는 EOS R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사용 설명서'도 EOS R 용이 들어 있는 것을 보면 하드웨어적으로는 동일하다는 얘기겠죠.

크기는 소니의 미러리스 카메라인 A7M3와 비교해도 거의 같고 무게는 소니가 살짝 무겁습니다.

소니는 뭔가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이는 것을 좋아해서 예전 Vaio 노트북도 불필요한 기능을 가득 넣어 불편하게 하더니, 카메라도 뭔가 복잡하고 정리 안 된 느낌을 줍니다. 특히 메뉴는 정신 사나워서 아직도 적응이 안 됩니다. 반면 EOS Ra는 그냥 심플합니다. 너무 버튼이 없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설정 창이 큼직한 것은 마음에 드는군요.

조작 방법은 기존 EOS 6D Mark II와 살짝 다르지만, 메뉴도 동일하고 일반적인 사용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아 적응 시간도 별로 필요 없겠습니다. 그리고 소니에 비하면 그립감은 엄청 좋습니다. 들고 다니면서 찍는 카메라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립감이 좋으니까 카메라를 잡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사진을 발로 찍어서 액정화면이 제대로 보이지를 않지만... 기본 설정이 영어로 되어있습니다. 시간도 London을 기준으로 되어있네요. 워낙 많이 팔릴 거라 기대를 안 했는지 현지화 따위는 고민도 안 한 거 같습니다. 심지어 시간대 설정에서 서울은 있지도 않다는 거... 도쿄로 설정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한국어는 지원합니다.

카메라 렌즈를 붙여서 테스트 사진만 몇 장 찍어봤습니다만, 생각보다 붉게 보이지 않네요. 필터를 제거한 6D는 온통 붉게 보이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붉은색이 좀 더 강조되는 그런 느낌입니다. 밤하늘을 촬영해 봐야 정확한 차이를 알겠죠. 밤하늘을 촬영하기 위한 카메라니까 비교도 밤하늘로 해야 할 텐데 날씨가 도와주지를 않는군요.

돈값은 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아직 촬영을 해 보지 않아 스냅사진 몇 장 찍어 본 것이 전부지만 필터 개조한 6D Mark II보다 좋아야 얼마나 좋겠나 싶습니다. 몇 가지 편의 기능을 제외하면 성능은 거기서 거기일 거란 것이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냉각 모노 카메라'가 제대로 된 투자일지 모릅니다. 또, 필터 제거만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처럼 전문적으로 일반 DSLR을 천체 사진용으로 개조해 주는 업체가 있는 환경에서는 어떤 것이 최선의 투자 일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거 같습니다.

카메라 제조사가 천체 사진용으로 튜닝하여 정식 발매한 카메라라는 의미는 있습니다만, EOS R과 비교해서 라이브 뷰 30배 확대 기능과 H-Alpha 감도가 4배 높다는 것 외에는 차이가 없는 동일한 카메라에 100만 원을 더 투자할 것인지, 20만 원 정도의 개조비를 지불할 것인지는 개인의 결정인 거 같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단순 비교는 맞지 않겠지만 어디까지나 선택은 자유고 막연한 동경은 금물입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뜬금없는 충동구매였지만 저는 만족합니다.(데헷~)  개조한 카메라가 하나 더 있었으면 했는데 디자인이나 기능이나 마음에 쏙 듭니다. 이제는 필드에서 촬영하는 일만 남았네요.

마지막으로 다른 건 모르겠고 EOS 6D Mark II와 동일한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드네요. 추가로 배터리 안 사도 되겠습니다. 나이스!